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9일 (월)

[기자수첩] 신약 개발하라면서⋯연구개발 제약사 옥죄는 약가인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보건복지부 청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제약산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제네릭(복제약) 약가제도 개편에 나섰다. 제네릭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투자해 온 제약사들까지 약가인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가 충분히 정교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열린 ‘제3차 제약산업 혁신 민·관협의체’에서 제네릭 중심 산업구조의 문제점을 재차 지적했다. 위탁생산과 공동생동 제도를 활용한 유사 제품이 난립하면서 기업별 연구개발 역량은 제한적인 반면, 판촉 중심의 영업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3월 약가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신규 등재 제네릭 의약품에는 올해 8월부터 새로운 약가 산정기준이 적용되고 있으며, 기존 등재 제네릭 의약품은 내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약가가 인하될 예정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에 자체 연구개발이나 생산 역량 없이 제네릭 판매에 의존하는 일부 제약사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본다.

문제는 약가인하의 영향이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제약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대형 제약사들도 제네릭 판매로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이를 신약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다. 약가인하로 이러한 수익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부 제약사는 벌써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수익성 악화가 신약 연구개발에 투입할 재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업계에서는 연구개발에 투자해 온 제약사와 그렇지 않은 기업의 약가인하 부담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정부도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우대책을 마련했지만, 실제 연구개발 투자 규모와 생산시설 유지에 따른 부담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약가인하가 연구개발 투자가 저조한 제약사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지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위탁생산과 영업대행(CSO)에 의존하는 일부 기업은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조직에 대한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자체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조직을 유지하는 기업은 약가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와 고정비 부담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네릭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 다만 약가인하가 실제로 어떤 기업에 더 큰 부담을 주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에 소극적인 기업은 시장에 남고, 오히려 연구개발에 투자해 온 기업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면 정책 취지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마련한 차등 우대책이 이러한 부작용을 막을 만큼 충분히 정교한지는 향후 시행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병탁 기자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