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6일 (금)

“美 의료진 95만 명이 AI에 던진 2억7000만개 질문”⋯진단보다 정보

JAMA 게재, 하버드대 등 연구팀 논문⋯치료법·약물 정보 질문 많아 국내 전문가 “한국은 의료 AI 활용 환경 미흡⋯보안·책임 체계 마련”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미국 하버드대 의대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AI 기반 임상정보 플랫폼에 입력한 의료진들의 질문 약 2억7100만 건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사들은 인공지능(AI)에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할까. 질병을 진단해 달라는 요청보다 환자의 치료 방법이나 약물에 관한 정보를 묻는 경우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가 단순한 의학정보 검색을 넘어 실제 진료에 필요한 판단을 돕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젊은 의사, AI 활용 활발⋯전문과목 중엔 종양학·혈액학

미국 하버드대 의대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의사와 전문간호사, 의사보조인력, 약사 등 의료진 95만여 명이 AI 기반 임상정보 플랫폼에 입력한 질문 약 2억7100만 건을 분석한 결과를 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했다.

연구 대상은 의료진에게 의학 논문과 진료지침 등을 근거로 답변을 제공하는 의료 특화 AI 플랫폼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다.

연구팀은 2024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플랫폼을 이용한 의료진 95만2008명의 기록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의사는 55만6200명이었으며, 2026년 6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는 70만3265명이었다.

의사들이 AI에 질문한 내용을 살펴보면 치료·관리 관련 질문이 33.1%로 가장 많았다. 약물 정보와 질병 진단이 각각 14.1%, 13.9%로 뒤를 이었다. 의사들이 AI를 단순히 병명을 찾는 데 사용하기보다 치료 방향을 결정하거나 약물 정보를 확인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의사의 경력과 전문과목에 따라서도 이용 양상에 차이가 있었다. 의대 졸업 후 10년 이내 의사들의 질문 비중은 전체 의사 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 기대치의 2.54배였다. 전문과목별로는 종양학·혈액학이 2.00배, 내과가 1.88배, 가정의학과가 1.80배로 높았다. 반면 안과와 영상의학과, 정형외과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국 의료현장도 AI 활용 확대⋯보안은 과제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의료현장에서 AI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과 한국은 의료기관의 AI 활용 환경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원격의료학회 감사인 한종수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챗GPT와 클로드, 제미나이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잘못된 답변이 줄어들고 근거를 제시하는 기능이 발전하면서, 의사들도 단순한 의학지식 확인을 넘어 복잡한 질문을 던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오픈에비던스는 일반적인 생성형 AI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에비던스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개발된 플랫폼으로, 의학 논문과 진료지침 등을 근거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 교수는 미국의 경우 의료기관이 환자정보 보호를 위한 별도의 보안 환경을 구축하고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에서는 의료정보 보호법(HIPAA)에 따른 보안 요건을 충족하고, 의료기관과 AI 서비스 제공업체가 사업제휴계약(BAA)을 체결해 환자정보 처리와 보호 책임을 정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그는 "미국은 의료기관 단위의 AI 활용이 한국보다 활발하다"며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들은 데이터 보안이 보장된 환경에서 AI를 사용할 수 있고, 기업과 정부의 대응도 빠르다"고 말했다.

의료기관별로 데이터를 분리해 관리하고 내부 환경에 맞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진 점이 의료진의 기술 수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AI의 답변, 최종 판단은 의사 몫

의료진의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답변의 정확성과 책임 문제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의사들이 AI를 얼마나 자주,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지를 분석했지만 AI의 답변이 정확했는지, 실제 환자의 치료 결과가 개선됐는지는 평가하지 않았다.

한 교수는 "미국에서도 AI가 내놓은 결과가 검증 없이 곧바로 환자에게 제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사가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활용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료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제병원연맹(IHF) 차기 회장인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AI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명사적 전환점"이라며 "의료계도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19~22일 서울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49차 IHF 세계병원대회의 대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90개국에서 병원·보건의료계 관계자 2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병원대회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주관하는 제6회 세계바이오서밋도 열린다. 이 자리에서 의료 AI 전환에 따른 과제를 논의하고 ‘글로벌 AI 헬스케어 서울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젊은 의사들이 AI를 더 많이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도 "연령과 국가별 경제 수준, 통신 인프라 등에 따라 새로운 의료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 AI의 지속 가능한 활용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과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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