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 기관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중에서도 공기처럼 늘 도움을 주고 편안한 일상을 누리게 하는 일등공신이지만, 막상 다치지 않으면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손’이다.
물론 ‘손의 가치’를 잘 아는 이들도 있다. 국내 정형관절 수부외과의 대표주자 W병원 우상현 병원장에게 손은 환자 진료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환자가 사고 직후 손을 다쳤을 때 찾은 첫 병원에서 수술이나 후속 치료가 잘 되지 않아 2차나 3차로 W병원에 올 때가 많다. 우 병원장은 그런 환자의 손을 잡는 것에서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란 말로 체온을 나누면서 환자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손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손은 매우 섬세한 기관이면서 매우 소중한 기관입니다. 다른 주요 장기는 피부나 뼈, 지방 등으로 보호 받고 있지만 손은 뼈가 가장 중심에 있고 외부는 신경이나 핏줄이 얇은 피부에 둘러싸여 보호가 어렵습니다.”
우 병원장은 “손은 너무 많이 써도 그 반대로 너무 적게 써도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하루 평균 5시간을 스마트폰 사용에 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손 건강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손바닥보다 더 큰 스마트폰을 오래 잡고 있으면 손목에 모든 신경, 혈관이 다 모이면서 긴장과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손 전체에 무리가 간다. 우 병원장은 “20분 정도 사용한 뒤 손과 손목을 풀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손을 적게 써도 문제가 된다는 건 무슨 말인가.
“손가락을 다쳐서 간단한 수술을 받거나 깁스를 한 뒤 손가락을 너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손가락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수술 뒤에는 반드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다친 손가락의 회복을 위해 보호에만 방점을 두고 사용하지 않으면 다친 손가락은 ‘다이어트’효과가 나서 다른 손가락들에 비해 마르게 된다. 그러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고 일상생활에 불편이 따른다. 따라서 처음엔 다소 불편하더라도 다른 손가락을 사용할 때 함께 쓰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증상에는 무엇이 있나.
“대표적 증상이 바로 CRPS(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복합부위통증증후군)다. 일반인에게는 아무런 자극도 되지 않지만 옷깃이 스치거나, 바람이 불거나, 미지근한 물이 닿는 것조차 뇌가 '칼에 베이는 듯한 극심한 통증'으로 오인하는 증상이다. 물론 W병원 수부외과 전문 의료진은 이러한 증상이 단순 회복 과정인지 CRPS의 전조 증상인지 구별할 수 있다. 환자도 회복이나 재활 과정에서 적절한 손 사용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다치지는 않더라도 손가락이 뻣뻣하거나 이유 없는 통증이 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50대 이상이라면 아주 다양한 이유로 손가락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먼저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은 뒤 가까운 병원에서 재활이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약물 치료만 받다 보면 치료 골든타임을 놓쳐서 병을 키우게 되거나 금전적 손해를 볼 수 있다. 전문의 상담이 최우선이다.”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이나 팔을 다치면 당장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가까운 병원, 아는 병원이 아니라 전문병원으로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수부접합이나 미세재건은 골든타임도 중요하지만 골든 플레이스 즉 어디로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W병원은 제주도, 전라도, 강원도 등 전국 어디서나 최대 36시간까지 도착한다면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수술이 가능하다.”
-맨 먼저 가는 병원이 제대로 대처를 못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남지 않나.
“최근 부산에서 온 20대 중반 여성은 손바닥을 1cm 정도 유리에 베였는데 1, 2차 수술에서 힘줄이 붙어버리고 흉터도 크게 남은 채 W병원을 찾았다. 쉽게 할 수 있는 처치가 성형까지 생각해야 할 까다로운 수술로 바뀐 것이다. 가까운 병원이나 그저 아는 병원을 갈 게 아니라 전문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다. 비슷한 날 역시 1, 2차 수술과 치료는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하고 상태가 좋지 않았던 아이가 병원을 찾기도 했다. 아이 어머니는 처음부터 W병원을 찾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수술 부위를 국소 마취하고 아이가 잘 때 수술을 진행해 최대한 빨리 부모 품에 안길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선천성 기형인 다지증과 합지증 수술은 어떻게 진행하는 게 좋나.
"다지증과 합지증 수술은 단순히 외형 개선 수술이 아니다. 아이의 평생 손 기능과 직결되는 ‘성장의 골든타임’을 다루는 작업이다. 최적의 시기에 정교한 재건술을 시행해야 아이들이 장애 없이 일상의 모든 순간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최근 상완신경총손상의 치료 표준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데….
“상완신경총(Brachial Plexus)은 목뼈에서 나와 어깨와 겨드랑이를 거쳐 팔과 손 전체의 운동과 감각을 담당하는 거대한 신경 다발이다. 외상으로 늘어나거나, 찢어지거나 척수로부터 완전히 뽑히는 부상을 입으면 어깨를 들 수 없거나 팔꿈치를 굽힐 수 없고,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또 팔이나 손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저 어깨에 팔이 매달려 있는 것 같고 때론 극심한 신경병성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어느 병원을 가야할지 정보도 거의 없는 분야여서 손이나 팔 수술에 있어서 ‘암’과 같다는 비유가 있을 정도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도 없다. 그래서 더더욱 정복하고 싶은 분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