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신약 기술이전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해외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 기업이 국내 신약 기술의 글로벌 사업화를 위한 협력 파트너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도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바이오협회가 4일 발표한 ‘중국 바이오의 부상과 글로벌 라이선싱 시장의 재편’ 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올해 글로벌 신약 기술이전 계약 금액에서 중국 기업이 보유한 신약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4%에 불과했던 비중이 지난해 48%까지 높아진 데 이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의 기술이전 확대는 특허 만료와 연구개발 비용 증가에 대응해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 확보에 나선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요와도 맞아떨어진다.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 바이오기업들이 주요 기술 공급원이었지만,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이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차세대 신약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 중국 바이오기업들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항서제약은 올해 5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항암제 및 면역질환 치료제 분야의 13개 연구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도 지난해 10월 일본 다케다와 이중항체 및 ADC 분야에서 대규모 협력 계약을 맺었다. 중국 메디링크 테라퓨틱스(MediLink Therapeutics)는 올해 1월 스위스 로슈와 B7-H3 표적 ADC인 YL201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올해 1월 중국 스야오그룹(CSPC)과 비만치료제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장기 지속형 GLP-1/GIP 수용체 작용제를 포함한 8개 신약 개발 과제의 중국 외 지역 개발 권리를 확보했다.
이런 변화는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해 온 국내 바이오기업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가 국내 바이오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HK이노엔은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Sciwind Biosciences)로부터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도입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올해 5월 중국 푸싱제약(Fosun Pharma)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독점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올릭스도 올해 8월 중국 한소제약(Hansoh Pharmaceutical)과 짧은 간섭 RNA(siRNA) 서열 2종에 대한 글로벌 독점 개발·상업화 계약을 맺었다. 한소제약은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전 세계에서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단순한 기술수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연구·개발 및 상업화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와 안전성을 초기 단계에서 확인하는 개념검증(PoC) 역량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발굴 플랫폼과 차별화된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보고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특허 만료와 연구개발 생산성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바이오기업을 혁신 파이프라인의 핵심 공급처이자 공동개발 파트너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국내 바이오기업에도 연구개발 전략과 사업화 모델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