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1일 (일)

중금속 빼는 킬레이션 주사, 혈관 청소도 될까?

DN오토모티브 납 배출 주사 의혹으로 주목⋯FDA, 심장 질환 치료 미승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경구용 EDTA 알약. 사진=퍼블릭도메인

킬레이트제라는 약물과 이를 임상에 사용하는 킬레이션 요법이 갑자기 사회적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 자동차 배터리 제조사 DN오토모티브가 노동자들에게 건강검진을 앞두고 체내 납 배출을 촉진하는 킬레이션 주사를 맞게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작업자들이 이 주사를 맞고 건강검진을 받으면 작업 과정에서 납 등 중금속에 실제로 중독됐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게 된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1월 회사 측이 매년 건강검진 1~2개월 전에 ‘비타민 주사’라고 속이고 킬레이션 주사를 맞게 했다고 공개했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노조로부터 관련 의혹을 제보받고 확인에 나섰으며 그 뒤 안전보건감독과 정밀작업환경측정을 실시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26년 4월 실시한 정밀작업환경측정 결과 일부 공정의 납 수치가 기준치의 최대 5.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68건을 적발해 입건·송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업무방해 혐의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10월 12일 이를 공개했다. DN오토모티브는 입장문을 내고 직원의 안전과 건강 원칙이 지켜지지 못한 점을 반성하며 향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중금속 붙잡아 배출하는 킬레이트제⋯검진 전 투여는 중독 확인 방해

핵심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건강검진 전에 맞게 했다는 ‘킬레이트’라는 약물에 있다. 킬레이트는 체내의 독성 중금속이나 과잉 미네랄을 붙잡아 결합한 뒤 소변이나 대변을 통해 배출되게 해주는 특수 화합물이다. 킬레이트 화합물을 주사제나 먹는 알약으로 만든 것을 킬레이트제라고 한다. 이를 인체에 투여하는 행위를 킬레이션이라고 부른다. 킬레이트제는 주로 납·수은·비소·카드뮴·구리 등 중금속의 위험한 체내 축적, 즉 중금속 중독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문제는 이번 사례처럼 건강검진에서 수은·납 등 중금속의 혈중 농도를 낮출 목적으로 이를 주사 맞게 하는 것은 검진을 무의미하게 방해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중금속 등을 사용하는 작업 환경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혹시나 위험물질에 노출됐는지, 됐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체크하는 건강검진을 무력화하는 것은 분명 산업보건 활동을 방해할 소지가 있다.

킬레이트제로는 EDTA(에틸렌디아민테트라아세트산)와 DMSA(디메르캅토 호박산), DMPS(2,3-디메르캅토-1-프로판설폰산), 그리고 데페록사민(Deferoxamine) 등의 약물이 사용된다. EDTA는 정맥주사제로 이용되며 주로 납·카드뮴·알루미늄 제거에 사용한다. DMSA는 납·수은·비소 등을 제거한다. 먹는 알약으로도 나와 있으며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DMSA를 어린이 납 중독 치료에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

DMPS는 수은·비소·납 제거에 사용하며, 주사제와 경구제가 모두 나와 있다. 데페록사민은 철분과 특이적으로 결합해 만성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증이나 급성 철분 중독 등의 치료에 주사한다. 정맥·피하·근육 주사 모두로 사용할 수 있다. 알루미늄 제거에도 쓴다.

중금속 제거 효과 있지만 다양한 부작용 우려

중금속인 납에 중독됐을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소견인 골단부의 조밀한 선을 보여주는 X선. 사진=퍼블릭도메인

