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에서 어린 세 자매가 들쥐 고기를 먹었다가 심각한 쥐약 중독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사건이 발생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 제트뉴스에 따르면 호찌민 시립아동병원은 최근 쥐약이 스며든 들쥐 고기를 일주일간 먹은 세 자매(10세·9세·7세)를 긴급 치료했다. 아이들은 복통과 설사, 온몸의 피멍 증상을 보였다. 막내는 검은 피를 토하고 폐에 피가 차올라 인공호흡기까지 달아야 했다.
호찌민 시립아동병원 의료진은 세 아이가 쥐약에 중독됐으며, 특히 '슈퍼와파린(superwarfarin)' 계열 성분을 의심했다. 세 아이는 혈액응고를 돕는 비타민K1 등을 투여받았다. 다행히 약 3주간 치료한 뒤 출혈이 사라지고 혈액응고 기능도 정상에 가까워졌다.
호찌민 시립아동병원 부원장인 응우옌 민 띠엔 전문의는 "와파린이나 슈퍼와파린 중독은 실수로 약을 먹는 경우뿐 아니라 독성 물질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며 "혈액응고 장애를 일으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원산지가 명확하고 관련 당국의 허가를 받은 안전한 식품을 선택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길거리에서도 파는 들쥐 고기
베트남에서는 들쥐 고기를 구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벼를 수확하는 시기가 되면 시골 지역이나 메콩강 근처에서 들쥐를 잡아 판매한다. 현지에서는 닭고기나 돼지고기처럼 구이, 볶음, 튀김 등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먹는다. 시골 전통시장이나 길거리 포장마차, 야시장에서도 흔하게 팔린다.
쥐약만 문제 아냐… 감염병·위생 위험도
야생 들쥐의 위험은 쥐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환경에서 살았고 어떤 병원체에 노출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야생 포유류가 감염돼 있어도 이를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우며, 포획하거나 도축하는 과정에서 동물의 피나 침, 소변, 대변 등에 노출되면 감염병이 사람에게 옮겨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쥐와 같은 설치류는 렙토스피라균과 한타바이러스 등을 옮길 수 있다. 렙토스피라균은 감염된 동물의 소변을 통해 퍼지며, 한타바이러스도 주로 설치류의 소변·대변·침과 접촉하면서 감염된다. 따라서 출처와 위생 관리가 불분명한 야생 들쥐를 직접 잡거나 손질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쥐약 오염 가능성도 있다. 브로디파쿰이나 브로마디올론 같은 '슈퍼와파린' 계열 쥐약은 동물의 몸속에 오래 남을 수 있다. 쥐약을 먹은 설치류를 다른 동물이 잡아먹어 다시 중독되는 '2차 중독'도 알려져 있다. 사람이 야생에서 잡은 들쥐를 볼 때는 이런 약물 노출 여부를 겉모습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베트남 여행 중 한국인이 주의해야 할 점
따라서 베트남 여행 중 야시장이나 길거리 음식점을 방문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꼬치구이나 고기 요리 중 일부는 닭고기나 돼지고기와 비슷하게 생겨 착각하기 쉽다.
음식을 주문하기 전 어떤 고기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메뉴판에 'Chuột'(쥐)이나 'Chuột đồng'(들쥐)이라는 단어가 있다면 절대 먹지 않아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야생 동물 고기나 오지의 향토 고기 요리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현지 음식을 먹은 뒤 이유 없이 몸에 피멍이 들거나 피를 토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대형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살아 있는 들쥐를 만지거나 도축 과정을 가까이에서 접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