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 콩팥병 환자가 과일과 채소를 통해 ‘식이 산’을 줄이면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투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콩팥병 환자의 경우, 몸 안에서 '식이 산' 부담을 높이는 식품으로는 육류와 육가공품, 달걀 생선 유제폼, 곡류및 곡물가공품, 인공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식품 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 신장학회(ASN)는 최근 3기 만성 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3기 만성 콩팥병과 대사성 산증을 앓고 있는 성인 108명을 과일·채소 섭취군, 경구용 중탄산나트륨 투여군, 일반 치료군 등 세 그룹으로 나눠 10년에 걸쳐 매년 꾸준히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이 산'을 줄인 과일·채소 섭취군은 일반 치료군에 비해 입원 건수(14건 대 64건), 응급실 방문 건수(20건 대 88건), 투석으로의 진행 사례(4건 대 16건)가 모두 뚜렷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존 표준 치료제인 중탄산나트륨 투여군은 일반 치료군에 비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과일과 채소를 활용한 식이 요법이 의료 시스템 비용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인 임상 결과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만성콩팥병 환자 전체가 아니라, 만성콩팥병 3기 중 대사성 산증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모든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일반화하거나, 과일·채소가 약물치료를 대체한다고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미국 베일러대 의대가 진행한 이 연구 결과는 10월 22~25일 미국 덴버에서 열린 ASN 신장 주간(ASN Kidney Week) 학술대회에서 발표됐으며 글로벌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가 소개했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의 노폐물 여과 기능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병이다. 병기가 진행될수록 체내에 산성 물질이 쌓이는 '대사성 산증'이 발생하기 쉽다. 콩팥은 원래 산과 염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장기이지만, 기능이 떨어지면 산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혈액이 산성화되고 콩팥 손상이 가속화한다.
물론 만성 콩팥병 환자가 모두 대사성 산증을 겪는 것은 아니다. 전체 콩팥병 환자의 약 15~20%가 대사성 산증을 나타낸다. 초기에는 콩팥의 보상 능력이 유지돼 발생 빈도가 낮다. 하지만 사구체여과율이 크게 떨어지는 콩팥병 3기 후반부터 4기와 5기 단계로 진입할수록 체내 산 배출 능력이 떨어지면서 유병률이 크게 높아진다. 특히 말기인 5기 환자 그룹에서는 절반 이상에게서 산증이 나타나는 등, 환자가 겪는 신장 기능 저하의 심각성과 식습관 및 신체 상태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와 중증도에 큰 차이가 난다. 임상 현장에서는 대사성 산증을 교정하기 위해 베이킹소다 성분인 경구용 중탄산나트륨을 표준 치료로 처방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과일과 채소를 이용한 식이 산 감소가 대사성 산증을 동반한 3기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입원, 응급실 방문 및 투석 진행 감소와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과일과 채소에 함유된 알칼리성 성분은 체내 산성 물질을 중화하고 콩팥의 부담을 덜어준다. 장기적으로 응급실 방문과 투석 진행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도 만성 콩팥병 환자는 고령화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매년 수십만 명에 이른다. 이로 인한 투석 환자 증가와 의료비 부담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약물 치료와 함께 환자 상태에 맞는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과일·채소의 종류와 섭취량은 혈중 칼륨 수치와 콩팥 기능 상태를 고려해 담당 의사와 임상영양사의 지침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콩팥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칼륨 배설 능력이 떨어져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만성콩팥병 환자 중 당뇨병도 앓는 사람은 칼륨뿐만 아니라 혈당 관리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수박과 참외, 잘 익은 바나나, 망고·파인애플, 건포도 등 말린 과일, 당분이 함유된 과일 주스나 통조림 등은 혈당을 급격히 높일 수 있으니 섭취를 피하거나 섭취량을 엄격히 조절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만성 콩팥병 환자가 과일과 채소를 먹을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A1.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칼륨 배설 능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이나 채소를 무턱대고 많이 먹으면 고칼륨혈증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은 바나나, 아보카도, 키위 등이며 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 채소로는 시금치, 감자, 고구마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혈중 칼륨 수치가 높아지면 근육 마비, 부정맥,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담당 의사, 임상영양사와 상의해 안전한 종류와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Q2.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과일과 채소 섭취는 기존 약물 치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나요?
A2. 이번 연구는 과일·채소를 이용해 식이 산을 줄이는 방법이 대사성 산증을 동반한 3기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중탄산나트륨 치료보다 더 좋은 장기 예후와 연관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환자의 병기와 상태에 따라 치료 방향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임의로 약물을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담당 의사의 진료와 지침에 따라야 합니다.
Q3. 대사성 산증이란 정확히 어떤 상태인가요?
A3. 콩팥의 기능 저하로 몸 안의 산성 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쌓여 혈액의 산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상태입니다. 이는 뼈 건강을 해치고 콩팥 기능을 빠르게 악화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