킬레이션은 혈중 중금속이 일정 농도 이상이어서 이를 제거해야 할 의학적 필요가 있다고 의사가 판단하고 킬레이트제를 처방해야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이다. 킬레이션 과정에선 중금속은 물론 칼슘·아연·비타민C·비타민E와 같은 필수 미네랄과 비타민이 손실되며 경우에 따라선 부작용과 건강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의사의 판단과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주사 뒤에도 의사가 혈액·소변 검사를 하면서 상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킬레이션의 부작용으로 발열,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주사 부위 통증도 자주 생긴다. 경우에 따라 저칼슘혈증이나 신장 손상, 심하면 심장마비 같은 위험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주목할 부작용은 혈중 칼슘 수치가 떨어지는 저칼슘혈증이다. 칼슘은 근육의 수축·이완과 심장박동 유지에 관여하는 미네랄이다. 신경전달물질 전달과 신경 안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저칼슘혈증은 크고 작은 근육·신경 이상을 다양하게 유발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심장박동 이상이나 발작, 심정지 등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손가락, 발가락, 입 주변이 저리거나 찌릿한 감각이상 증상이나 근육 경련, 근육통도 나타날 수 있다. 드물지만 혈액 속 칼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면서 신경과 근육의 흥분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근육에 통증이 생기고 비자발적으로 수축하거나 경련하는 테타니(칼슘경직) 상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가벼울 경우 증상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

즉, 킬레이션 요법은 유용성과 위험성이 모두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인지하고 의사의 감독 아래 꼭 필요한 임상적 용도로만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의학적으로 검증된 합법적인 킬레이션 요법이 납·비소 등 중금속 중독이나 만성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증 치료 등의 목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미국선 1950년대부터 심혈관 질환에 허가 외 사용

혈중 중금속을 배출해주는 EDTA 주사제. 사진=퍼블릭도메인

문제는 킬레이션 요법이 체내 중금속 제거 용도 외에 다양한 오프라벨(적응증 외 처방)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국내외에서 일부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선 킬레이션을 심혈관 질환 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특히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내벽에 칼슘이 침착돼 혈관이 딱딱해지는 ‘관상동맥 석회화’를 킬레이션으로 치료하려고 했던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관상동맥 석회화’는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 동맥 내벽에 쌓여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만성 염증, 혈관 손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킬레이션 요법이 혈중 중금속을 제거해주니까 이러한 관상동맥 석회도 제거해줄 것으로 기대한 셈이다.

킬레이트제인 EDTA는 1930년대에 처음 합성됐지만 의료용으로 이용된 것은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다. 미국 해군에서 납 성분이 함유된 페인트를 선체에서 긁어내고 다시 칠하는 작업을 하다 납 중독에 걸린 작업자들이 늘면서 이들을 치료하는 데 처음 사용됐다. 그런데 디트로이트의 임상의 노먼 클라크 박사 등이 심혈관 질환을 앓던 납 중독 환자들을 EDTA로 치료하는 과정에서 흉통이 완화되고 혈액 순환이 개선된 사례를 발견하고 보고했다. 하지만 개선 효과가 실제로 EDTA에서 비롯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 뒤 1980년대~2000년대 킬레이션 요법은 대체의학계에서 인기를 누렸다. 일부에선 당시 의료기관들이 심혈관 질환 치료에 표준치료법으로 쓰던 관상동맥 우회술보다 EDTA가 더 적은 비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댈러스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의대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선 2000년대 중반까지 매년 10만~18만 명이 킬레이션 요법을 이용한 것으로 추산됐다.

두 차례 임상시험서 효과 확인 못해⋯FDA도 심장 질환 치료로는 미승인

그렇다면 킬레이션 요법에 대한 미국 주류 의학계와 국가기관의 입장은 어떨까.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마운트사이나이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킬레이션 요법을 평가하는 두 차례의 임상시험을 수행했고, 두 번째 임상시험 결과는 2024년 4월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첫 임상시험(TACT1)에서는 심장 질환 치료 효과를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다만 심근경색을 경험한 당뇨병 환자에게 킬레이션 요법이 어느 정도 보호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하지만 두 번째 임상시험(TACT2)에선 치료 효과는 물론 심근경색을 경험한 당뇨병 환자에게 보호 효과를 제공하지도 않았고,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질환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 심장협회와 심장학회는 두 번째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킬레이션 요법이 심장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FDA도 킬레이션 요법을 심장 질환 치료법으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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