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8일 (목)

청소년 절반 넘게 “AI에 의존적”⋯부모 알아도 이용 규칙 정한 경우 2.5% 불과

'의존적' 응답 51.7%로 전 연령대 최고⋯복지부·신경정신의학회, 아동·청소년·보호자용 AI 이용 권고 별도 마련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청소년 10명 중 5명 넘게 스스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의존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답변은 51.7%를 차지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이를 감안, 정부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권고 7개를 따로 만들었다.

이번 권고는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최준호)가 정신건강의 날(10일)을 맞아 8일 발표한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에 담겼다. 마음 건강을 위해 AI를 쓰는 국민이 과의존과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활용하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 제작됐다.

청소년 의존도는 가이드라인과 함께 공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나왔다. 이 조사는 8월 25일부터 9월 4일까지 최근 한 달 안에 생성형 AI를 쓴 15~79세 1019명을 대상으로 했다. 청소년(15~18세) 응답자 201명 가운데 69.2%는 일상 대화, 감정적 교감, 정신건강 상담 같은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쓴다고 대답했다. 전체 응답자(68.8%)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동·청소년·보호자 권고 14개⋯금지·통제보다 이해와 대화

청소년의 83.1%는 보호자가 자신의 AI 이용을 안다고 답변했다. 다만 보호자와 이용 규칙을 함께 정한 청소년은 2.5%에 그쳤다. 알고는 있어도 구체적인 지도나 대화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동·청소년용 권고의 첫머리는 ‘AI는 내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이다. AI의 말을 그대로 따르지 말고 내 생각부터 정리해, 내 나이에 맞는 권유인지 따져 보라고 했다. 이름·학교·사는 곳·연락처·사진은 AI에게 알려주지 말아야 한다. 대화를 끝낼 때 미안해하거나 눈치 볼 필요도 없다. AI는 실제 감정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AI 캐릭터를 실제 친구나 연인처럼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도 스스로 돌아보도록 했다. 혼날까 봐, 또는 말할 사람이 없어서 AI에게만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다면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야기해 보라고 권했다.

AI가 동의해 준다고 괜찮은 행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AI가 위험하거나 이상한 말을 하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말해야 한다. 마음이 힘들 때 찾을 곳으로는 학교 상담 선생님과 Wee클래스, 청소년상담1388,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미리 알아 두라고 했다.

보호자에게는 무조건 금지하거나 통제하기보다 아이를 이해하고 대화하라고 했다. 아이가 AI를 무엇에, 어떻게 쓰는지 먼저 들어주고 기본 규칙을 함께 정하라는 것이다.

아이가 AI를 쓴다고 하면 꾸짖거나 무관심하게 넘기지 않아야 한다. 서비스가 처음부터 아동·청소년을 위해 설계됐는지, 개인정보 보호 설정이 가장 안전한 상태인지도 따져야 한다.

아이가 AI 캐릭터를 친구나 연인처럼 여기며 지나치게 의지하지는 않는지, 이용 시간이 계속 늘지는 않는지 살피라고 했다. AI로 얻은 정신건강 정보가 안전하고 아이에게 맞는지 점검하고, 위기 신호가 보이면 곧바로 전문가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용자 10명 중 7명 위로·상담에도 AI⋯답변을 진단처럼 받아들인 경험 14.6%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응답자의 79.9%는 AI의 답변이나 조언에서 도움을 받거나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현실의 일에 집중하려 해도 AI와 대화를 계속하게 된다는 응답이 16.3%, 주변과 상의하지 않고 AI 조언만으로 퇴사·이별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는 응답이 10.6%였다.

AI의 답을 의학적 진단처럼 받아들인 경험은 14.6%였다. 이 비율은 스스로 정신건강이 나쁘다고 답한 사람에서 33.9%로, 좋다고 답한 사람(9.3%)보다 훨씬 높았다. 정신건강 목적으로 AI를 쓰는 사람은 앞의 두 항목에서 각각 23.4%, 17.8%로 전체보다 높았다.

AI가 준 정신건강 정보를 전문가나 공식 자료로 확인한 사람은 11.9%에 그쳤다. 우울감이나 자해·자살 충동 같은 위기 상황을 AI에 털어놓은 응답자(115명) 가운데 49.6%는 대화를 중단한 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금지도 권장도 아니다⋯모든 이용자 핵심 메시지 3가지, 권고 21개

모든 이용자용 가이드라인은 AI를 정신건강 목적으로 쓰는 것을 금지하지도, 권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개인정보 노출, 잘못된 정보, 과의존 같은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이용 흐름에 따라 3가지 핵심 메시지와 21개 권고문을 내놨다.

첫째는 ‘마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살펴보고 정해 두세요’라는 메시지다. 서비스가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고 효과에 근거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의학적 효과를 내세운다면 공인기관의 검증과 승인을 받았는지도 봐야 한다. 입력한 정보가 어떻게 저장·활용되는지 알아보고, 이름·연락처·주소처럼 나나 다른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넣지 말아야 한다. 진단서·처방전·검사 결과지는 사진이나 파일로 올리지 말고 궁금한 내용만 질문하라고 했다. 무엇을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언제 끝낼지도 대화 전에 정해 두라는 조언이다.

둘째는 ‘내 상태에 대한 AI의 말을 결론으로 삼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다. AI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AI가 내놓은 진단이나 상태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AI가 내 말에 동의해도 내 생각이 맞다는 근거로 삼지 말고, 다른 관점이나 반대 의견을 달라고 요청해 보라는 것이다. 판단이나 조언을 내놓으면 이유와 근거를 직접 물어 따져 보고, AI가 만든 글이나 이미지는 검증된 자료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내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맥락과 동떨어진 답은 따르지 말라고 했다.

셋째는 ‘AI와 적정한 거리를 두고, 사람에게 이야기하세요’라는 메시지다. 사람을 흉내 내는 AI라도 실제 사람이 아님을 잊지 말고, 이용 시간이 늘거나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가 줄면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라고 했다. 중요한 결정은 AI에게만 묻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응답이 나오면 즉시 대화를 멈추고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알리고, 진료나 상담을 받고 있다면 쓰는 AI 서비스를 담당 전문가에게 알려야 한다. 자해·자살 생각이나 환청·환시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AI에 기대지 말고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 등에 바로 연락해야 한다.

응답자 86.9% “정부 역할 필요”⋯복지부, 2027년 고위험군 맞춤형 지침

응답자의 86.9%는 AI 이용과 관련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시급한 지원으로 가이드라인 수립 및 법제도 정비(68.7%), 대화 기록 저장·활용 규율과 이용자 통제권 보장(66.8%)을 꼽았다. 복지부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나가고, 2027년에는 중증정신질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이선영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친절하고 확신에 찬 답변이 항상 정확성이나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준호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AI는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는 만큼, 필요한 경우 의료진의 도움을 적기에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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