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5일 (목)

많다던 ‘100억 마리 유산균’은 대장까지 살아 도착했을까⋯유산균 보충제의 현실

[송무호의 비건뉴스] 151. 프로바이오틱스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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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연구기관인 와이즈만과학연구소가 2018년 학술지 〈셀(Cell)〉에 발표한 연구 결과처럼,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는 생각보다 장 건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1].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가 장 건강 개선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이유는 네 가지다.

40조 마리 앞의 ‘물 한 방울’⋯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은?

1.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엄청나게 크고 복잡한데도 몇 가지 균주의 프로바이오틱스를 먹는 것만으로 장 건강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부 세균이 장내에서 생존하더라도 미생물군 전체의 구성을 바꾸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다. 우리 장 속 미생물이 40조 마리나 되는 상황에서 외부로 들어온 유산균의 영향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한 전문가는 “가득 찬 양동이에 물 한 방울 첨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2].

2. 프로바이오틱스가 대장에 도달하려면 상부 위장관을 통과해야 한다. 유산균은 이 과정에서 위산·담즙산 등 가혹한 환경에 노출돼 대장에 닿기 전에 생존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사멸한다[3].

많다던 ‘100억 마리 유산균’은 대장까지 살아 도착했을까⋯유산균 보충제의 현실
S Han, et al. Front Cell Infect Microbiol 2021

그래서 나온 것이 코팅 처리한 캡슐형 유산균이다. 제조업체는 살아 있는 세균이 대장까지 도달하도록 처리했다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4]. 실제로 와이즈만 연구에서도 코팅 처리한 캡슐형 유산균을 사용했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현재 시중에서 “코팅 제품이라 더 효과가 좋다”며 팔고 있는 유산균 보충제 대부분은 ‘허위 광고’에 가깝다.

라벨과 병 속의 거리⋯어디에 허점이 있었을까?

3. 미국처럼 한국도 프로바이오틱스를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한다. 다만 식약처 공전에 고시된 균주(고시형)로 만든 제품은 기준·규격만 맞으면 되어, 개별 제품의 효능을 따로 심사받지 않는다. 게다가 제품 포장에 적힌 내용과 병 안의 실제 내용물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워 ‘과대 광고’가 적지 않다. 라벨에 적힌 ‘소화 개선’, ‘면역 강화’ 등의 문구에 근거가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5].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유산균 제품의 인정 균 수는 1억~100억 마리다. 소비자들이 균 수가 많을수록 좋다고 믿는 탓에 ‘100억 마리 살아 있는 유산균’ 함유를 내세운 마케팅이 흔하지만, 실제로는 유산균으로 인정받지 못한 균종을 섞어 만든 제품도 많다[6].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이 시판 중인 프로바이오틱스 16개 제품을 구해 유산균 DNA를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단 1개 제품만이 라벨에 기재된 균주와 일치했다. 일부는 완전히 다른 균주를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다[7]. 이런 일은 한국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이에 대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균 자체를 배양하고 보관하다 보면 균주가 실수로 바뀌기도 한다”, “식약처가 균주를 전수조사하지 않다 보니, 제품에 들어가는 유산균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8].

4.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 있는 세균이어서 제조·배송·보관 과정에서 생존 상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연구에서 라벨에 표기된 생균수(CFU, colony-forming unit)와 실제 섭취 시점의 생균수가 다르다고 보고한다[9].

우유를 발효한 유산균 음료인 ‘요구르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식품 중 하나로, 한국 성인의 90%가 주 1회 이상 마신다고 한다[10]. 특히 발효 과정에서 우유 속 유당(lactose)이 분해되기에 ‘유당불내증’이 있는 분들도 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

영국 자료에 따르면 모든 요구르트에 살아 있는 유산균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며, 유산균이 들어 있더라도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효과를 보려면 섭취 시점에 충분한 양의 살아 있는 세균이 있어야 하는데, 일부 제조업체는 유통기한을 늘리려고 발효 후 요구르트를 저온살균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유산균이 많이 소실된다(Post Pasteurized Yogurt/Ambient Yogurt).

요구르트는 장 건강을 개선해 소화를 돕고 변비를 완화하며 각종 만성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흔히 홍보한다. 그러나 영국에서 허용되는 요구르트 관련 효능은 ‘유당불내증 환자의 유당 소화 개선’ 하나뿐이다[11].

2025년에 나온 요구르트 관련 리뷰 논문에 따르면, 전통 방식으로 만든 요구르트와 달리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제품은 방부제·안정제와 설탕·감미료를 넣는 등의 가공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살아 있는 유산균 수가 줄고 실제로 위장에 도달하는 균 수도 떨어져, 소비자의 기대와 제품의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12].

학회가 인정한 예외는 세 가지뿐이라는데⋯

전 세계 소화기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전문 학회인 미국소화기학회(AGA)도 “대부분의 소화기 질환에 대해 프로바이오틱스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13].

AGA. https://gastro.org/news/aga-does-not-recommend-the-use-of-probiotics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가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세 가지다.

