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9일 (목)

케네디發 '백신 무용론'…美 공중보건 격랑 속으로

mRNA백신 연구 지원 중단·CDC 국장 해임...백신 정책 뒤흔들자 의료계 등 강력 반발

미국의 백신정책이 케네디발(發)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백신 반대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연구 지원 중단, CDC(질병통제센터) 국장 경질 등 강경 행보를 이어 가며 '백신 전쟁'의 불씨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수십년간 지켜온 백신 정책의 근간이 뿌리째 뽑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9일(현지시각) ‘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 전략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을 더 건강하게 만들자는 명분으로 내세운 이 보고서에는 백신 접종 일정 재검토, 부작용 조사 강화 등이 담겨 있다. 수십 년간 이어온 예방접종 정책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불과 2주 전에는 취임한 지 한 달 된 수잔 모나레즈 CDC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백악관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의제에 발맞추지 않았다는 점을 면직 이유로 언급했지만, 업계에서는 모나레즈의 입장이 케네디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을 해임 배경으로 꼽는다. 수잔 모나레즈는 ‘백신이 생명을 구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해임 이후 그는 외신을 통해 케네디로부터 백신자문패널의 모든 권고를 과학적 근거 없이 사전승인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CDC와의 마찰 가능성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케네디 장관은  대표적인 백신 회의론자로 수년간 자폐와 백신의 연관성을 주장했고, 코로나19 백신 의무화에도 반대해 왔다. 이 때문에 취임 당시부터 의료계 안팎에서는 그의 반(反)백신 정책이 미국 공중 보건을 뒷걸음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실제 그는 3월 보건복지부 조직을 개편해 정규직 1만명을 감축하기로 했고, 6월에는 백신 자문위원회(ACIP) 17명을 전원 해임하며 자신의 사람으로 채웠다. 8월에는 mRNA 백신 기술 개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게다가 모나레즈까지 해임되자 CDC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내부 혼란은 커졌다. 또한 전직 CDC 수장 9명은 뉴욕타임즈에 공동기고문을 내고 케네디가 미국인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을 평가절하하고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부각했으며, 유망한 의학 연구에 대한 투자를 취소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보건위기에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백신을 둘러싼 균열은 연방정부를 넘어 주정부에서도 번지고 있다. 지난 3일 플로리다주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백신 의무 접종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두, B형간염, 폐렴구균 등 6개 백신의 의무 접종을 없애고 개인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내용이었다. 조셉 라다포 플로리다 보건국장은 백신 의무화를 자유를 억압하는 ‘노예제도의 잔재’라고 표현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백신 회의론자였는데, 최근 케네디 장관의 강경한 백신 정책 기조가 뒷받침되자 정책 노선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모든 주정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주지사는 오히려 케네디 장관의 백신 정책이 과학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하며, 서부해안보건연합을 설립했다. 이들은 CDC가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예방 접종 권고 사항을 포함해 지역의 건강 가이드라인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사추세츠주는 CDC 백신 권고 여부와 관계없이 주정부가 권고하는 백신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보상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의료계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가정의학회는 지난 8일 18세 이상의 모든 성인, 어린이 및 임산부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케네디 장관이 더 이상 건강한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일상적인 코로나19 예방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조치다. 미국 소아과학회(AAP) 등 주요 의학단체들도 지난 7월 연방정부의 백신정책을 비판하며 케네디 장관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의 백신 전쟁은 추후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임된 수잔 모나레즈 전 CDC 국장은 이달 중순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케네디 장관의 압박과 해임 경위를 증언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백신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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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ww*** 2025-09-12 10:23:01

    굳 뉴스.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에는 베스트 뉴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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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5-09-12 09:19:30

    좋은정보 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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