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8일 (목)

몇 달 새 흰자위 늘어 ‘놀란 토끼 눈’ 됐다면…치료 서둘러야, 왜?

갑상선 기능항진증·저하증 환자, 눈 튀어나오는 ‘갑상선 안병증’에 특히 조심해야…갑상선 수치 정상인 사람도 자가항체 때문에 그럴 수 있어/시신경 압박·사시 등 합병증 일으켜 실명 위험 초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여성이 갑상선 진료를 받고 있다. 눈의 흰자위가 늘고 안구가 돌출하는 ‘갑상선 안병증’ 사례가 최근 많이 보고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던 42세 남성은 반년 전부터 양쪽 눈꺼풀이 치켜 올라가며 놀란 토끼 눈처럼 흰자위가 많이 드러나는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안구가 앞으로 불거져 나오는 느낌과 함께 극심한 눈 통증, 충혈, 물체가 둘로 갈라져 보이는 복시가 잇따랐다. 단순 피로로 여기고 그냥 넘기기엔 눈의 변화가 너무 빨랐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환자의 안압은 오른쪽 눈이 41mmHg, 왼쪽 눈이 35mmHg로 정상 기준치(10~21mmHg)의 약 2배나 됐다. 정밀 검사 결과,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 눈구멍(안와) 안쪽 끝에서 시신경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자칫하면 시력을 영영 잃을 수도 있는 ‘갑상선 기능 이상성 시신경병증(DON)’ 단계로 판단했다. 이 병은 갑상선 안병증 환자의 약 1~2%에만 발생하는 매우 위험한 단계의 합병증이며, 자칫하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의료진은 즉시 고용량 스테로이드 정맥 주사를 3일 연속 투여하고, 안압 강하제를 처방했다. 3개월 뒤 시신경 압박과 충혈은 가라앉고 시력도 더 좋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안구 근육이 이미 굳은 탓에 눈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또 다른 34세 남성 흡연 환자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고 있었고 과거 결핵 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는 오른쪽과 왼쪽의 안구가 튀어나왔고 눈구멍 통증, 시력 저하를 호소했다.  진단 당시 양쪽 눈꺼풀이 비정상적으로 치켜 올라가고 결막 부종, 색각 이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환자도 3일간의 고용량 정맥 주사 치료와 점진적인 약물 복용을 거치면서 시력과 염증이 호전됐지만, 안구 운동 장애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편 눈꺼풀이 살짝 올라가는 초기 증상만 보였던 25세 여성 환자는 인공눈물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시력 손상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인도 올 인디아 의대(AIIMS) 연구팀은 이 사례 연구 결과(Clinical Spectrum of Thyroid Eye Disease in a Tertiary Referral Centre in Eastern India: A Case Series)를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했다.

갑상선(갑상샘)은 목 앞쪽에 있는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이다. 체온과 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의 분비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대사가 과열되는 갑상선기능항진증과 대사가 가라앉는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두 가지 병 가운데 하나를 일으킨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체내 면역계가 자신의 갑상선을 자극하는 자가항체를 만들어내 호르몬이 과도하게 쏟아져 나오는 병이다. 국내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의 90% 이상이 자가면역 질환인 그레이브스병에 해당한다. 식욕은 좋아지는데도 체중이 줄고 땀과 두근거림이 심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진료받는 사람은 약 25만~27만 명이며 여성이 남성의 약 3배나 된다. 반면 호르몬이 부족해 만성 피로와 체중 증가, 부종이 나타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주로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인해 발생하며, 국내에서 매년 진료받는 환자 수는 60만 명을 웃돌아 기능항진증보다 2배 이상 많다.

문제는 이들 환자들에게 흔히 동반되는 갑상선 안병증(안구병증)이 혈액 속 갑상선 호르몬 수치(농도)와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갑상선 안병증은 호르몬 수치 자체가 눈을 직접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다. 체내 면역계의 고장으로 생긴 자가항체가 갑상선 안병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갑상선 자극 호르몬의 수용체 자가항체가 안구 뒤쪽 섬유아세포를 자극하면 염증 세포가 침투하고 지방과 눈을 움직이는 부위(외안근)가 부어오른다. 뼈로 둘러싸인 눈구멍, 즉 안와의 내부 압력이 치솟으면서 안구가 밖으로 튀어나오고 시신경까지 짓누른다. 따라서 피검사에서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자가항체 반응으로 안구 돌출과 시신경 압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도 같은 발병 메커니즘으로 갑상선 안병증에 걸릴 수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갑상선 안병증의 유병률은 10만 명당 90~155명(전체의 약 0.25%)이며, 연간 발생률은 여성 10만 명당 16명, 남성 10만 명당 2.9명이다. 특히 그레이브스병 환자의 25~50%에서 눈을 침범하고 약 1%에서는 실명을 부르는 시신경병증이 함께 나타난다.

갑상선 안병증은 붉게 붓는 활동성 염증기와 조직이 흉터처럼 굳어지는 비활동성 섬유화기의 2단계를 거친다. 통상 면역 반응의 발생 전후 6~18개월에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스테로이드 정맥 치료는 염증기에는 70~80%의 높은 반응률(치료 효과)을 보인다. 하지만 일단 섬유화 단계로 넘어가면 굳어버린 근육을 되돌리는 데는 큰 한계가 있다.

약물 치료로 염증과 안구 돌출을 완화해도 시기가 늦으면 영구적인 사시나 시야 장애 등 후유증이 남는다. 이 때는 안와 감압술, 사시 수술, 눈꺼풀 성형술 등 단계별 재건 수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심신의 고통이 적지 않으니 조기 발견과 다학제적 진료가 매우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피검사에서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인데도 왜 갑상선 안병증(안구병증)이 생기나요?

A1. 갑상선 안병증(안구병증)은 혈액 속 호르몬 농도 자체가 아니라 몸 안의 자가면역 항체가 눈 뒤쪽 조직을 공격해 생기기 때문입니다.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어도 자가항체 탓에 눈이 튀어나오고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후 갑상선 기능 이상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안과적 정밀 검사와 자가항체 검사를 함께 받아야 합니다.

Q2. 흡연이 갑상선 안병증(안구병증)의 경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2. 담배 연기의 유해 성분은 눈구멍(안와)의 염증 반응을 극대화하고 저산소증을 일으켜 병증을 악화합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안구 돌출과 시신경 압박 등 중증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훨씬 더 높고, 스테로이드 치료 반응도 떨어지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Q3. 약물 치료 후에도 튀어나온 눈이나 사시가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3. 염증이 가라앉은 비활동성 섬유화기에는 남아 있는 변형을 교정하기 위해 단계적인 수술을 합니다. 좁아진 눈구멍 뼈를 넓혀 눈을 안으로 넣는 안와 감압술을 먼저 한 뒤, 틀어진 안구 위치를 맞추는 사시 수술, 눈꺼풀 위치를 바로잡는 성형술 등의 순으로 교정 치료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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