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 북부 주민에게 암 진료는 먼 길이었다.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40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이 지역에서 전문적인 암 진단과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이곳을 찾아 환자 약 750명을 진료했다. 조직검사부터 의료진 교육까지, 현지 의료 자립을 위한 협력에도 나섰다.
서울아산병원은 해외의료협력팀(팀장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이 8월 3일부터 6일까지 몽골 제2의 도시 에르데네트를 찾았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몽골국립암센터 분원인 북부권역암센터에서 현지 환자를 진료하고, 의료진에게 암 진단·치료 경험과 의료기술을 전수했다.
'봉사' 아니라 이젠 '협력'
과거 '해외의료봉사단'은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지역의 환자를 직접 찾아가 진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는 이름부터 달라졌다. 진료 한 번으로 끝나는 대신 현지 의료진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의료기술을 전수해 지역 스스로 의료 자립 기반을 갖추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 '해외의료협력팀'으로 명칭부터 바꿨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봉사'에서 함께 역량을 쌓아가는 '협력'으로, 해외 의료지원의 방향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이번 협력에는 호흡기내과·유방외과·영상의학과·외과 의사 7명과 간호사 8명, 의공기사 1명 등 총 16명이 참여했다. 당초 사흘간 예정됐던 진료는 환자가 몰리며 하루 더 늘었다.
의료협력팀은 나흘간 환자 약 750명을 진료했다. 호흡기·소화기 내과 환자와 유방암 의심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유방초음파 150건, 복부·갑상선 초음파 80건, 유방 조직검사 6건도 함께 시행했다.

진료만이 아니었다. 현지 의료진의 진단·치료 역량을 끌어올리는 교육과 자문도 함께 이뤄졌다.
유방암 수술을 앞둔 환자의 초음파 검사는 현지 의료진과 함께 진행하며 수술 방법을 자문했고, 전문의가 없어 현지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유방 조직검사도 직접 시행했다. 암환자 치료와 간호를 주제로 한 강의, 중환자실 운영 자문, 노후 의료기기 점검도 병행했다.
구리 광산 도시, 왜 암 진료가 어려울까
의료협력팀이 방문한 에르데네트는 몽골 제2의 도시다.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400km 넘게 떨어져 있고, 구리 광산을 중심으로 성장한 산업도시다. 광산 분진 탓에 호흡기 질환자가 많고, 이 지역이 속한 몽골 북부는 전국에서 암 발생률이 가장 높다.
에르데네트는 몽골에서 울란바타르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구리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구리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계획도시로 조성됐다. 2020년 몽골 국가통계청 인구조사 기준 인구는 10만 명을 웃돈다.
암 환자의 71.3%는 이미 진행된 단계에서 진단된다. 조기 진단과 전문 치료를 받을 여건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암이 의심돼도 전문 검사와 치료를 받으려면 에르데네트가 위치한 오르혼 지역에서 울란바타르까지 약 8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북부권역암센터는 몽골 내 지역 간 암 의료 격차를 줄이려고 2025년 9월 문을 연 신생 의료기관이다. 암 조기검진부터 수술·항암치료, 치료 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진료체계를 지역 안에서 갖추는 게 목표다.
아직 전문 의료인력은 충분하지 않다. 상주하는 유방외과 전문의는 없다. 울란바타르 전문의가 두 달에 한 번 방문한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아예 없다.
몽골은 민간병원과 전문병원 대부분이 수도 울란바타르에 몰려 있다. 농촌 주민은 1차 의료기관을 거쳐 상급 병원으로 의뢰받는 체계에 의존한다. 정작 1차 의료기관은 시설과 인력이 부족해 이용률 자체가 낮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전문 진료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거리 부담을 떠안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 경험과 의료기술 공유 노력
의료협력팀의 초점은 진료 그 자체만이 아니었다. 현지 의료진이 검사 결과를 스스로 해석하고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진료 경험과 의료기술을 함께 나누는 데 무게를 실었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의료협력팀장(호흡기내과 교수)은 "이번 몽골 의료협력은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것을 넘어 현지 의료진과 경험을 나누며 함께 진료 역량을 높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지에서는 환자들이 검사 결과를 가지고 있어도 이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이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도 현지 의료진과 증례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필요한 의료기술과 경험을 공유해 몽골 북부 지역의 암 진료 수준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의료협력팀은 에르데네트 진료를 마친 뒤 울란바타르로 이동했다. 아가페병원, 몽골 국립제1병원 등 현지 의료기관과는 중증환자 초청진료, 의료진 연수 등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설립 이념 실천
이번 활동은 서울아산병원이 오랫동안 이어온 몽골 의료협력의 연장선에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아시아 국가들의 의료자립을 돕는 '아산 인 아시아(Asan-in-Asia)' 프로젝트를 통해 몽골, 베트남 등에 의료기술을 전수해왔다.
몽골 간암환자 치료를 위한 협력은 2010년 몽골 국립 제1병원 의료진 연수로 시작됐다. 2025년 12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연수받은 몽골 의료진은 225명이다. 이런 의료진 연수·기술전수는 몽골에 국한된 프로그램이 아니다. 서울아산병원에는 지난 10년간 90여 개국에서 3600명 넘는 해외 의학자가 찾아와 최신 의료기술을 배워갔다.
2011년에는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교수팀이 현지 병원을 찾아 몽골 최초의 생체간이식을 성공시켰다. 이후 간이식 기술 전수와 협력이 이어지며, 몽골에서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은 환자는 현재까지 300명을 넘는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설립 이념도 이런 협력의 뿌리다. 2009년부터 16개국에서 59회 해외의료봉사를 이어왔다. 현지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를 국내로 초청해 무료로 치료하는 지원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