《미국위장관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B형 간염 환자가 아스피린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간암 발생과 간 질환 관련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단, 개인의 대사 질환, 약물 복용 등 임상적 특징을 고려해 아스피린 복용을 결정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범경 교수와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진하 교수, 윤병윤 강사 연구팀은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면 간암 발생을 16%, 간 질환 관련 사망 위험을 21% 낮출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HBV) 감염으로 인체에 면역반응이 일어나 간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 이상이 진단받고 완치가 어려워 간암의 원인이 된다.
선행 연구를 통해 아스피린이 만성 간염 환자에게 간암 위험도를 줄인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환자군의 특성과 복용 기간에 따른 위험도 감소 여부 등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지금까지 간암 고위험군인 간경변 환자의 아스피린 효과에 대한 연구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2010~2011년 B형 간염을 진단받은 40세 이상의 환자 16만167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3년 이상 장기적으로 아스피린 복용 그룹(9837명)과 비복용 그룹(15만1836명)으로 나눠 평균 7.5년 동안의 간암 발생률과 간 질환 관련 생존율을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평균 간암 발생은 ▼아스피린 복용 그룹은 10만 명당 517명, ▼비복용 그룹은 568명으로 확인됐다. 나이와 성별, 지병과 복용 약물을 고려한 분석을 통해 아스피린 장기 복용 그룹이 비복용 그룹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도는 16% ▼간 질환 관련 사망 위험도는 2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대사질환과 약물 복용 등에 따른 아스피린 복용 효과에 대한 분석 결과, 아스피린 장기 복용은 간암 발생 위험도를 ▼간경변 환자 19% ▼고혈압 환자 14%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반면 암 예방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항바이러스제와 메포민, 스타틴을 복용하는 그룹에서는 발생 위험도를 낮추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경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아스피린의 복용 효과와 개인의 대사 질환, 약물 복용 등 고려 요인을 제시했다”면서 “추가 연구를 진행해 환자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