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세 미국 여성은 최근 며칠간 원인 모를 메스꺼움과 피로감, 마른기침에 시달렸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동네 응급 진료소를 찾았을 때만 해도 단순 감기나 가벼운 기관지염 정도로 여겨 항생제(아지트로마이신)와 해열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 하지만 증상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심한 피로감 끝에 정신을 잃는 실신 증세까지 일으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당시 이 환자의 체온은 섭씨 38.9도이었고, 실내 공기만으로는 산소 포화도가 88%까지 떨어져 산소 공급 장치가 시급한 저산소증 상태였다.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살피던 중, 얼굴과 목에서 시작해 가슴과 등까지 퍼진 붉은빛의 반점과 구진성 발진을 뒤늦게 확인했다. 곧이어 눈꺼풀 안쪽을 덮고 있는 붉고 얇은 점막(안검 결막)이 붉게 충혈되고 잇몸 위쪽 점막에도 흰색 병변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의료진은 초기에는 폐렴을 의심해 항생제 치료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온몸으로 퍼지는 발진과 결막염 등 임상 증상을 토대로 홍역 가능성을 강력 의심했다. 병원 측은 보건 당국에 즉각 신고했고, 입(구인두)을 통한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RT-PCR)를 진행한 결과 환자는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환자는 곧바로 공기 전파 격리 조치에 들어가 적절한 지지 치료를 받은 끝에 다행히 증상이 좋아져 퇴원할 수 있었다.
이는 과거 홍역 바이러스에 자연 감염된 세대로 분류돼 면역력이 탄탄할 것으로 여겨졌던 71세 고령층이 해외여행 후 홍역 확진을 받아 충격적인 임상 증례다.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이 사례 연구 결과(Not Immune After All: Polymerase Chain Reaction–Confirmed Measles in a Presumed-Immune 70-Year-Old Returning Traveler)를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해외 보건 당국은 백신의 본격 도입 이전인 1957년 이전에 태어난 성인은 어린 시절 홍역 바이러스에 자연 노출돼 평생 면역을 획득했을 확률이 매우 높으며 홍역에 대해 안전한 것으로 간주해 왔다. 국내 방역 당국(질병관리청)의 기준도 이와 비슷하다. 과거 국내 유행 양상과 항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개 1967년 이전 출생자 등을 홍역에 대한 자연 면역(방어력)을 보유한 '면역의 증거' 소유자로 분류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례의 71세 환자는 바로 그 면역 보유 연령대에 속하는데도 해외여행 중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환자는 "어린 시절에 홍역을 앓았다"고 말했으나 실제 체내 항체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 면역력이 약화됐거나, 실제 어린 시절에 홍역을 앓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고령층이나 과거 예방접종을 불완전하게 받은 성인은 홍역에 감염되더라도 고열이나 발진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진단이 까다롭다. 혈액을 통한 항체 검사(IgM/IgG)는 면역 반응의 변화로 판정이 모호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의 RNA를 직접 검출하는 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검사가 확실한 확진 수단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거부 운동과 접종률이 뚝 떨어지는 현상이 겹치면서 홍역이 다시 창궐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2025년에 2289건의 홍역 확진 사례가 보고된 데 이어, 2026년 첫 8개월 동안에만 2500건이 넘는 확진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홍역은 기본 재생산수(R₀)가 12~18명이나 된다. 환자 한 명이 이 정도 사람에게 홍역 바이러스를 퍼뜨릴 정도로 전염력이 매우 강한 감염병이다.
홍역은 약 10~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초기에는 발열, 기침, 콧물, 결막염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후 입안 점막에 회백색의 작은 반점(코플릭 반점)이 생기고, 귀 뒤와 얼굴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붉은 발진이 퍼진다. 한국의 경우 해외 유입 및 산발적 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유년층뿐만 아니라 성인 및 고령층의 면역 공백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성인이라면 연령이나 과거 자연 감염 이력과 무관하게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국내에서도 면역의 증거(1967년 이전 출생자, 홍역 확진력, 항체 양성, MMR 백신 2회 접종력)가 확실하지 않다면, 출국 전 최소 1회(또는 필요시 4주 간격으로 2회)의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미 면역이 있는 사람에게 추가로 백신을 투여하더라도 항체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뿐 인체에는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국내 기준으로는 몇 년도 이전 출생자가 홍역 면역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나요?
A1. 질병관리청 등 방역 당국은 과거 국내 유행 상황과 항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대개 1967년 이전 출생자를 홍역에 대한 자연 면역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 왔습니다. 다만 노화로 인한 면역력 저하나 개인차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Q2. 고령자가 홍역에 걸리면 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가요?
A2. 그렇습니다. 성인은 소아에 비해 입원율이 높고 폐렴, 간염, 뇌염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와 조기 진단이 필수적입니다.
Q3. 해외여행을 앞두고 본인의 면역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요?
A3. 과거 홍역 확진 기록이나 MMR 백신 2회 접종력이 명확하지 않다면, 출국 4주 전쯤 의료기관을 방문해 MMR 백신을 추가 접종함으로써 감염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