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는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다.
한 번 감염되면 완치할 수는 없지만,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먹으면 몸속 바이러스양을 검사로도 잡히지 않을 만큼 낮춰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이 상태를 '바이러스가 억제됐다'고 부른다.
그런데 오래 치료받다 보면 그동안 써온 약에 내성이 생기기도 한다. 남은 약들을 조합하다 보면 하루 여러 알을 먹어야 하는 환자가 생긴다.
이런 환자도 하루 한 알로 치료를 끝낼 수 있는 약이 처음 나왔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HIV 치료제 '빅슬렌보(Bixlenvo)'를 승인했다고 27일(현지시간 ) 밝혔다.
왜 이런 환자에게만 필요할까
빅슬렌보는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 성인 HIV 환자가 약을 바꿔 탈 수 있는 치료제다. 대상은 혈액 1mL당 HIV가 50개 미만으로 억제된 환자다. 그중에서도 여러 약을 함께 먹어야 해 기존의 하루 한 알짜리 복합제를 쓰지 못했던 환자들이 있다. 이들에게 빅슬렌보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빅슬렌보는 비크테그라비르 75mg과 레나카파비르 50mg을 하나로 합친 정제다.
비크테그라비르는 오랫동안 HIV 표준치료에 쓰여온 약이다. 바이러스가 세포의 유전자에 끼어들지 못하게 막는다. 레나카파비르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약으로, 작동 방식이 전혀 다르다. 바이러스의 겉껍질(캡시드)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막아, 두 약은 내성 문제가 서로 겹치지 않는다.
고령·장기 치료 환자들에게 나타난 변화
이번 승인의 근거가 된 임상시험에는 HIV 치료제 개발 역사상 가장 고령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참가자 나이는 중간값 60세, HIV 치료를 받아온 기간은 중간값 28년이었다. 임상 시작 시점에 하루 2~11알의 약을 먹고 있었고, 참가자의 약 40%는 하루 두 번 이상 약을 먹어야 했다. 그만큼 내성이 쌓여 복잡한 치료를 받던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여러 약을 함께 먹던 참가자들이 빅슬렌보 한 알로 바꿨다. 이후 48주째까지 기존 치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바이러스가 억제된 상태를 유지했다.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두통(4%), 메스꺼움(3%), 설사(2%)였다. 오히려 일부 혈중 지질 수치와 환자가 느끼는 치료 만족도는 더 좋아졌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처음 이틀은 순렌카(레나카파비르 단일제) 2정을 빅슬렌보와 함께 먹고, 사흘째부터는 빅슬렌보 한 알만 매일 먹으면 된다.
비크테그라비르와 레나카파비르를 합친 이 조합은 아직 미국 밖에서는 어느 나라에서도 승인되지 않았다.
이번 임상을 이끈 클로이 오르킨 영국 런던퀸메리대 교수는 "내성이나 약물 내약성 문제로 기존 권장 복합제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오데이 길리어드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치료를 바꾸거나 간소화하려는 HIV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게 됐다"며 "매일, 매주, 그리고 더 긴 간격으로 먹는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번 승인이 앞으로 이어질 여러 승인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