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9일 (목)

심장판막 교체했는데 피가 샌다면?⋯가슴 다시 열지 않고 막는 기기 첫 승인

FDA, 애보트 '파라클로즈' 허가⋯200명 임상서 기기 삽입 성공률 96%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0월 28일 승인한 애보트의 ‘암플라처 파라클로즈’ 기기. 사진=애보트

심장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한 뒤에도 혈액이 새는 경우가 있다. 인공판막과 주변 심장 조직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누출이 심하면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거나 적혈구가 손상돼 심한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치료하려고 가슴을 다시 열고 수술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 가슴을 열지 않고 다리 혈관으로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넣어 혈액이 새는 틈을 막는 의료기기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승인됐다.

미국 의료기기업체 애보트는 인공판막 주변의 혈액 누출을 막는 '앰플라처 파라클로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기기는 판막주위 누출 치료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제품이다.

인공판막 주변에 틈 생기면 숨 차고 빈혈까지

심장에는 혈액이 한쪽 방향으로 흐르도록 조절하는 판막이 4개 있다. 이 가운데 승모판막은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혈액이 이동할 때 열리고, 좌심실이 수축하면 닫혀 혈액이 거꾸로 흐르지 않도록 막는다. 대동맥판막은 좌심실이 수축해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낼 때 열린다. 좌심실이 이완하면 닫혀 대동맥으로 나간 혈액이 다시 좌심실로 흘러드는 것을 막는다.

판막이 심하게 손상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인공판막으로 교체하기도 한다. 그런데 수술 후 인공판막과 심장 조직 사이에 틈이 남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 생길 수 있다. 이 틈으로 혈액이 정상적인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새는 현상을 '판막주위 누출'이라고 부른다.

심장에 이식하는 기계식 인공판막의 구조를 보여주는 3차원 의학 그림. 심장판막을 교체한 뒤 인공판막과 주변 심장 조직 사이에 틈이 생기면 혈액이 샐 수 있다. 그림은 인공판막의 일반적인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혈액이 새는 현장을 묘사한 것은 아니다. 그림=Scientific Animations, 위키미디어 공용(CC BY-SA 4.0)

애보트에 따르면 승모판막 교체 환자의 7~17%, 대동맥판막 교체 환자의 5~10%에서 이런 누출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누출이 생겼다고 모두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혈액이 많이 새면 심장에 부담이 커진다.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해지고 다리가 붓기도 한다. 빈혈이 생길 수도 있다. 좁은 틈을 통과하는 혈액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적혈구에 강한 물리적 힘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적혈구의 세포막이 손상돼 파괴되기도 한다. 이를 '용혈'이라고 하며, 심해지면 빈혈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금속 그물망 펼쳐 혈액 새는 틈 막아

그간 누출이 심한 환자에게 재수술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번에 승인된 파라클로즈는 가슴을 다시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심장에 접근해 누출 부위를 막는 기기다.

니켈과 티타늄을 섞은 특수 금속을 그물망처럼 엮어 만들었다. 작게 압축하면 가느다란 관에 넣을 수 있고, 관 밖으로 나오면 원래 모양으로 펼쳐진다.

의료진은 다리의 동맥이나 정맥에 관을 넣고 심장까지 이동시킨다. 이어 인공판막 주변의 틈에서 기기를 펼쳐 고정한다. 길쭉한 타원형의 금속 그물망이 틈을 메워 혈액이 새는 양을 줄이는 원리다. 다양한 모양의 누출 부위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200명 임상서 기기 삽입 성공률 96%

이번 승인의 근거가 된 PARADIGM 임상시험에는 여러 나라 24개 의료기관에서 환자 200명이 참여했다. 모두 승모판막이나 대동맥판막을 수술로 교체한 뒤 혈액이 새면서 심부전 증상이나 용혈성 빈혈 등이 나타난 환자들이었다.

애보트가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기기 삽입 성공률은 96%였다. 시술 중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 기기와 관련한 재수술이나 재시술을 받지 않은 비율도 98.5%였다.

다만 이번 시험에서는 파라클로즈를 사용한 환자와 기존 재수술을 받은 환자를 직접 비교하지 않았다. 따라서 새 기기가 재수술보다 효과가 좋거나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같은 계열의 기기는 유럽에서 2020년부터 '앰플라처 밸뷸러 플러그 III'라는 이름으로 사용해 왔다.

파라클로즈를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장판막 주변에 감염이 있거나 인공판막이 불안정한 경우 등에는 사용이 제한된다. 의료진은 누출의 정도와 위치, 환자의 건강 상태를 살펴 치료법을 결정한다.

인공판막을 이식받은 뒤 이전과 달리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해지고 다리가 붓는다면 진료를 받아 판막과 심장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