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할 때마다 숨이 차던 14세 소녀의 왼쪽 폐가 완전히 주저앉았다. 폐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원인은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거대 대동맥류'였다. 혈관이 최대 지름 12㎝까지 커지면서 기관지를 짓누른 것이다. 성인의 상행대동맥도 보통 지름이 3㎝ 안팎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인도 아므리타 의학연구소의 키룬 고팔 등 연구진은 이 사례를 지난 27일 국제학술지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했다.
소녀는 5년 전 희귀 유전자 변이를 진단받고 대동맥류를 추적 관찰해 왔다. 대동맥류는 혈관벽이 약해져 혈관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심하면 혈관이 찢어지거나 터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심장에서 위쪽으로 뻗는 상행대동맥이 왼쪽 가슴 공간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커져 있었다. 부풀어 오른 혈관이 왼쪽 기관지의 시작 부분을 완전히 눌렀고, 공기가 들어가지 못한 폐는 전체가 쪼그라들었다. 복부 대동맥과 뇌혈관 등 다른 혈관도 비정상적으로 구불구불했다.
원인은 혈관벽의 탄력섬유 형성에 관여하는 EFEMP2 유전자의 변이였다.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혈관이 탄력을 잃고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거나 구부러질 수 있다.
이 변이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연구진이 같은 변이를 가진 환자 63명을 분석한 결과, 사망 연령의 중앙값은 생후 15개월이었다. 소녀가 14세까지 생존한 사실 자체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의료진은 부풀어 오른 상행대동맥과 대동맥궁을 인조혈관으로 교체했다. 소녀는 합병증 없이 회복했고, 수술 2년 뒤에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다.
이번 사례는 대동맥류가 고령층뿐 아니라 어린이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유전성 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혈관 상태를 살필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