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다만 로봇’ 섬뜩한 건 본능탓

‘섬뜩한 계곡’ 현상, 원숭이에서도 확인돼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자동차변신 로봇들은 몸 전체는 사람 같지만 얼굴은

완전히 로봇처럼 생겼다. 반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만든 로봇 ‘에버’는 윙크하고

입술 근육을 움직이는 등 사람과 똑 같은 얼굴을 목표로 한다. 이 두 가지 로봇 중

사람들은 대개 ‘로봇다운’ 로봇을 좋아하고 에버 같은 로봇에는 더러 섬뜩함을

느낀다.

비슷하지만 똑 같지 않은 로봇에 대해 섬뜩함을 느끼는 심리를 ‘섬뜩한 계곡(uncanny

valley)’ 현상이라 부른다. 로봇이 사람과 비슷해질수록 호감이 증가하다가 ‘거의

비슷하지만 다른’ 단계에서는 섬뜩함을 느끼고 이 단계를 지나 완전히 사람과 똑같아지면

다시 호감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섬뜩한 계곡 현상에 대해서는 그간 찬반론이 맞붙었지만 이번에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진이 원숭이에서도 이런 현상을 발견해 진화론적 배경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닮다가 만’ 얼굴 모양에 대해서는 사람과 원숭이가 모두 섬뜩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프린스턴대학 신경과학연구소의 아시프 가잰파 교수는 원숭이에게 ‘원숭이 얼굴과

아주 닮았지만 똑 같지는 않은’ 컴퓨터 이미지를 만들어 보여줬다. 그러자 원숭이는

눈을 깜빡거리고 이미지에서 바로 시선을 돌리며 혐오 반응을 보였다. 반면 원숭이

얼굴과 똑 같은 이미지 또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보여 주니 오랫동안 그리고 자주

쳐다보며 호감을 표시했다.

가잰파 교수는 이런 결과에 대해 “닮은 정도가 높아진다고 반드시 호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며 “닮다가 만 형상에 대해 섬뜩함을 느끼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갖춰진

본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대학 정보과학대학의 칼 맥도만 교수는 이 연구에 대해 “섬뜩한 계곡의

존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밝힌 대단히 흥미로운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섬뜩한 계곡’ 이론은 1970년대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 박사가 처음

주장했다. 그간 이 현상에 대해서는 △똑 같이 생겼지만 행동은 다른 환자를 피해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본능 △고도로 발달한 얼굴 인식 기능의 부산물 △거의 비슷한

얼굴이 개인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등 여러 해석이 나와 있다.

  

프린스턴대학의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월 12일자에 실렸으며 미국 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13일 보도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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