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에서 통증 완화와 감염 치료를 위해 치아를 뽑은 65세 카타르 남성은 3일 뒤 심한 두통과 혼돈 증상으로 쓰러졌다. 서둘러 응급실로 옮겨진 이 환자의 머릿속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과 뇌실이 부어오르는 급성 뇌수종이 발견됐다. 일상적인 치과 치료 때문에 큰 위험을 맞을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카타르 하마드 종합병원 연구팀에 의하면 이 환자는 고혈압, 만성 콩팥병, 제2형당뇨병, 허혈성 심장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과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만성병을 수두룩하게 앓고 있었다. 환자는 치아 발치 3일 후 참기 힘든 두통과 방향 감각 상실 증세를 보였고, 승용차 옆에 쓰러져 있는 그를 가족이 발견해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병원 도착 당시, 환자의 의식 척도(GCS)는 15점 만점에 14점으로 낮은 상태였다. 정밀 검사 결과, 뇌 표면의 지주막 아래 공간에 피가 흘러 퍼지는 확산성 지주막하출혈(SAH)과 뇌척수액이 빠져나가지 못해 뇌실이 확장된 뇌수종이 확인됐다. 다만 뇌출혈의 흔한 원인인 동맥류나 혈관 기형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 ‘비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의료진은 뇌압을 낮추고 뇌척수액을 빼내기 위해 환자의 오른쪽 머리 앞쪽(전두부)에 있는 전두엽에 ‘외부 뇌실 배액관(EVD)’을 삽입하고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입원 초기에는 고혈당과 대사성 산증, 백혈구 증가 등이 겹쳐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철저한 혈압 조절과 뇌혈관 경련을 막는 니모디핀 투여, 수액 및 영양 공급 등 집중 치료가 이어졌다.
환자는 치료 2일째부터 의식을 완전히 되찾는 등 전반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6일째부터는 배액관의 높이를 조절하며 단계적인 제거 절차에 들어갔다. 8일째에 잠시 두통이 악화되기도 했으나 혈관조영술로 이상이 없음을 최종 확인했고, 9일째에 배액관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다. 이후 일반 병동으로 옮겨 안정을 취한 환자는 입원 12일 만에 건강을 되찾았고, 외래 추적 관찰을 전제로 퇴원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Non-aneurysmal Subarachnoid Hemorrhage Following Routine Dental Extraction: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비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자발성 지주막하출혈의 약 15%를 차지한다. 하지만 치과에서 발치 후 발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물론 치과 치료 자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치아 발치 등 시술 과정의 통증이나 공포로 인한 교감신경 자극, 혈압 상승, 환자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고 힘을 주는 생리적 행위(발살바 기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취약한 미세 혈관이 터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콩팥병 등 만성병 환자는 혈관벽이 약해져 있어 작은 스트레스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치과 치료 전후에 혈압을 측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시술 후 극심한 두통이나 구토, 어지러움 등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병 유병률이 꾸준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의료진은 만약의 경우 뇌수종 등 합병증을 막는 뇌실 배액술을 서두르고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치아를 뽑는 단순한 치료가 어떻게 뇌출혈까지 일으킬 수 있나요?
A1. 발치 과정에서 느끼는 통증과 공포감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을 급격히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시술 중 긴장으로 숨을 참거나 힘을 주는 생리적 행위(발살바 기법)가 순간적으로 두개내 정맥압을 높여, 평소 혈관이 약해져 있던 환자에게 출혈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Q2. 치과 치료 전 뇌출혈을 예방하려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나요?
A2.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혈관에 부담을 주는 만성병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치과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담당 의사에게 자신의 기저질환(지병)과 복용 중인 약물을 상세히 알리고, 시술 중 긴장을 풀고 혈압이 급상승하지 않도록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Q3. 발치 후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하나요?
A3. 단순한 잇몸 통증이나 가벼운 두통은 발치 후 흔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참기 힘들 정도로 심한 두통이 갑자기 시작되거나 구토, 혼란, 어지러움, 의식 저하 등 신경학적 이상 증세가 함께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