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1일 (목)

같은 나이인데… 왜 누구는 건강하고, 누구는 병으로 고생할까?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왜 ‘영양의 지동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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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같은 나이인데도 누구는 건강하게 지내고, 누구는 여러 병으로 고생한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병마다 원인과 치료법은 다르다. 그러나 서로 다른 병에 함께 영향을 주는 몸의 반응은 없을까? 필자는 오래전부터 이 질문을 붙들고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중심이고 태양과 행성이 그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천동설이다. 그런데 밤하늘을 살펴보니 행성이 가끔 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천동설에서는 이를 설명하려고 행성이 큰 원을 돌면서 동시에 작은 원도 그린다는 주전원(主轉圓, epicycle)을 사용했다.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내용은 점점 복잡해졌다.

지구도 다른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돈다고 생각하자, 지동설이다. 같은 하늘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케플러는 행성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임을 밝혀 그 움직임을 더 정확하게 설명했다. 하늘이 바뀐 것은 아니다. 어디에 중심을 두고 바라보느냐가 바뀐 것이다.

음식도 중심을 옮겨 바라보면 어떨까? 우리는 음식이 열량과 영양소를 공급한다고 배웠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음식이 몸에 들어오면 영양소를 공급하는 일만 하지 않는다. 몸은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며, 들어온 영양소에 맞춰 반응한다.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과 인슐린이 달라지고, 지방의 종류에 따라서도 몸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음식은 몸을 만드는 재료이면서 몸을 움직이는 신호이기도 하다.

여기서 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 명제를 제시한다.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과 달라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몸 밖에서 들어온 내 몸과 다른 음식에 몸이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염증반응도 몸을 지키고 손상된 곳을 치유하는 데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 염증반응이 시작된 뒤 어떻게 치유 마무리되는가이다.

미국의 생화학자 배리 시어스(Barry Sears) 박사는 음식에 몸이 반응하는 염증반응이 급성 염증처럼 “아프다”라고 소리치는 통증(screaming pain)이 없다는 뜻에서, 이를 ‘침묵의 염증(silent inflammation)’이라 불렀다. 그러나 아프지 않다고 해서 몸속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다. 의외로 이러한 ‘침묵의 염증’은 여러 질환과 관련이 있으며, 매일의 식사가 ‘침묵의 염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음식 하나가 모든 병을 일으키거나, 식사 내용만 바꾸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뜻은 아니다.

필자가 주목하는 연결고리는 이렇다. 음식이 들어오면 몸이 반응한다. 그 반응이 날마다 반복되면서 건강에 영향을 주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 만성질환과 노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음식, 영양, 건강, 만성질환, 노화를 따로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필자는 ‘영양의 지동설’을 선언한다. 내가 먹은 음식의 열량과 영양소를 살펴보는 데 머무르지 말고, 영양을 바라보는 중심을 내가 먹은 음식에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두자는 것이다. 오늘 식탁 앞에서 한번 자신에게 물어보자. 이 음식을 먹은 뒤 내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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