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2일 (목)

여든 넘은 부모님 무릎 수술 해도 될까⋯의사가 나이보다 먼저 보는 5가지

심장병·당뇨병부터 근력·재활까지⋯인공관절 수술 결정 기준은 ‘다시 걷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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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가장 고통스러운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무릎 관절염. 통증도 통증이지만, 일상 생활이 어려워지니 삶의 질이 뚝뚝 떨어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추석 연휴,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니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실에서 화장실까지 가는 것도 힘겨워하고, 의자에서 일어설 때마다 무릎을 붙잡는다. 조심스레 인공관절 수술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고개부터 저으신다.

“내가 벌써 여든이 넘었는데, 이 나이에 수술받아 뭐 하려고?”

고령 부모님 무릎 수술을 놓고 고민하는 가족이 적지 않다. 고령화 추세가 빠른 부울경은 더 그렇다. 그중에서도 서부산권, 65세 이상 주민 비율(2026년 8월 기준)은 사하구 28.1%, 사상구 28.0%다. 상대적으로 젊다는 강서구도 15.6%다.

무릎관절염은 고령층의 일상 생활을 빠르게 무너뜨린다. 집 근처 나가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것. 그래서 2025년 무릎관절증(M17)으로 진료받은 환자만 345만 명에 이른다. 나이 80 넘는 초고령 환자도 많다.

하지만 초고령 환자는 진료 전반에 걸쳐 제약이 많다. 특히 수술이 더 어렵다. 일선 현장 의사들이 가장 신경 쓰며 확인하는 것은 무엇일까.

부산본병원 강형석 과장(정형외과)은 “고령 환자의 인공관절 수술은 나이 자체보다 관절 손상 정도, 심장·폐 등 전신 건강, 마취 위험, 근력과 재활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한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병원'인 부산본병원은 초고령층 관절염인 경우, 반드시 먼저 살펴보는 것들이 있다. 정형외과 강형석 과장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부산본병원

80세 넘었을 때 의사가 먼저 살피는 5가지

① 무릎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운가?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닳고 손상된 관절면을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이다. 퇴행성관절염이 심하게 진행돼 약물치료나 운동치료, 주사치료로도 통증과 기능 장애가 충분히 좋아지지 않을 때 주로 고려한다.

먼저 X선으로 관절 간격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뼈 변형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다. 필요하면 MRI 등 추가 영상검사로 연골과 반월상연골, 주변 조직의 손상도 자세히 본다.

하지만 영상에서 관절 손상이 심하다고 곧바로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잠을 자는 데 어느 정도 불편한지까지 함께 본다.

특히 고령 환자는 통증 때문에 덜 움직일수록 다리 근육이 빠지고 활동 범위도 좁아질 수 있다. 그래서 수술을 미루는 사이 보행 능력이 얼마나 떨어지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미국류마티스학회(ACR)와 미국고관절·슬관절외과학회(AAHKS)는 2023년 진료지침에서 증상과 영상검사에서 중등도~중증 관절염이 확인되고, 비수술 치료에도 효과가 부족해 인공관절 수술을 결정한 환자라면 추가적인 비수술 치료만을 위해 수술을 불필요하게 미루지 않도록 조건부 권고했다. 비수술 치료에만 필요 이상으로 매달리지는 말라는 얘기다.

②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병은 잘 조절되고 있는가?

80대 환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신장병 등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이런 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느냐다. 혈압과 혈당은 안정적인지, 심장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지, 호흡기 질환은 잘 조절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특히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당뇨병 환자는 수술 부위 감염이나 상처 회복 지연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럴 땐 수술을 서두르기보다 혈당부터 안정시키는 편이 낫다. ACR·AAHKS도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혈당 조절을 위해 수술을 미루는 방안을 조건부로 권고한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병력이 있다면 추가 평가가 필요할 수 있다. 무릎 상태만 보고 수술 여부를 정할 수 없는 이유다. 환자 상태에 따라 내과 등 관련 진료과와 협진해 수술 위험을 낮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③ 마취와 수술 후 합병증을 견딜 수 있는가?

고령 환자는 수술 중 출혈이나 심폐 기능 변화뿐 아니라 수술 후 폐렴, 혈전, 감염, 섬망 등에도 신경 써야 한다.

섬망은 수술이나 입원을 계기로 갑자기 주의력과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혼란스러운 행동이 나타나는 상태다. 나이가 많을수록 더 주의해야 한다.

수술 전에는 심전도와 혈액검사 등을 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심장이나 폐 기능을 추가로 확인한다.

마취도 환자 상태에 맞춰 선택한다. 척추마취와 전신마취 가운데 어느 한쪽이 모든 고령 환자에게 무조건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부산본병원 전종인 과장(내과)은 “평소 복용하는 약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는 출혈 위험과 혈전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의료진의 지시 없이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④ 근력과 체력은 회복을 버틸 만큼 남아 있는가?

