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방송인 겸 사업가 킴 카다시안이 2011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건선 진단을 받는 모습을 공개한 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그는 2019년 ‘푸시(Poosh)’에 쓴 글에서 25세 때 배와 다리에 처음 증상이 나타났고, 치료 후 약 5년간 잠잠하다 30대 초반에 재발했다고 밝혔다. 얼굴과 몸 대부분으로 증상이 번지기도 했다는 그는 첫 증상 이후 약 20년간 건선을 겪어왔다.
이처럼 오랜 시간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건선의 치료 효과를 우리에게 익숙한 영양 보충제가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건선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데, 콜레스테롤 저하에 쓰이는 비타민 B5 유도체 ‘판테틴’이 면역세포의 과도한 활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건선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도 기존 연고 치료에 판테틴을 추가했을 때 증상이 개선됐다.
중국 베이징 소재 생의학분석 국가중점실험실의 웨이나 장 박사가 공동으로 이끈 연구진은 판테틴과 면역세포 대사의 관계를 분석하고, 생쥐 실험과 건선 환자 대상 연구로 치료 가능성을 살핀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실험의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실렸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면역반응을 조율하는 수지상세포다. 수지상세포는 병원체와 이물질을 감지해 면역반응을 유도하지만, 잘못 활성화되면 건선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관여할 수 있다.
연구진은 건선과 다른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수지상세포에서 ‘바닌(Vanin)’이라는 효소의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효소가 세포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다.
분석 결과, 판테틴을 비타민 B5로 전환하는 바닌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세포 안의 판테틴 수치가 낮아졌다. 판테틴이 부족해진 수지상세포는 콜레스테롤을 과도하게 만들었고, 면역반응도 지나치게 활성화됐다. 반대로 판테틴을 보충하면 콜레스테롤 축적과 수지상세포의 과잉 반응이 억제됐다.
생쥐 실험에서도 이러한 경로를 조절했을 때 효과가 나타났다. 바닌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자 수지상세포의 활성화가 줄고 건선 발생이 억제됐다. 판테틴을 투여한 실험에서는 건선이 완화됐다. 연구진은 바닌 증가에 따른 판테틴 부족이 수지상세포의 과도한 활성화와 자가면역성 염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는 건선 환자 24명이 참여했다. 모든 환자가 건선 치료에 흔히 쓰이는 연고를 사용했고, 이 가운데 절반은 판테틴 정제를 함께 복용했다. 연구진은 12주 동안 치료에 따른 증상 변화를 살폈다.
판테틴을 추가로 복용한 환자들은 증상이 개선됐으며, 연구 시작 당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던 환자들에서 개선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이는 판테틴이 기존 건선 치료를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번 환자 연구가 판테틴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살핀 초기 단계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환자에게서 나타난 증상 개선만으로 세포·동물실험에서 확인한 작용 기전이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작동한다고 입증한 것은 아니다. 판테틴을 건선 치료에 활용하려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장 박사는 면역세포의 기능과 자가면역질환의 진행에 대사 경로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를 표적으로 한 치료 전략은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수지상세포가 관여하는 여러 자가면역질환의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