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말에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8월 초부터 전국 곳곳의 기온이 35도를 넘으며 가마솥 더위가 이어졌다. 특히 8월5일에는 남부 곳곳에 이어 서울 동북·서북권에 ‘폭염중대경보’까지 발령했다. 폭염경보 중 가장 심각한 단계다.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는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거나, 최고기온이 39도 이상일 때 발효된다.
폭염의 장기화와 글로벌화
올해 폭염의 특징은 장기화와 글로벌화다. 기상청은 한반도 상공을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솜이불처럼 겹겹이 덮고 있어 이러한 폭염과 열대야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한동안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다.
폭염은 이미 지난 초여름 유럽과 미국을 거쳐 지구를 반바퀴 넘게 돌아 8월의 한반도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폭염은 지구 북반부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래서야 피서하러 갈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폭염, 만성질환 악화 물론 열 식히려다 심장·신장 손상도

폭염은 건강과 생명의 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속적인 폭염은 신체에 열 스트레스를 가해 심혈관 질환, 당뇨병, 천식, 정신 질환 등 기존의 만성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목할 점은 급성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신체가 더위로 뜨거워진 피부나 근육을 식히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심장과 신장에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더위는 졸음이나 집중력 감소 등을 유발해 교통수단을 이용한 이동이나 작업 과정에서 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 음식료 속 미생물의 이상 번식을 일으켜 일부 감염성 질환의 전파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
고강도 폭염의 생명 위협, 글로벌 연구가 입증했다
고강도 폭염은 불쾌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은 치사율이 높은 응급 질환으로 분류된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들의 여름철 초과 사망을 일으킨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건강, 사망률과의 관련성을 연구하는 국제 공동연구가 줄을 잇고 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글로벌 의학학술지 랜싯의 ‘열 관련 사망률 조사. 2023’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열 관련 사망률은 2000~2004년과 2017~2021년 사이에 약 85% 증가했다. 2000~2019년 매년 약 48만9000명이 열 관련 질병으로 사망했으며, 이 중 45%는 아시아에서, 36%는 유럽에서 각각 발생했다. 글로벌 학술지인 ‘랜싯 플래닛 헬스에 2021년 게재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최적이 아닌 주변 온도와 관련된 전 세계적, 지역적, 국가적 사망 부담: 3단계 모델링 연구’ 논문의 핵심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미국 예일대 환경대학원, 도쿄대 의대,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 중국 산둥대 보건대 등이 공동연구한 결과다.
미국 워싱턴대 환경연구원, 호주 모나쉬대 지속가능 발전 연구소. 캐나다 워털루대 환경학부 등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2003년 6월부터 8월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7만 명이, 2010년 러시아에서 44일간의 폭염으로 5만600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2022년 유럽 폭염 관련 사망률‘ 기사에서 그해 여름 고강도 폭염이 강타한 유럽에서만 열 관련 질병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약 6만1672명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가 폭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

왜 이럴까. 미국 NBC방송은 과학자들을 인용해 지구온난화를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고농도 이탄화탄소와 온실가스가 태양 복사열을 흡수해 가두고, 뜨거운 공기층을 특정 지역에 잡아두며, 구름 형성을 억제해 지표면을 뜨겁게 달구면서 대기를 정체시켜 장기 폭염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일부 지역에서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 등 ‘특정 지상 패턴’이 정체되고, 고온의 대기가 특정지역에 갇히는 ‘열돔 현상’ 등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폭염이 빚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현상이 괴로운 것은 극심한 여름 폭염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길어진다는 점이다. 이번 폭염은 강약중간약이 아니라 강강강만 계속되고 있다. 도무지 여유를 주지 않는 ‘연속 난타극’이다.
폭염은 불괘하고 견디기 힘든 것을 넘어 노약자와 취약층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호되고 거친 여름이다. 문제는 이런 폭염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화·일상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각국이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폭염으로부터 주민 지킬 범정부 혁신 대응체계 필요
22년 만의 기록적 고온 앞에 온열질환자는 물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처럼 폭염은 갈수록 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 흉기’로 변하고 있는데 당국의 대책은 고답적이기만 하다. 쉼터 운영, 쪽방촌 모니터링, 야외 근무 중단 권고 등 제자리걸음이다. 갈수록 흉포해지는 폭염으로부터 주민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건물과 시설의 냉방 기준 재설계, 에어컨 설치와 운영 강화와 지원책, 야외 근무의 단계별 중단 의무화 등 실효성을 담보한 제도 혁신이 필요할 때다. 노동·학사 일정과 응급의료 시스템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기후변화를 반영한 21세기형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기후변화 대응과 국민 생명·건강 수호보다 에너지 절약을 앞세워 관공서 등 에어컨 온도를 비현실적으로 높이는 악습부터 바꿔야 한다. 이제는 그럴 시대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지키고 건강을 보호하려면 이러한 시대 감각과 국민 인식의 변화를 반영해 더욱 적극적이고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폭염 대응을 ‘사회적 재난 대책’ 수준으로 격상하고 범정부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폭염은 자연의 일이지만, 대응은 인간의 일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