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16세 소년이 '근육이 아프다'고 호소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사연이 전해졌다. 단순한 근육통으로 보였던 증상 뒤에는 치명적인 세균 감염, 수막구균 B형 감염이었다.
영국 매체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23일, 호주에 사는 리바이 사이어는 평소처럼 친구들과 어울린 뒤 집으로 돌아와 근육통을 호소했다. 그의 엄마 놀리아 사이어-피터슨은 아들이 메스껍다하고 밥도 안먹는다해 위장염인 걸로 생각하고 다음날 병원 예약을 잡았다. 하지만 새벽 1시 30분경 욕실에서 뭔가 쿵하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아들이 바닥에서 구토와 고열, 혼란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리바이는 점차 말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즉시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60명에 달하는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 발생 후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패혈증으로 숨을 거뒀다. 의료진은 심장 기능이 멈춘 리바이에게 90분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회복시키지 못했다.
의사들은 리바이가 ‘수막구균 B형(Meningococcal type B)’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이 세균은 혈류를 통해 전신에 빠르게 퍼지며, 감염 후 몇 시간 만에 쇼크와 다장기 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리바이의 얼굴과 몸에는 특징적인 보라색 반점이 나타났고, 폐에 고인 체액을 제거하기 위한 삽관 치료가 이뤄졌다.
리바이는 학교에서 수막구균 ACWY 백신을 접종받았지만, B형에 대한 면역은 없었다. 어머니는 “부모들이 백신의 종류와 접종 시기를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며 “B형 예방접종은 청소년기(중학교 3~4학년 시기)에 제공되지만 모든 학생이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머니 놀리아는 인터뷰에서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지만, 의사는 ‘이 세균은 몸속을 쓰나미처럼 휩쓴다’고 말했다”라며 “단 몇 시간 만에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진행 속도 빠르고 치사율 높아…국내 확진 균주 77%도 B형
수막구균은 환자나 보균자의 코나 입의 점액에 머물다 비말 또는 직접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수막구균이 혈류로 침투하면 순식간에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특히 B형 감염은 증상 발현 후 24~48시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급성 패혈증을 일으킨다.
수막구균 감염은 고열, 구토, 근육통, 혼란, 빠른 호흡, 창백하거나 얼룩진 피부, 발진, 목의 뻣뻣함, 빛 공포증, 졸림, 경련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감기나 독감 증상과 비슷해 초기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지 말단의 냉감, 보라색 반점, 의식 저하 등이 동반되면 응급 상황으로 즉시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영국과 호주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수막구균 B형 감염에 의한 사망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22~2023년 사이 33명이 사망했으며, 특히 1~4세 어린이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호주에서도 학교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통해 수막구균 ACWY형(네 가지 혈청형)을 접종하고 있지만, 가장 치명적인 B형은 아직 모든 청소년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 침습성 수막구균 감염은 드물지만 치명률이 높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연간 보고 건수는 5~6건 수준으로 낮지만, 최근 분리된 균주의 77%가 B형으로 확인됐다. 과거 A·C·W·Y형이 주를 이루던 국내 상황도 바뀌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막구균 백신이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는 포함되지 않았고, 면역저하자·군인·기숙사생 등 고위험군 중심으로만 권고되고 있다. 군대에서는 2012년부터 4가(ACWY) 백신이 의무화됐으며, B형 백신 ‘벡세로(Bexsero)’는 2024년 국내 도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