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치과 시술을 받은 뒤 치통이 생겨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받았던 46세 여성은 참기 힘든 오른쪽 목 부위(두경부)에 압박감을 느끼고 걸을 때 비틀거리는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컴퓨터 단층촬영 혈관조영술(CTA)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왼쪽 목 굵은 혈관과 심장에서 올라오는 큰 혈관이 만나는 부근에서 말 안장 모양인 1㎝ 크기의 피떡이 발견됐다. 이 혈전은 혈관 벽에 단단히 붙어 있지 않고 위태롭게 매달려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의료진은 병원 내원 직후 헤파린 볼루스 및 지속 주입 방식의 항응고 요법과 중환자실 집중 치료에 들어갔다. 하지만 헤파린 투여 중 몇 시간 만에 몸 왼쪽의 반신마비와 시각장애, 언어 장애 등이 겹치며 급성 허혈성뇌졸중(뇌경색)이 발생했다.
이 환자의 누적 뇌졸중 척도(만점 42점) 점수는 13점이었다. 이 점수는 편마비, 언어 장애, 시각 및 감각 결손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뚜렷한 신경학적 결손이 복합적으로 나타났음을 알려주는 수치다. 이 환자에게 급성 뇌경색이 실제로 명확하게 발생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핵심 지표에 해당한다.
또한 환자의 혈액 응고 시간을 측정하는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시간(PTT)은 목표치를 초과한 109초에서 150초 사이를 오갔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출혈성 변성이 없는 양측 두정엽(정수리 뇌)의 허혈성뇌졸중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 환자는 이미 치료 범위를 뛰어넘는 헤파린 양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피떡을 녹이는 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화제(tPA)를 투여할 수는 없었다. 심한 출혈 위험성 때문이다.
추가 혈액 검사에서는 루푸스 항응고 항체가 양성으로 나타났다. 뇌척수액검사(요추천자 검사)에서는 미엘린 기본 단백질 수치가 11.3ng/mL로 크게 높아진 상태였다. 환자는 헤파린 치료와 집중 재활 병행 끝에 점차 상태가 호전돼, 사고 발생 7일째에는 가족의 부축을 받아 병상 주변을 걸을 수 있게 됐다. 환자는 이후 아픽사반을 처방받고 무사히 퇴원했다.
미국 HCA 플로리다 아벤투라 병원 응급의학과 연구팀은 경동맥에 발생한 이 같은 '자유 부유 혈전(free-floating thrombus)'이 적극적인 약물 치료 중에도 양측 허혈성뇌졸중을 일으킨 환자의 임상 경과를 추적 조사해 보고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The Floating Threat: A Rare Case Report of Carotid Saddle Thrombus in a Healthy Adult)는 응급의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임상 실무 응급의학 증례(Clinical Practice and Cases in Emergency Medicine)》에 실렸다.
피떡(혈전)은 혈관 안에서 피가 굳어져 생긴 덩어리다. 그중에서도 경동맥 자유 부유 혈전은 혈관벽에 완전히 붙지 않고 혈류 속에서 유동적으로 흔들린다. 이 때문에 언제든지 떨어져 나와 뇌 혈관을 막을 수 있는 치명적인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2025년)에 따르면 뇌혈관 질환은 국내 주요 사망 원인 중 4위를 차지한다. 질병관리청의 심뇌혈관질환 발생통계(2023년)를 보면 연간 뇌졸중 발생 건수는 약 11만3000건이다. 전체 뇌졸중 환자 수는 60만 명을 넘어 치명적인 후유증과 사회적 부담을 낳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동맥 질환이나 뇌졸중 환자에게 이처럼 혈관 벽에 붙지 않고 떠다니는 유동성 피떡이 발견되는 비율은 약 0.6~2.5% 수준이다.
발생 원인은 대개 동맥경화성 플라크 파열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과응고 상태나 혈관 내피 손상, 외상, 약물 남용, 악성 종양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속한 컴퓨터 단층촬영 혈관조영술(CTA)이나 자기공명 혈관조영술(MRA)이 필수적이다. 일반적인 초음파 검사만으로는 목숨을 위협하는 미세 병변을 놓치기 쉽다. 치료는 항응고제 투여와 혈전내막절제술 또는 스텐트 삽입술 같은 외과적 방법을 두고 환자 상태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비전형적인 목 통증이나 신경학적 이상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진료할 때는 혈관 병리의 가능성을 철저히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최적의 약물 치료를 진행하더라도 진단 직후 첫 주 동안은 뇌졸중 발생 위험을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철저한 중환자실 모니터링과 다학제적 협진 체계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목 혈관에서 발견된 자유 부유 혈전이란 무엇인가요?
A1. 혈관 벽에 완전히 고정되지 않고 혈류를 따라 유동적으로 흔들리는 피떡을 말하며, 조각이 떨어져 나와 뇌 혈관을 막으면 허혈성뇌졸중(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Q2. 항응고제를 충분히 투여했는데도 왜 뇌졸중이 발생했나요?
A2. 병변 자체가 지닌 역동적 특성과 미세색전증 유발 가능성 때문에 약물 치료만으로는 피떡의 이동과 추가적인 뇌 손상 위험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Q3. 진단 시 가장 중요한 영상 검사는 무엇인가요?
A3. 신속한 진단을 위해 컴퓨터 단층촬영 혈관조영술(CTA)이나 자기공명 혈관조영술(MRA)이 주로 활용됩니다. 단순 초음파 검사로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