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에 뿌린 약이 뇌의 염증 반응까지 줄일 수 있을까.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스프레이형 항체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뇌 염증과 관련된 영상검사 지표가 개선됐다. 코 점막의 면역체계를 이용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되지만 장애 진행을 늦추는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바이오기업 티지아나 라이프사이언시즈는 비활동성 이차진행형 다발성경화증 환자 48명을 대상으로 시험약 '포랄루맙(Foralumab)'의 임상 2a상을 진행한 결과, 저용량 투여군에서 뇌 염증 관련 영상 지표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감소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먹는 약·주사 대신 코에 뿌리는 이유는?
다발성경화증은 면역체계가 뇌와 척수의 신경을 감싼 보호막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시력이 떨어지거나 팔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지며, 심하면 걷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기존 치료제는 먹는 약, 피하·근육주사제, 정맥주입제 등이 있다. 주로 재발을 줄이거나 질병 진행을 늦추는 데 사용한다. 다만 뚜렷한 재발이나 새로운 염증성 병변이 없어도 장애가 계속 심해지는 '비활동성 이차진행형' 환자는 치료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포랄루맙은 이런 환자를 위해 개발 중인 비강 스프레이형 항체 치료제다. 주사를 맞거나 알약을 삼키는 대신 양쪽 콧속에 약을 나눠 뿌린다.
굳이 코에 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주사 부담을 덜려는 것이 아니라 코 점막의 면역체계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포랄루맙은 면역세포인 T세포 표면의 'CD3'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다. 연구진은 코 점막에서 면역반응을 조절하면 과도한 염증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의 활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절 T세포는 다른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작용으로 몸 전체의 면역기능을 과도하게 억제하지 않으면서 뇌의 만성 염증을 줄일 수 있을지도 연구하고 있다. 다만 기존 치료제보다 안전하거나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저용량서 뇌 염증 관련 신호 감소
연구진은 미국 8개 의료기관에서 환자 48명을 모집했다. 이 가운데 19명에게 포랄루맙 50㎍(마이크로그램), 11명에게 100㎍을 투여했다. 나머지 18명에게는 약효가 없는 위약을 사용했다.
환자들은 2주 동안 주 3회씩 코에 약을 뿌리고 1주일 쉬었다. 이 과정을 네 차례 반복해 모두 12주간 치료했다.
연구진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뇌의 면역·염증 반응과 관련된 신호를 측정했다. 이 검사는 뇌의 면역세포인 소교세포 등의 활성 상태를 간접적으로 살피는 데 쓰인다.
영상 분석이 가능한 환자 40명을 평가한 결과, 50㎍ 투여군에서는 위약군보다 뇌 염증 관련 신호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감소했다. 반면 용량을 두 배로 높인 100㎍ 투여군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피로도 점수도 두 치료군에서 투여 전보다 개선됐다. 그렇지만 위약군과 비교해 확실한 차이가 있는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보행 능력 등을 포함한 신체장애 평가에서도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환자 48명 모두 치료를 마쳤다. 시험약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임상에서 뇌 염증 관련 지표는 개선됐지만, 이를 실제 증상 호전으로 연결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환자 수가 적고 치료 기간도 12주에 불과해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