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내장은 한번 망가진 시신경이 되돌아오지 않는 병이다. 말기에 이르면 치료의 목표는 남아 있는 시력을 지키는 것 하나로 좁혀진다.
정작 그 마지막 시력을 지키는 열쇠는 어떤 수술을 받느냐가 아니라 수술 뒤 안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핵심은 수술법이 아니라 사후 관리였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녹내장 연구팀이 진행했다. 세브란스병원 김찬윤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최웅락 교수, 한민형 연구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김희석 교수로 이뤄진 연구팀은 중증 녹내장 수술 후 발생하는 중심시력 손실의 위험인자를 분석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국제외과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에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무엇이 진짜 문제였나
중증 녹내장 환자는 눈 속 압력인 안압을 낮추기 위해 섬유주절제술이나 아메드밸브삽입술 등을 받는다. 두 수술 모두 방수(눈 속을 채우는 액체)가 빠져나가는 통로를 만들어 안압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그런데 일부 환자에서는 수술 후 중심시력(정면으로 보는 부분의 시력)이 갑자기 나빠지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나타난다. 그동안은 두 수술법 중 어느 쪽이 더 안전한지에 논의가 집중돼 왔다.
연구팀은 2005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이 두 수술을 받은 중증 녹내장 환자 523안을 장기 추적해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의 15.9%(83안)에서 수술 후 중심시력 손실이 나타났지만, 두 수술법 사이에 손실 발생률과 최종 성적 차이는 없었다. 대신 수술 후 첫 1개월간 안압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됐는지가 시력 예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확인됐다.

시력 좋은 눈은 왜 낮은 안압에서 더 위험할까
더 눈에 띄는 발견은 따로 있다. 수술 전 중심시력이 어느 정도 보존돼 있었는지에 따라 위험한 안압의 방향이 정반대로 나타났다. 수술 전 시력이 비교적 잘 남아있던 환자(시력 0.1 초과)는 수술 초기 안압이 너무 낮을 때(8mmHg 미만) 시력을 잃을 위험이 컸다. 반대로 이미 시력이 많이 떨어져 있던 환자(시력 0.1 이하)는 초기 안압이 너무 높을 때(21mmHg 초과) 더 취약했다.
연구팀은 안압이 너무 낮으면 시력의 중심을 담당하는 황반과 시신경이 물리적으로 뒤틀릴 수 있고, 반대로 안압이 지나치게 높으면 혈류가 줄어 조직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술 직후 높은 안압이 오래 지속된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시력 회복이 가장 더뎠다.
최웅락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중증 녹내장 수술 후 환자들에게 일률적인 안압 관리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수술 전후 환자의 시력 상태에 맞춘 맞춤형 안압 관리 전략이 필수적임을 대규모 데이터로 입증한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중증 녹내장 환자의 수술 후 임상 관리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확립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