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6일 (화)

빛으로 뇌 자극하는 ‘스마트 안경’ 나왔다⋯알츠하이머 예방·관리 새 가능성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 ‘투명 OLED 스마트 안경’ 개발⋯감마파 활동·뇌 신호 전달 변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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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일상생활 중에도 빛으로 뇌를 자극할 수 있는 ‘투명 OLED 스마트 안경’을 개발했다. 사진은 기사에 소개된 투명 OLED 스마트 안경과 무관한 참고용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빛으로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하는 ‘광유전학(optogenetics)’ 연구에 돌아간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빛으로 뇌를 자극할 수 있는 ‘투명 OLED 스마트 안경’을 개발했다. 알츠하이머병 등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관리하기 위한 뇌 자극을 병원이나 실험실 밖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와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유승협 교수 공동 연구팀은 주변을 바라보면서도 뇌에 빛 자극을 줄 수 있는 투명 OLED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고 실제 뇌 활동 변화를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올해 노벨상이 주목한 광유전학이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이용해 특정 신경세포의 활동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이라면, 이번 연구는 몸에 기기를 삽입하거나 별도의 시술을 하지 않고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이용한다. 투명 OLED 안경을 통해 일정한 주기로 깜빡이는 빛을 전달해 인지기능과 관련된 뇌의 ‘감마파’ 활동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감마파’다. 감마파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서로 다른 뇌 영역이 정보를 주고받을 때 나타나는 고주파 뇌파로, 기억력과 주의력 등 인지기능과 관련돼 있다.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여러 뇌 영역 사이의 정보 전달 기능이 약해지고 감마파 활동도 함께 변화한다.

이에 특정 주파수로 깜빡이는 빛을 보여줘 감마파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이 비침습적 뇌 자극법으로 연구돼 왔다. 머리에 전극을 삽입하거나 수술·시술을 하지 않고 시각 자극만으로 뇌의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에도 OLED를 안경에 부착해 빛을 자극하는 연구가 있었지만, 불투명한 패널이 시야를 가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개발한 ‘투명 OLED’ 안경은 빛 투과율이 75%에 달해 착용한 상태에서도 주변을 볼 수 있다. 안경 전체에서 빛이 고르게 나오는 정도를 나타내는 ‘화면 밝기 균일도’도 90% 이상이었다.

연구진은 실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건강한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투명 또는 불투명 OLED 안경과 주변광 유무를 조합한 네 가지 조건에서 빛 자극 전후의 뇌 활동을 비교했다.

그 결과 투명 OLED 안경을 쓰고 주변에 빛이 있는 일상생활과 비슷한 환경에서 감마파 활동 변화가 가장 뚜렷했다.

투명-비투명 OLED 안경과 주변광 유무를 조합한 네 가지 조건에서 감마 진동수 빛 자극 결과. 사진=분당서울대병원


뇌 영역 사이의 신호 전달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투명 OLED 안경을 쓰고 주변광이 있는 환경에서는 빛 자극으로 발생한 신호가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뇌 뒤쪽 후두엽에서 인지기능과 관련된 앞쪽 전두엽으로 전달되는 정도가 가장 활발했다. 연구팀은 빛 자극의 영향이 시각 영역을 넘어 인지기능과 관련된 뇌 영역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로 해석했다.

사용 편의성도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투명 OLED 안경을 주변광이 있는 상태에서 착용했을 때 눈부심과 눈의 피로를 가장 적게 느꼈다고 평가했다.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웨어러블 뇌 자극 기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로 연구 대상을 확대해 실제 인지기능 변화와 안전성, 활용 가능성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김기웅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진행되면서 뇌의 여러 영역 간 정보 전달 기능이 약해지는 질환인 만큼, 뇌 기능을 꾸준히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감마파 자극을 일상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하고, 실제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병원 방문이나 특수 장비 없이 안경을 착용하는 것만으로 꾸준히 뇌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유승협 교수도 “이번 연구는 투명 OLED 기술을 활용해 시야를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감마파를 전달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디스플레이 기술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뇌 자극과 같은 의료 분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유승협 교수, 서울대 박예승 연구조교수, KAIST 채현욱 박사. 사진=분당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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