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6일 (토)

아이부터 어른까지 ‘왁뿌볼’⋯ 정말 스트레스 해소될까?

촉감 자극에 집중하면 통증·불안 신호 덜 느낄 수 있어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최근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왁뿌볼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라이옹' 캡처

요즘 사람들 손에 종종 쥐여 있는 동그란 공 모양 완구가 눈에 띈다. '왁스 부수기 볼'의 줄임말인 왁뿌볼이다. 손으로 꾹 누르면 겉을 감싼 딱딱한 왁스 층이 '뿌드득'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그 안에서 말랑한 점토가 삐져나온다.

소셜미디어를 타고 유행이 번지면서 서울 동묘 완구 거리에는 이를 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힐링템'으로 받아들이며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괜히 마음이 편해진다"는 반응을 보인다. 얼핏 보기엔 별것 아닌 장난감 같은 왁뿌볼이 정말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까.

뇌가 통증·불안 신호를 뒤로 미룰 수 있어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감각은 덜 느껴질 수 있다. 지난 5월 기초과학연구원(IBS) 뇌이미징연구단은 이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먼저 왁뿌볼 없이 손목에 뜨거운 열 자극(47℃)을 줘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확인했다. 이후 똑같은 세기의 열 자극을 다시 주면서 이번엔 왁뿌볼을 만지고 부수는 동작을 함께 하게 했다. 그 결과 왁뿌볼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아까와 똑같은 자극인데도 느껴지는 통증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앞서 지난 4월 한 가지 촉각에 집중하면 다른 감각 정보는 뇌에서 억제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참가자의 손가락엔 촉각을, 손목엔 통증 자극을 동시에 준 뒤 뇌를 촬영했다. 촉각에 집중한 손가락 부위는 반응이 커졌지만, 통증을 느끼는 손목 부위는 반응이 오히려 줄었다. 뇌가 지금 어떤 감각에 더 신경 쓸지 그 순서를 바꿔버린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연구진은 "집중하는 감각을 먼저 처리하면서, 통증이나 불안 같은 다른 신호는 상대적으로 덜 처리되는 것"이라며 "명상할 때 호흡에 집중해 잡생각에서 벗어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전했다.

예측할 수 있는 감각이 주는 안정감

왁뿌볼, 슬라임, 말랑이의 공통점은 만지기 전부터 손끝의 느낌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는 점이다. 사람은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뇌의 보상 회로가 반응하며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왁뿌볼은 여기에 촉감, 소리, 부서지는 모습까지 한 번에 느껴져 만족감이 더 커진다. 실제로 2019년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연구팀은 반복되는 촉각 자극을 받을 손가락 부위가, 자극이 오기 전부터 미리 반응한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뇌는 왁뿌볼을 보는 순간부터 이미 곧 부서질 것을 예상하는데, 이 예상 자체가 기대감과 즐거움을 만든다는 것이다.

치료 도구로도 쓰일 수 있어

왁뿌볼은 단순한 유행 아이템을 넘어 치료 도구로 응용될 가능성도 시사된다. 앞서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촉각 정보에 집중하면 다른 감각 정보가 억제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김동호 연구원은 동아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성 통증 환자를 위한 통증 완화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환자가 왁뿌볼을 갖고 노는 감각에 집중하도록 유도해 통증 신호를 상대적으로 덜 처리하게 만드는 방식을 제안했다.

뇌의 시상이 손상돼 감각 정보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상 뇌졸중 환자나, 특정 감각에 주의를 집중하는 힘이 약한 ADHD 환자의 감각 훈련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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