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인 추석 명절, 풍성한 상차림과 식사 뒤에는 수북한 설거지 더미가 남게 마련이다. 이 때 중장년층 남녀가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나 그릇을 깨뜨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단순한 부주의나 실수로 넘기기 쉽지만, 신체적 노화와 근골격계·신경계 질환, 복합적인 감각 기능 저하 등에서 비롯된 경고 신호일 수도 있다.
접시나 그릇을 자주 깨는 주요 원인으로는 노화에 따른 근감소증 및 손아귀힘(악력) 저하를 꼽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근감소증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근육량과 근력이 함께 감소해 신체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상체 근력이 뚝 떨어지면 무거운 뚝배기나 미끄러운 유리 그릇을 꽉쥐고 버티는 힘이 부족해진다. 또한 관절과 감각 수용체의 고유수용감각이 무뎌지면서 힘 조절에 실패해 그릇을 떨어뜨릴 수 있다.
주방에서 식기를 놓치는 일이 잦다면 근감소증이 아니라 다른 구조적인 질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가사노동이 많은 중장년층에게 흔한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은 정중신경 압박으로 손 저림과 감각 저하를 일으키며 물건을 쥐다 떨어뜨리는 증상까지 동반할 수 있다. 목 부위 신경이 압박받는 경추척수병증,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수지관절염 등도 손놀림을 둔하게 하며 실수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감각과 신경계 기능의 저하도 접시·그릇을 깨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노안이나 백내장으로 시력이나 공간 인지 능력이 떨어지면 싱크대나 식탁 위 식기의 위치를 정확히 가늠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식기가 미끄러질 때 이를 반사적으로 다시 붙잡는 신경 회로의 반응 속도가 느려져 실수할 수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만성적인 가사 피로와 주의력 분산도 미세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이런 질병이나 증상의 정확한 감별은 사실 쉽지 않다. 손에 힘이 빠져 그릇을 놓치는 증상은 손목터널증후군(정중신경 압박), 경추 척수병증(목 디스크 및 신경 압박), 말초신경병증, 전신 근감소증에서 모두 공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손에 힘이 빠진다"는 느낌이 다 비슷하기에 증상만으로는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나이가 들면 퇴행성관절염에 손목터널증후군이 겹치고 여기에 전신 근감소증까지 찾아오는 것처럼 '복합 노화'가 동반되는 사례도 많다. 따라서 임상 의사가 문진, 이학적 검사와 근전도 검사, 신경전도 검사, 경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악력과 근육량의 정밀 측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정확한 감별이 가능하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9.4%(남성 9.5%, 여성 9.3%)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신체 조절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매년 약 17만 명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다. 이들 환자 중 상당수는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중장년층이다. 노화와 병으로 인한 신체 조절력 저하는 일상 속 사소한 실수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그릇을 자주 깨는 것이 단순한 노화 현상이나 부주의가 아닐 수도 있나요?
A1. 그렇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비슷한 증상이 되풀이된다면 신체 조절력의 급격한 저하나 근감소증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Q2. 손이 저리고 손놀림이 무뎌진다면 어떤 질병을 의심할 수 있나요?
A2. 손목 부위 정중신경이 압박받는 손목터널증후군이나 목 부위 신경에 이상이 생기는 경추척수병증, 수지관절염 및 말초신경병증 등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Q3. 이런 증상을 예방하거나 이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3. 너무 무겁거나 미끄러운 식기의 사용을 줄이고, 손목과 손가락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