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환자는 주로 종합병원에서 의사가 진료를 담당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한의사, 혹은 치과의사도 진료할 수 있다. 또한 근무시간이 아니거나 길가나 공공장소에서도 응급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도 의사나 간호사는 응급환자 처치를 도와야 할까? 최근 이와 관련한 사건이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22년 3월 A 대학병원에서 환자 B는 폐색성 후두개염과 인후염으로 기도삽관치료를 받은 후 코로나19 양성판정에 따라 격리병동에 입원하였다. 입원 일주일쯤 환자 B는 갑자기 기침과 호흡이상 등 급성호흡부전으로 호출벨을 눌렀다. 당시 산소포화도는 34%였고 2분 후에는 27%까지 내려갔다. 환자의 호출에 가장 먼저 음압병실로 들어간 사람이 간호사 C였다. 간호사 C는 환자 B의 직접 처치를 하는 담당간호사가 아닌, 직전까지 야간근무를 한 다른 팀의 간호사였지만 B의 담당간호사가 다른 일로 바빠 방호복을 입고 격리병동으로 들어갔다.
간호사 C는 환자 B의 의식을 확인하고 활력징후 모니터를 살폈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로 담당간호사에게 ‘기도내 분비물을 제거하는 치료를 할까?’라고 물었지만 담당간호사는 담당의사와 연락하고 오더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요청하였고 2분 정도 지났다. 다른 간호사들이 방호복을 입고 격리병동에 들어와 환자상태를 파악한 후 인공호흡 및 흉부압박과 같은 응급조치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환자 B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6개월 후에 사망했다.
환자 B의 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과 2심에서는 병원 의료진의 응급조치상 과실인정과 함께 약 1억 90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하였다. 환자 B의 가족은 판결 결과를 토대로 간호사 C에게도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많은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의사나 간호사는 진료비 여부, 병원 등 장소 여부에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도와야 하는 암묵적인 도덕적 의무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료진의 생각은 약간 다를 수 있다. 응급환자는 조금의 실수라도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중한 상태로, 원인을 정확히 판단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최신장비는 물론 경험이 많은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는 이와 같은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히 진단하거나 처치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응급환자 처치에 익숙한 의료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길거리나 아니면 공공장소에서 응급환자 처치에 참여하는 의사나 간호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환자나 그 가족들은 해당 의료진에게 의료사고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진은 업무 중이 아닌 때에 시행한 응급의료나 치료 중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만약 사망한 경우는 형사책임이 감면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법은 의료와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진은 응급처치에 참여해야 할 법적인 의무나 경제적인 이득이 없이 선의로 자발적으로 참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처치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있거나,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이 없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사소송에 걸리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소송에서 지면 금전적인 배상을 해야 한다. 형사소송에 걸리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기소가 되면 법정에 출두해야 한다. 변호사 선임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민사나 형사소송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정신적 및 금전적인 피해는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또한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선의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응급 구조 행위에 참여한 것 치고는 대가가 혹독하다고 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간호사 C는 그날 먼저 병실에 들어간 일을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나서지 않았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휘말리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간호사 C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병원 안팎의 의사와 간호사 등 1600여 명이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런 불확실성은 의료진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응급환자 처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의사는 비행기에 탑승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술을 마시는 것이라고 한다. 음주를 이유로 응급환자 진료를 하지 못한다고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웃픈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의사들의 행위를 비난만 할 수 있을까?
2026년 10월 20일 응급의료법이 개정되었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 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 책임과 형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다. 이전과 달리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중과실이 없다면 민사와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법이 개정된 것을 환영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당 응급치료에 참여한 의료진이 소송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해당 응급처치에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족을 잃은 환자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응급처치에 참여한 의료진의 행위에 대해 재판을 통해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앞으로 의료진의 자발적인 응급처치 참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고, 결국 살릴 수 있는 많은 생명을 놓칠 수 있다. 앞으로 이에 관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