같은 80세라도 몸 상태는 천차만별이다. 매일 산책하며 혼자 생활하는 80대가 있는가 하면, 70대인데도 집 안에서 걷기조차 힘든 사람도 있다.

이때 살펴보는 것이 ‘노쇠(frailty)’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뜻은 아니다. 근력과 체력, 몸의 회복 능력이 떨어져 작은 스트레스에도 건강 상태가 쉽게 나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근감소증도 영향을 준다. 특히 허벅지 근육이 많이 약해져 있으면 수술을 잘 마쳐도 일어서고 다시 걷는 과정이 더 힘들 수 있다.

영양 상태도 빼놓을 수 없다. 식사량이 적거나 최근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 수술 전 영양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수술 전에는 무릎만 볼 수 없다. 현재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지, 근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수술 뒤 재활을 따라갈 체력이 있는지도 같이 본다.

⑤ 수술 후 다시 걸을 준비가 돼 있는가?

인공관절수술의 목적은 관절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통증을 줄이고 다시 걷게 하는 데 있다.

수술 후에는 몸 상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빨리 근력운동과 보행훈련을 시작한다. 해외 진료지침에서도 고관절·무릎 인공관절수술 후 가능하면 수술 당일부터, 늦어도 24시간 안에 재활을 시작하도록 권고한다.

다만 회복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고령 환자는 근력과 균형감각, 동반질환에 따라 차이가 더 클 수 있다.

수술이 잘 끝났다고 재활까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퇴원 뒤에도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지, 가족이나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미리 생각해둬야 한다.

고령 환자가 많은 서부산권이라면 수술 이후 외래 진료와 재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접근성도 현실적인 고려 대상이다.

수술할까, 더 기다릴까⋯결정 기준은 ‘다시 걷는 삶’

고령 환자에게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나이만 보고 치료 가능성까지 닫을 필요는 없다.

약이나 운동치료로 통증이 조절되고 일상생활도 가능하다면 비수술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관절염이 심해지고 걷는 능력까지 크게 떨어졌다면 수술로 얻을 것과 감수해야 할 위험을 구체적으로 비교해봐야 한다.

부산본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병원’이다. 고령 환자의 인공관절수술에서도 수술만큼 중요한 것이 수술 전후 관리다. 전신 건강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내과 등 관련 진료과와 협진하며, 수술 후 다시 걷기 위한 재활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80대 환자에게 수술이 적절한지는 나이 하나로 답할 수 없다. ‘몇 살까지 수술할 수 있나’보다 ‘수술로 무엇을 되찾을 수 있는가, 그 과정의 위험은 얼마나 되는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

[FAQ] 고령층 무릎 인공관절수술, 이것이 궁금하다

골다공증이 심하면 인공관절수술을 못 받는가?

골다공증 자체가 수술을 못 하게 하는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다만 뼈가 많이 약하면 수술 계획이나 수술 후 골절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필요하면 골밀도와 골질을 확인해 치료 계획에 반영한다.

치매가 있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환자도 수술할 수 있나?

인지기능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일률적으로 배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수술 후 섬망 위험과 재활 지시를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는지, 낙상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따져야 한다. 보호자가 얼마나 돌볼 수 있는지도 고려 대상이다.

양쪽 무릎이 모두 아프면 한꺼번에 수술하는 것이 좋은가?

양쪽을 한꺼번에 수술하면 전체 치료 기간은 줄일 수 있지만 몸이 받는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심폐질환이 있다면 한쪽씩 나눠 수술하는 방법도 고려한다.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결정한다.

수술 후 언제부터 걸을 수 있나?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수술 당일이나 다음 날부터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보행훈련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실제 시작 시점과 걷는 거리는 수술 경과와 통증, 근력,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수술 후 재활치료는 얼마나 받아야 하나?

회복 속도와 운동 능력에 따라 다르다. 초기에는 관절 운동과 보행훈련을 하고, 이후 수주~수개월에 걸쳐 근력과 기능을 되찾아간다. 퇴원했다고 재활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도 의료진이 권한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좋다.

고령 환자는 인공관절수술 병원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나?

수술 경험만 볼 일은 아니다. 수술 전 전신 건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마취와 합병증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필요한 경우 다른 진료과와 협진이 가능한지, 수술 후 재활은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확인하는 게 좋다. 심장병이나 당뇨병 등 동반질환이 많다면 더욱 그렇다.

퇴원 후 혼자 생활하는 고령 환자도 괜찮을까?

보행 능력과 집안 환경에 따라 다르다. 혼자 산다면 화장실 이동이나 계단, 낙상 위험부터 식사와 약 복용, 외래·재활치료 때 이동할 방법까지 미리 따져봐야 한다. 퇴원 전에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돌봄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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