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 (수)

우울증 악화인 줄 알았더니… 60대 여성의 자살 충동 부른 ‘침묵의 뇌종양’

마비 등 뚜렷한 신경 증상 없어…급격한 행동 변화에 뇌 촬영해 발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60대 여성이 갑자기 자살충동과 환청을 겪어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을 발견한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을 앓던 60대 여성이 갑자기 자살충동과 환청을 겪어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을 발견한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보고한 사례다. 이 69세 여성은 경도 지적장애와 우울증이 있었지만, 평소에는 독립적이고 자신감 넘치며 활기찬 사람이었다.

가족에 따르면 여성은 병원을 찾기 약 5일 전부터 평소와 확연히 달라졌다. 혼란스러워했고, 이유 없이 자리에 없는 가족이 자신을 부른다고 말했다. 평소 8시간이던 수면시간은 약 4시간으로 줄었다. 음식 맛이 이상하다며 식사를 적게 했다. 병원을 찾기 전날 밤에는 가족에게 괴로움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고 했다.

진료 중에도 감정이 빠르게 바뀌었다. 불안해하며 담요를 꽉 쥐고 집에 가고 싶다고 애원하다가, 갑자기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였다.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변화도 나타났다. 얼굴 마비나 팔다리의 뚜렷한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행동에 뇌 촬영…오른쪽 측두엽에서 종양 발견

가족은 안전을 걱정해 정신과 입원을 요청했다. 의료진은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와 최근 여러 차례 넘어진 사실에 주목했다. 우울증 악화로만 보기 어려워 뇌 CT 검사를 진행했다.

의외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오른쪽 측두엽(귀 안쪽에 있는 뇌 부위)에 종양으로 보이는 덩어리가 발견됐다. 주변 뇌 조직도 부어 있었다. 이어 시행한 MRI에서는 내부에 액체가 차고 일부 조직이 죽어 있는 큰 종양이 확인됐다.

영상에서는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이 의심됐다. 그러나 수술이나 조직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종류는 확진되지 않았다. 여성과 가족은 수술 등 추가 치료를 원하지 않았다. 여성은 가족의 돌봄을 받으며 정신과 외래 진료를 이어갔고, 두 달 뒤 사망했다. 논문에는 구체적인 사망 원인이 제시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감정·성격 변화, 기존 우울증 탓으로만 보면 안 돼

뇌종양은 두통이나 마비보다 감정·행동의 변화로 먼저 드러나기도 한다. 종양이 뇌를 누르거나 주변 조직을 붓게 하면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의 연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여성도 종양이 증상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의료진은 “이런 정신 증상은 종양의 직접적인 영향이나 뇌 조직의 부종, 신경 신호가 전달되는 경로의 손상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진은 "노년층에서 갑자기 나타난 정신 증상, 특히 평소와 다른 증상을 기존 정신질환이나 나이에 따른 인지 저하 탓으로 성급히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든 우울증 환자에게 뇌 촬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새로운 환청과 급격한 감정 변화, 식욕 부진, 평소와 다른 행동 등이 추가 검사의 단서가 됐다. 의료진은 "환자의 평소 생활과 행동을 잘 아는 가족 등의 설명은 진료 중 드러나지 않는 변화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사례는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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