1. 항생제를 투여받는 환자에서 치명적인 설사 질환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 difficile)’ 감염을 예방할 목적으로, 특정 균주(예: S. boulardii)가 든 프로바이오틱스를 조건부로 사용하는 경우.

2. 매우 저체중(preterm, low birth weight) 신생아에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괴사성 장염(necrotizing enterocolitis, NEC)을 예방할 목적으로 일부 프로바이오틱스를 조건부로 사용하는 경우.

3.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장 전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생긴 낭염(pouchitis)의 치료·관리 목적으로 특정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하는 경우.

그 밖의 대부분의 소화기 질환, 곧 일반인에게 비교적 흔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과 소장 세균 과증식증(SIBO)은 물론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급성 감염성 위장염에 대해서도 ‘근거 불충분(insufficient evidence)’을 이유로 프로바이오틱스 사용을 권고하지 않거나 중단을 고려하라고 명시되어 있다[14].

복잡한 기준, 단순한 진리⋯장이 진짜 원했던 것은?

한 블로거는 장 트러블로 고생하다 병원도 가 보고 용하다는 한의원에서 침도 맞아 봤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마지막 방법으로 유산균 보충제를 택한 뒤 장 건강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충제를 고를 때 꼼꼼히 따져야 할 사항이 네 가지라고 주장했다.

그가 꼽은 기준은 이렇다. 한국인의 장 건강에 적합한 ‘균주 배합’인지, 유익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까지 넣은 신바이오틱스 제품인지, 기능성 ‘특허 부원료’를 썼는지, 균을 살아 있는 채로 대장까지 보낼 ‘코팅 기술력’을 갖췄는지다[15]. 하지만 30년 차 의사인 필자도 모르는 사항을 일반인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어이가 없었다.

진리는 항상 단순하다. 사람이 식사를 거르면 살 수 없듯이, 장내 미생물도 먹이가 없으면 살 수 없다. 먹이가 있으면 번성하고, 없으면 쇠약해진다.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유익균의 먹이인 ‘식이섬유’다. 시중에서 파는 프리바이오틱스란 결국 이 식이섬유를 제품화한 것이다. 식이섬유는 어디에 있는가? 과일·채소에 깔린 게 식이섬유 아닌가? 과일·채소에는 식이섬유 외에 다른 영양소도 함께 들어 있어 보충제보다 건강에 훨씬 유익하다. 굳이 보충제를 사 먹지 않더라도 이런 자연식품을 먹으면 식이섬유는 저절로 공급된다.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에 영구히 정착하지 못하는 ‘일시적 거주자’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뒤, 업계는 ‘꾸준한 섭취’를 복용의 핵심 지침으로 삼았다. 감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단기간 복용하는 것과 달리, 프로바이오틱스는 잠시 머물다 사라지기 때문에 “효과를 보려면 매일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왜 그래야 할까? 그냥 과일·채소를 매일 먹으면 되는데⋯.

송무호 의학박사, 정형외과·생활습관의학 전문의

참고문헌

1. N Zmora, G Zilberman-Schapira, J Suez, et al. Personalized gut mucosal colonization resistance to empiric probiotics is associated with unique host and microbiome features. Cell 2018;174(6):1388-1405.

2.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10716000147

3. S Han, Y Lu, J Xie, et al. Probiotic Gastrointestinal Transit and Colonization After Oral Administration: A Long Journey. Front Cell Infect Microbiol 2021;11:609722.

4. U Wendel. Assessing Viability and Stress Tolerance of Probiotics-A Review. Front Microbiol 2022;12:818468.

5. MD Anderson Cancer Center. Should you take a daily probiotic supplement? [URL 확인 필요]

6. 약사공론 https://www.kp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7069

7. ZT Lewis, G Shani, CF Masarweh, et al. Validating bifidobacterial species and subspecies identity in commercial probiotic products. Pediatr Res 2016;79(3):445-452.

8.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4/06/11/BQ3ATMT6RRFBJMBFD2FSU6BGZU/

9. KS Tukaram, SR Sopanrao, LO Kacharu. Unveiling The Therapeutic Potential of Probiotics: A Review. Journal of Future Foods 2025. https://doi.org/10.1016/j.jfutfo.2025.09.011.

10. 국민일보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9837661

11. Bolt Pharmacy https://www.boltpharmacy.co.uk/guide/does-all-yogurt-have-probiotics [URL 끝 ‘?’ 확인 필요]

12. S Amin, K El-Tarabily. Rethinking Yogurt’s Probiotic Value: A Comparative Review of Traditional Fermentation and Industrial Processing. Microbial Bioactives 2025;8(1):1-9.

13. AGA https://gastro.org/news/aga-does-not-recommend-the-use-of-probiotics-for-most-digestive-conditions-2/

14. Eating Well https://www.eatingwell.com/reason-you-shouldnt-take-probiotic-supplements-11719798

15. 네이버 https://blog.naver.com/eumeunki11/22293690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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