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1일 (월)

“헬기 안에서 산모가 쓰러진다면”⋯하늘 위 분만실을 실습하다

해운대백병원 & 부산소방재난본부, 헬기 동원해 실제 상황 대응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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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안에서 산모가 쓰러진다면”⋯하늘 위 분만실을 실습하다
해운대백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의료진과 부산소방재난본부 119특수대응단이 실제 헬기 안에서 응급분만 상황을 가정한 대응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해운대백병원

좁은 기체 안, 프로펠러 소음이 귀를 때린다. 진동은 끊이지 않고, 무전은 자꾸 끊긴다. 그 한복판에서 산모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진다면 항공대원은 몇 초 안에 판단해야 한다. 병원처럼 조용하고 넓은 진료 공간은 없다. 있는 건 좁은 좌석과 장비, 그리고 촌각을 다투는 시간뿐이다.

해운대백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센터장 조현진)가 이 극한의 조건 속으로 직접 들어갔다. 부산소방재난본부 119특수대응단과 함께 17일부터 이틀간, 부산·울산·경남 119항공대원을 대상으로 실제 헬기 안에서 '고위험 산모 긴급 이송 대응 교육'을 실제 상황처럼 재현해본 것.

왜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헬기였을까

교육을 준비하며 권역모자의료센터 의료진이 먼저 한 일은 강의안을 만드는 게 아니었다. 실제 헬기에 올라 내부를 살폈다. 처치 공간은 얼마나 좁은지, 장비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대원들은 어떤 동선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직접 확인했다.

운항 중 소음과 진동, 통신 제약까지 하나하나 기록해 교육 내용에 반영했다.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실제 기체를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뉴얼로는 잡히지 않는 변수들이, 현장에는 있었다.

하늘 위에서 아이가 태어난다면, 대원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교육은 이론과 실습으로 나뉘었다. 산부인과 정진하 교수가 고위험 임산부의 특성과 헬기 이송 시 유의점을 짚었고, 조현진 센터장은 기내 응급분만 대응과 의료기관 이송 연계 절차를 설명했다.

이어진 실습은 실전에 가까웠다. 분만이 임박한 산모 상황을 가정해 대원별 역할을 나누고, 신생아가 태어난 직후 초기 처치까지 손으로 익혔다. 의료진, 상황실과의 무전 소통도 함께 훈련했다. 이론으로 배운 절차를 손과 목소리로 반복해야, 실제 상황에서 몸이 먼저 움직인다.

지상과 다른 하늘, 대응도 달라야 한다

해운대백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는 그동안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산모·신생아 응급 대응 교육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번에는 그 범위를 항공 이송 현장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의료진과 항공대원이 각자의 영역에서만 훈련하는 대신, 실제 구조·이송 환경을 함께 점검했다.

조현진 센터장은 21일 "고위험 산모는 이송 과정에서도 상태가 급격히 변할 수 있고, 헬기 내부는 공간과 소음·진동 등 지상 이송과는 다른 제약이 많다"며 "실제 이송 환경을 반영한 교육을 통해 119항공대원들이 현장에서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안성호 부산소방재난본부 119특수대응단장도 "항공 이송 현장에서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원들의 전문적인 대응 역량과 의료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고위험 산모 항공 이송에 빈틈없이 대응하겠다"고 했다.

땅 위의 응급실은 언제든 준비돼 있다. 문제는 그곳에 닿기까지의 몇 십 분. 그 시간을 채우는 건, 산모와 아기 건강을 진짜로 지키는 건 매뉴얼이 아니다. 몸에 익은 훈련일 수밖에 없다.

해운대백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의료진과 부·울·경 119항공대원들이 지난 17~18일 이틀간 '고위험임산부 신생아 응급처치 교육'을 실제로 헬기 안에서 진행해봤다. 사진=해운대백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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