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류마티스관절염이나 루푸스라도 환자마다 증상과 약물 반응은 다르다. 환자의 몸에서 벌어지는 질병 과정을 실험실에서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떤 약이 잘 들을지 살펴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가톨릭대 의과대학 유도만능줄기세포 응용연구소 이창진 연구원, 임예리·주지현 교수 공동 연구팀이 자가면역질환을 사람 유래 ‘미니 장기’에서 실제에 가깝게 구현하기 위한 오가노이드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오가노이드를 직접 만들어 성능을 시험한 실험 연구는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를 종합해 류마티스관절염과 전신홍반루푸스, 전신경화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오가노이드로 연구할 때 어떤 요소를 함께 구현해야 하는지 정리한 리뷰 논문이다.
환자 세포만 키워선 실제 질병과 차이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줄기세포 등을 3차원으로 키워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닮게 만든 조직이다. 흔히 ‘미니 장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은 환자 세포 자체의 특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면역세포가 자기 몸을 공격하면 자가항체와 염증물질이 늘어난다. 혈관과 조직이 손상되고, 주변 조직이 딱딱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면역세포가 몰려들면서 염증과 손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까지 함께 담아야 실제 환자의 질병 상태에 가까운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환자 세포뿐 아니라 그 세포를 둘러싼 ‘면역환경’까지 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세포에 그 사람의 면역환경까지 더해
연구팀이 제시한 구상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환자의 혈액이나 체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만든다. iPSC는 피부나 혈액 같은 체세포를 여러 종류의 세포로 다시 자랄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린 세포다.
이를 필요한 장기의 세포로 키워 3차원 오가노이드를 만든 뒤, 환자의 혈청과 자가항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 등을 더한다. 환자 고유의 세포 특성과 실제 몸속 면역환경을 한 모델 안에 함께 담는 셈이다.
필요하면 ‘장기 칩’ 기술도 접목한다. 작은 칩 안에서 혈액 흐름이나 면역세포 이동을 흉내 내 실제 장기와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다.
다만 무엇을 구현해야 하는지는 질환마다 다르다.
전신경화증에서는 혈관 손상과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중요하다. 전신홍반루푸스는 자가항체와 면역복합체, 염증반응으로 혈관과 조직 장벽이 손상되는 과정을 반영해야 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관절 안쪽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생기고, 이어 연골과 뼈가 손상되는 과정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내게 맞는 약, 몸에 쓰기 전에 살펴볼까
이런 모델이 실제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닮게 된다면 활용할 곳은 적지 않다.
환자의 세포와 면역환경을 반영한 오가노이드에 여러 후보약물을 넣은 뒤 염증이나 조직 손상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비교할 수 있다. 같은 병을 앓더라도 환자마다 약효가 다른 이유를 연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정 약이 어떤 환자에게 더 잘 들을지를 가늠하거나 새로운 치료제 후보를 추리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료 반응을 예측할 바이오마커를 찾거나 동물실험 일부를 사람 세포 기반 시험으로 바꾸는 연구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유전정보와 면역 특성, 임상정보까지 오가노이드 데이터와 연결해 질병 진행이나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정밀의학 연구로 확장할 수 있다는 구상도 제시됐다. 물론 ‘환자에게 맞는 약을 미리 골라주는 오가노이드’가 완성됐다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iPSC로 만든 세포를 실제 성인 조직에 가깝게 성숙시켜야 하고, 자가면역질환 특유의 염증환경도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
증상이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만성질환의 흐름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는 일도 쉽지 않다. 어느 연구실에서 만들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도록 제작법과 평가 기준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연구팀은 “자가면역질환에서는 환자가 지닌 내재적 요인과 질환 특이적 면역환경을 함께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 유래 iPSC 기반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동물모델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환자별 차이를 반영하고, 정밀한 약물평가와 동물대체시험법 개발로 연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생명공학 및 중개의학(Bioengineering & Translational Medicine)》에 7월 30일 온라인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