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5일 (일)

“살인범도 공평하게 장기이식 받을 자격 있나?”… 생명 앞에 놓인 딜레마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진=AI 생성 이미지

장기이식은 말기 장기부전 환자의 장기를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장기로 대체해 건강을 회복하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25년 4만6550명에서 2026년 8월 4만8456명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반면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아 많은 환자가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숨진 환자는 3096명에 달했으며, 평균 대기시간은 약 6년이다.

뇌사자 장기이식을 받으려면 장기이식 의료기관에서 신체검사를 통해 적합 여부를 판정받고, 장기이식 대기자로 등록해야 한다. 이후 의학적 응급도, 혈액형, 지리적 근접성, 대기기간, 나이, 조직적합도, 과거 장기·골수 기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식 대상자를 선정한다.

그렇다면 장기이식처럼 의료자원이 제한돼 환자를 선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살인이나 강간 등 강력범죄 경력도 선정 기준에 포함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논란이 된 사례가 있다.

미국의 한 대학병원에서 심부전으로 오랫동안 치료받던 57세 남성 A씨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다. 새로운 치료법을 처음으로 인체에 적용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병원 측은 치료비 전액을 부담했다.

돼지 심장과 같은 이종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놀라움을 표했다. 대학병원은 물론 A씨에게도 관심과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과거 A씨에게 흉기 공격을 당한 B씨의 가족은 달랐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A씨는 1988년 자신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고교 동창 B씨를 흉기로 9차례 찔렀다. A씨는 재판에서 폭력과 흉기 은닉·소지 등의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B씨는 사건의 후유증으로 장애를 입어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해야 했다. 이후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다 2005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2007년 41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B씨의 가족은 "돼지 심장 이식 소식을 보고 획기적인 과학적 성과라고 생각하다가 환자의 이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사람들이 A씨를 영웅으로 부르는 것이 가슴 아프다. 우리 가족에게 그는 결코 영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수년간 A씨의 범죄로 인한 참상과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며 "A씨는 새 심장으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지만, 내 동생은 그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심장은 자격 있는 사람에게 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이식이나 최신 의료기술처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제한적인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강력범죄 경력과 같은 사회적 요소를 고려해야 할까?

사회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측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사회에 심각한 해악을 끼친 강력범죄자에게 한정된 고가의 의료자원을 우선 배분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공익과 사회적 법감정을 고려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한 강력범죄자에게는 일정 수준의 권리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셋째, 강력범죄자가 무고한 시민이나 피해자보다 먼저 최신 의료기술의 혜택을 받는다면 의료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회적 요소를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측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첫째, 의료는 형벌을 집행하는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권과 직결된 영역이라는 것이다. 환자가 누구든, 어떤 과거를 가졌든 의사는 생명을 살린다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 과거 범죄경력을 이유로 의료 혜택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처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둘째, 강력범죄 경력을 선정 기준에 포함한다면 그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도 문제다. 경범죄자나 세금을 체납한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반대로 국가와 사회에 크게 공헌한 사람에게는 우선권을 부여해야 할까?

이처럼 사회적 요소를 반영하기 시작하면 다양한 기준을 추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인간의 생명에 등급을 매기는 비윤리적 결과를 초래하고, 의료시스템의 객관성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세계 대부분의 공공의료 및 장기이식 시스템은 원칙적으로 의학적 기준을 중심으로 이식 대상자를 선정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수감자나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장기이식 대기자 명단에서 배제하지는 않는다.

앞서 소개한 미국 대학병원 역시 A씨의 범죄경력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의료서비스 제공자는 모든 환자를 개인의 배경이나 삶의 환경과 관계없이 치료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장기이식과 같은 최신 의료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자원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결정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제한된 의료자원을 배분할 때 의학적 적합성뿐 아니라 강력범죄 경력과 같은 사회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할까?

“살인범도 공평하게 장기이식 받을 자격 있나?”… 생명 앞에 놓인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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