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골무형성증이 있는 아이의 키 성장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 허가된 약은 지금까지 모두 주사제였다. 어떤 약은 매일, 다른 약은 일주일에 한 번 맞아야 한다. 여기에 하루 한 번 먹는 치료제가 새 선택지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유전질환 치료제 개발사 브리지바이오 파마(BridgeBio Pharma)는 6일(현지시간) 경구용 인피그라티닙(infigratinib)의 신약허가신청(NDA)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FDA는 이 신청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심사 완료 목표일은 2027년 2월 4일이다.
브리지바이오 파마는 2015년 설립된 미국 바이오기업으로, 유전질환을 겨냥한 치료제 개발에 주력한다. 미국 나스닥에 ‘BBIO’라는 종목코드로 상장돼 있다.
우선심사는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절차이다. 최종 허가를 받으면 인피그라티닙은 연골무형성증에 쓰는 첫 경구 치료제가 된다.
연골무형성증은 FGFR3(섬유모세포성장인자수용체3)의 기능을 과도하게 활성화하는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희귀 골격질환이다. FGFR3 신호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성장판에서 연골세포가 늘고 뼈로 자라는 과정이 억제된다. 이 때문에 팔다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저신장이 나타나며, 척추관 협착이나 수면무호흡, 중이 질환 등이 함께 생기기도 한다.
인피그라티닙은 FGFR1~3에 작용하는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다. 티로신키나아제는 단백질에 인산기를 붙여 세포의 성장과 분화 신호를 전달하는 효소다. FGFR3도 이런 효소 활성을 지닌 수용체다.
인피그라티닙은 연골무형성증에서 지나치게 활성화된 FGFR3 신호를 낮춰 뼈 성장을 돕도록 개발됐다. 하루 한 번 먹는 약이다.

3상 114명⋯성장속도 개선 폭, 위약보다 연 1.74cm 커
허가 신청의 핵심 근거는 3~17세 연골무형성증 소아·청소년 114명이 참여한 국제 다기관 3상 ‘PROPEL 3’이다. 참가자는 인피그라티닙군 75명과 위약군 39명으로 무작위 배정돼 52주 동안 치료받았다. 인피그라티닙군 1명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시험에서 빠져 실제 투약자는 74명이었다.
연구진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과 비교해 52주 뒤 연간 성장속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두 군에서 비교했다. 미리 정한 분석계획에 따라 통계적으로 보정한 결과, 두 군의 평균 차이인 최소제곱평균 차이는 1.74cm/년이었다. 95% 신뢰구간은 1.31~2.17cm/년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연구 결과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발표됐다.
브리지바이오는 별도로 치료 전 대비 연간 성장속도 변화량의 두 군 평균 차이를 2.10cm/년으로 제시했다. 논문에서 미리 정한 주분석의 보정값은 1.74cm/년이었다. 두 수치는 같은 자료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석해 나온 결과다.
안전성에서는 두 군의 이상반응 발생률이 비슷했다. 인피그라티닙군에서는 74명 중 71명(96%), 위약군에서는 39명 중 37명(95%)에게 이상반응이 나타났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각각 4명(5%)과 1명(3%)이었다. 연구진은 시험약과 관련됐다고 판단한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이상반응 때문에 치료를 중단한 사례는 없었다고 보고했다.

미국 허가약은 아직 모두 주사제
현재 미국에서 연골무형성증 소아의 키 성장을 돕는 치료제로 허가된 약은 복스조고(보소리타이드)와 유비웰(나베페그리타이드)이다. 복스조고는 하루 한 번, 유비웰은 일주일에 한 번 피하주사로 투여한다.
인피그라티닙이 허가되면 처음으로 주사가 아닌 먹는 약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매일 또는 매주 주사를 맞던 치료에 하루 한 번 복용하는 방식이 추가되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복스조고가 2024년 12월 31일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생후 4개월 이상 소아 연골무형성증 치료제로 허가됐다. 올해 6월부터는 FGFR3 유전자 변이 확인 등 급여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