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서울병원이 폐암과 식도암 수술에 최신 로봇 장비인 ‘다빈치5’를 도입했다. 혈관과 신경이 몰린 가슴 안쪽을 더욱 섬세하게 다루고, 환자 상태에 맞는 최소침습 수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삼성서울병원은 다빈치5를 폐식도외과 전용 장비로 도입했다고 3일 밝혔다. 병원은 2023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폐식도외과 전용 로봇을 배치한 바 있다. 이번에는 최신 기종을 추가해 고난도 폐암·식도암 수술에 활용할 계획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름 딴 수술로봇
다빈치는 미국 의료기기 기업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개발한 로봇 보조 수술 장비다. 1980년대 미국 연구기관 SRI인터내셔널의 원격수술 연구에서 출발했다. 첫 제품은 1999년 출시됐고, 이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복강경 수술용으로 허가받았다.
이름은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이자 해부학·기계 연구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따왔다. 인체 구조를 세밀하게 연구하고 사람처럼 움직이는 기계장치를 설계한 그의 업적을 기리는 뜻이다.
‘로봇수술’이라고 하지만 기계가 스스로 판단해 집도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가 수술실 안의 조종석에 앉아 카메라와 기구를 직접 움직인다. 로봇은 의사의 손동작을 더 작고 정교하게 바꿔 몸속으로 전달한다.
다빈치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집도의가 앉아 조작하는 ‘서전 콘솔’, 환자 곁에서 기구를 움직이는 로봇 팔, 수술 부위를 입체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서전 콘솔은 로봇 팔을 움직이는 운전석에 해당한다.
집도의의 손 떨림을 걸러내고, 손목처럼 여러 방향으로 꺾이는 작은 기구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확대된 3차원 영상을 보면서 좁고 깊은 곳까지 접근할 수 있다.
전용 기구 쓰면 밀고 당기는 힘 전달
다빈치5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포스 피드백’이다. 전용 기구를 사용하면 수술 부위를 밀거나 당길 때 생기는 힘이 집도의의 조종 손잡이로 전달된다. 모든 다빈치5 수술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능은 아니다.
기존 로봇도 확대된 입체 영상을 보며 기구를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몸속 장기나 혈관의 저항을 손으로 느끼기는 어려웠다. 포스 피드백은 이를 집도의에게 알려 수술 부위를 지나치게 세게 잡거나 당기는 일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영상과 조작 기능도 개선돼 좁은 공간에서 더욱 세밀하게 움직일 수 있다.
폐와 식도 주변에는 심장과 큰 혈관, 기도, 신경처럼 손상되면 위험한 구조물이 몰려 있다. 암 주변 림프절을 떼어내거나 혈관과 신경 사이에 붙은 조직을 분리할 때 세심한 조작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포스 피드백이 사람 손의 촉각을 그대로 되살리는 것은 아니다. 기존 기종보다 출혈이나 합병증, 입원 기간을 얼마나 줄이는지는 앞으로 실제 진료 결과로 확인해야 한다.

다빈치5는 여러 구멍, 단일공은 별도 기종
다빈치5는 몸에 여러 개의 작은 구멍을 내고 로봇 팔을 넣는 ‘다공식’ 기종이다. 하나의 구멍으로 카메라와 기구를 넣는 단일공 수술에는 별도 모델인 ‘다빈치 SP’를 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전부터 단일공 로봇수술을 시행해 왔다. 다공식 최신 기종인 다빈치5를 추가,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수술법의 폭을 넓혔다.
단일공 방식은 몸에 내는 구멍 수를 줄일 수 있지만 모든 폐암·식도암 환자에게 적합하지는 않다. 암이 주변 장기를 침범했거나 이전 수술로 장기끼리 심하게 달라붙었다면 다공식 로봇수술이나 가슴을 여는 개흉수술이 더 안전할 수 있다.
로봇수술을 비롯한 최소침습 수술은 절개 범위가 작아 통증과 회복 부담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다만 수술법은 장비가 얼마나 최신인지보다 암의 위치와 진행 정도, 환자의 몸 상태, 의료진의 경험을 함께 따져 정해야 한다.
폐암·식도암 5년 생존율도 공개
삼성서울병원이 공개한 2025년 진료 성적에 따르면 원발성 폐암과 식도암 근치절제술 뒤 30일 이내 사망률은 각각 0.1%, 0%였다.
원발성 암은 다른 장기에서 번진 암이 아니라 해당 장기에서 처음 생긴 암을 뜻한다. 근치절제술은 눈에 보이는 암을 모두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술이다.
병원이 공개한 5년 상대생존율은 폐암 65.7%, 식도암 62.5%였다. 상대생존율은 같은 연령대 일반인과 비교해 암 환자가 진단 뒤 5년간 생존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한국 평균은 폐암 42.5%, 식도암 43.5%였다. 미국 평균은 각각 28.1%, 21.9%였다. 다만 삼성서울병원과 한국 수치는 2019∼2023년, 미국 수치는 2015∼2021년 자료로 집계 기간이 다르다.
의료기관마다 환자의 나이와 암 병기, 수술 가능 여부도 제각각이다. 숫자만으로 병원별 치료 수준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장은 “다학제 기반 위에 폐식도암 분야에서 고난도 수술을 개척해 왔다”며 “환자의 삶의 질까지 바라보며 로봇수술 등 최소침습적 수술 방법을 고도화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는 2025년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로봇수술 에피센터’로 선정된 바 있다. 에피센터는 해당 분야의 경험과 교육 역량을 인정받아 다른 병원 의료진의 수술 참관과 훈련을 맡는 기관이다.
로봇수술 앞두고 꼭 확인할 네 가지
치료를 앞둔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장비 이름보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수술법을 선택하는 일이다.
담당 의사에게 △기존 흉강경이나 개흉 방식보다 로봇을 이용할 때 유리한 점 △다공식과 단일공 가운데 어떤 방법을 쓰는지 △도중에 개흉수술로 바꿀 가능성 △예상 본인부담액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로봇 보조 수술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로봇의 도움 없이 별도로 시행하는 필수 검사나 치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다.
병원과 수술법에 따라 부담액이 달라질 수 있다. 예상 총진료비와 실손보험 보장 범위를 미리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