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3일 (목)

생리 불순인데 초음파는 기준 미달…혈액검사로 ‘놓친 다낭난소’ 찾는다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연구팀, 새 초음파 기준에 못 미친 여성 75.4%, AMH로 진단 보완 가능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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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주기가 불규칙한 것은 다낭난소증후군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 가운데 하나다. 최근 연구에서 초음파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한 여성에게 AMH 혈액검사가 진단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리가 몇 달씩 건너뛰거나 주기가 들쭉날쭉하고, 여드름이나 털이 많아졌다면 산부인과에서는 ‘다낭난소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이름만 들으면 난소에 물혹이 여러 개 생기는 병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다낭난소증후군에서 많이 보이는 것은 흔히 생각하는 물혹이 아니라, 난자가 자라는 작은 주머니인 ‘난포’다. 배란이 불규칙해져 생리 불순이나 난임이 생길 수 있고, 남성호르몬 증가로 여드름·다모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있어도 초음파 검사에서는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여성이 있다. 최근 한국 연구진이 이 같은 ‘진단 사각지대’를 혈액검사로 보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산부인과 김진주 교수 연구팀은 새 초음파 기준에서 다낭난소 형태로 분류되지 않은 여성 118명을 분석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가운데 89명(75.4%)은 AMH 기준을 적용했을 때 다낭난소증후군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MH는 난소의 작은 난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난포가 많을수록 혈중 수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성인 여성에서 초음파로 난포 수를 확인하는 방법을 보완해 다낭난소 형태를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AMH 수치만으로 다낭난소증후군을 확진하는 것은 아니며 생리 상태나 남성호르몬 과다 여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초음파 좋아졌는데 진단 문턱은 왜 높아졌나

다낭난소증후군을 진단할 때는 크게 생리·배란에 이상이 있는지, 남성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은지, 난소에 작은 난포가 많이 보이는지를 살펴본다. 성인에서는 이 가운데 두 가지 조건이 맞는지를 판단한다.

그런데 최근 ‘난포가 얼마나 많아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초음파 기준이 달라졌다. 진단의 빈틈은 초음파 성능이 떨어져서 생긴 게 아니다. 오히려 장비가 좋아져 작은 난포까지 더 잘 보이게 되면서 ‘난포가 많다’고 판단하는 기준도 엄격해졌다.

과거에는 한쪽 난소에 난포가 12개 이상이면 다낭난소 형태로 봤지만 현재는 20개 이상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생리 불순이나 남성호르몬 과다라는 단서는 있어도 난포 수가 새 기준에 조금 못 미쳐 진단 조건을 채우지 못하는 여성이 생길 수 있다.

연구팀은 바로 이런 여성들을 살펴봤다. 새 초음파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과거 기준에는 해당했던 여성 118명을 분석한 결과, 89명에서 높은 AMH 수치가 확인됐다. 4명 중 3명꼴이다.

혈액으로 재는 AMH, 초음파 빈틈 메울까

이번 연구에서는 새 초음파 기준에 미달했던 여성의 75.4%가 AMH 기준을 적용하면 진단에 필요한 조건을 추가로 충족할 가능성을 보였다.

그렇다고 AMH가 높으면 곧바로 다낭난소증후군이라는 뜻은 아니다. 생리 상태와 남성호르몬 과다 여부 등 다른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번 연구의 의미도 혈액검사 하나로 병을 확진한다는 데 있지 않다. 증상은 있는데 초음파 기준에 미치지 못해 진단에서 빠질 수 있는 여성을 한 번 더 살펴볼 수 있는 단서를 제시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왼쪽부터)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산부인과 김진주 교수, 김선미 교수,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산부인과 이다용 교수, 황규리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그냥 넘기기 어려운 이유…대사 건강도 좋지 않아

연구진이 주목한 대목은 또 있다.

AMH 수치가 높은 여성은 정상 여성보다 허리둘레와 혈압이 높았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등 대사 지표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음파에서 난포 수가 기준에 조금 못 미쳤다고 해서 건강상 위험까지 낮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미다.

다낭난소증후군은 생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뇨병이나 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질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해 생리 상태뿐 아니라 체중·혈압·혈당 등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김진주 교수는 “초음파 검사만으로 진단되지 않는 여성 가운데도 실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가 적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증상이 있지만 초음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AMH 검사를 보완적으로 활용해 대사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성의 다낭난소증후군 진단을 보완하고 대사질환 예방에 기여하는 중요한 임상적 근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산부인과 이다용·황규리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산부인과 김선미 교수, 서울대 의대 최영민 명예교수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생식생물의학 온라인(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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