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북항에 나타난 상어 한 마리를 보기 위해 수십만 명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이른바 ‘부캉이’라고 불리는 상어. 부캉이는 부산에 나타난 상어라는 뜻으로 붙은 이름으로, 9월18일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처음 목격된 이후 보름 넘게 같은 수로에 머물고 있다.
부캉이의 등장 이후 친수공원 누적 방문객은 지난 5일 기준 100만 명을 넘을 정도다. 평소 하루 2000명 안팎이 찾던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관심이다. 무엇보다 상어는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북항에 나타난 부캉이에는 열광하는 것일까?
상어에서 ‘부캉이’로
사람은 자신이 잘 모르는 대상의 행동을 이해할 때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대입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의인화(anthropomorphism)라고 한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사물에 사람의 감정·생각·의도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어가 갑자기 방향을 바꿨을 때 단순히 상어가 이동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서 다른 곳으로 간 걸까’ 처럼 행동에 이유를 붙일 수 있다. 상어의 움직임을 마치 사람의 행동처럼 해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 연구팀이 2010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퍼스낼리티 앤드 소셜 사이콜로지(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로봇일수록 사람들은 이를 더 사람처럼 평가했다.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알기 어려운 대상을 마주하면 그 행동에 나름의 이유나 의도를 붙이게 된다는 것이다.
부캉이도 이런 심리와 맞닿아 있다. 언제 나타날지,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 없는 야생 상어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궁금증은 커진다. 여기에 부캉이라는 이름까지 붙으면서 하나의 캐릭터가 됐다. 실제로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대상을 보다 친숙하게 느끼게 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늘 아니면 못 볼 수도”…희소성이 호기심 키워
부캉이 열풍에는 쉽게 만날 수 없다는 특성도 빼놓을 수 없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 갑자기 나타났다가 이동하는 야생 상어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쉽게 얻을 수 없는 대상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희소성 원칙(scarcity principle)’으로 설명한다. 흔하지 않은 물건이나 한정된 경험에 관심이 커지는 것과 비슷하다.
부캉이의 경우 ‘지금 가면 볼 수 있을까’라는 불확실성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됐을 수 있다. 실제로 부캉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수시로 위치를 확인하고 목격 정보를 공유했다.
소셜미디어가 키운 부캉이 열풍
누군가 부캉이를 발견해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면 또 다른 사람이 이를 보고 찾아간다. 새로운 목격담이 올라오고, 위치 정보가 공유되면서 직접 만나지 않은 사람들까지 같은 대상을 함께 지켜보게 된다.
동물은 이런 공유가 쉬운 대상이기도 하다. 정치나 사회 문제처럼 의견이 갈릴 필요가 없다.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도 ‘귀엽다’, ‘어디 갔지?’ 같은 간단한 감정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상어라는 동물 자체만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름을 붙여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이 부캉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