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1일 (일)

폐경 호르몬 패치 '유방암 경고' 낮췄다⋯암 병력자는 왜 못 쓰나?

FDA, 패치 3종 최고수준 경고 완화⋯유방암·혈전 병력자 사용 금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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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호르몬 패치를 붙이는 여성.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폐경 호르몬 패치 3종의 유방암·심혈관질환 관련 최고수준 경고를 완화했지만, 유방암이나 혈전 병력이 있는 여성에 대한 사용 금지는 유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폐경 호르몬 패치 3종의 최고수준 경고에서 유방암과 심혈관질환, 치매 위험에 관한 문구를 삭제했다. 20여 년 전 대규모 연구를 근거로 도입했던 경고를 다시 검토한 결과다. 하지만 유방암이나 혈전증 병력이 있는 여성에게는 여전히 사용을 금지한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지난 30일(현지시간) FDA가 에스트라디올 성분의 폐경 호르몬 패치 '미니벨', '비벨', '비벨닷'의 허가사항 변경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FDA는 지난 2월에도 호르몬 치료제 6종에 같은 조치를 내렸다.

1만6608명 연구서 유방암 위험 26% 증가⋯왜 경고 바꿨나

폐경 호르몬 치료는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나타나는 안면홍조와 야간 발한 등을 완화한다. 일부 제품은 골다공증 예방에도 쓴다.

안전성 논란은 2002년 미국의 대규모 여성건강연구가 발표되면서 커졌다. 연구진은 자궁이 있는 폐경 여성 1만6608명을 대상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함께 먹는 치료법을 시험했다. 프로게스틴은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약물이다.

평균 5.2년간 추적한 결과, 호르몬 치료군의 유방암 발생 위험은 가짜 약을 먹은 위약군보다 26% 높았다. 뇌졸중 발생 위험은 41%,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은 29% 높았다.

유방암 위험이 26% 높았다는 것은 여성 100명 중 26명이 암에 걸렸다는 뜻이 아니다. 여성 1만 명이 1년 동안 해당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위약군보다 유방암 환자가 약 8명 더 발생하는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치료의 이익보다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시험을 조기에 중단했다.

그런데 2004년 발표한 또 다른 WHI 연구에서는 양상이 달랐다. 자궁을 절제한 여성 1만739명에게 에스트로겐만 투여한 결과, 평균 6.8년 동안 뇌졸중 발생 위험은 39% 높아졌다. 반면 유방암 위험이 증가했다는 통계적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 시험도 조기에 중단됐다.

두 연구 모두 먹는 호르몬제를 사용했으며,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63세 안팎이었다. 연구 결과를 폐경 직후 여성이나 피부에 붙이는 호르몬 패치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관찰 연구에서는 피부에 붙이는 에스트라디올이 먹는 호르몬제보다 정맥혈전 위험이 낮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패치라고 혈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FDA는 이런 연구와 장기 추적 결과를 검토했다. 호르몬 치료의 위험을 판단할 때 치료를 시작하는 나이와 약물 종류, 개인의 건강 상태 등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허가사항 변경에 반영했다.

미국 FDA가 유방암·심혈관질환 등에 관한 최고수준 경고를 완화한 폐경 호르몬 패치 '비벨닷'의 과거 제품 포장. 현재 판매 제품과 포장 디자인이 다를 수 있다. 사진=Belinda Hankins Miller/위키미디어 공용(CC BY 2.0)

경고 빠졌어도 유방암·혈전 병력자는 사용 금지

경고 수준은 낮아졌지만 모든 여성이 호르몬 패치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정된 허가사항에 따르면 유방암을 앓고 있거나 과거에 앓았던 여성은 해당 패치를 쓸 수 없다. 다리 깊은 정맥에 피떡이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 폐혈관이 피떡으로 막히는 폐색전증, 뇌졸중, 심근경색을 앓았던 여성도 마찬가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질 출혈이나 특정 혈액응고질환, 간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사용을 금지한다.

유방암 검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FDA는 치료 전 유방암 위험을 살피고, 치료 중에도 유방 진찰과 유방촬영검사 등 필요한 검진을 받도록 했다.

자궁이 있는 여성이라면 주의할 점이 하나 더 있다. 에스트로겐만 사용하면 자궁 안쪽을 덮는 자궁내막이 지나치게 두꺼워져 자궁내막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프로게스틴 계열 약물을 함께 처방한다. FDA도 자궁내막암에 관한 최고수준 경고는 그대로 남겼다.

60세 이전·폐경 10년 이내라면 치료 이익 더 클 수도

호르몬 치료는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서도 이익과 위험이 달라진다.

미국산부인과학회는 지난 10월 발표한 진료지침에서 60세 이전이거나 폐경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에게 호르몬 치료를 권고했다. 다만 안면홍조와 야간 발한 등으로 불편을 겪고, 치료를 피해야 할 특별한 질환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위험보다 이익이 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대로 60세 이후 또는 폐경한 지 10년이 넘어서 처음 치료받는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혈전과 뇌졸중 등 심혈관계 위험을 충분히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뿐 아니라 개인의 건강 상태와 병력도 중요하다.

치료 중 나타나는 위험 신호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심한 가슴 통증이나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 나타나도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한쪽 다리만 붓고 아픈 증상은 혈전의 신호일 수 있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폐경 후 질 출혈이 생겼다면 양이 적더라도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자궁내막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치료 방법도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안면홍조나 야간 발한 없이 질 건조증이나 성교통만 있다면 전신에 작용하는 호르몬 패치 대신 질에 직접 사용하는 저용량 에스트로겐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호르몬 치료가 어려운 여성에게는 비호르몬 약물 등 다른 선택지도 있다.

이번 FDA 결정으로 호르몬 치료에 대한 경고는 완화됐지만, 치료에 따른 위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폐경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여성은 자신의 나이와 폐경 시점, 자궁 유무, 유방암·혈전 병력 등을 의료진과 함께 살펴보고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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