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1위 ‘건강’...운동만으로는 살 못뺀다
[송무호의 비건뉴스]
한 데이터 컨설팅 업체에서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 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2024년 새해 소망’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위를 차지한 것은 전체 응답자의 34.7%가 꼽은 ‘건강’이었다 [1].
미국인들의 2024년 새해 결심에서도 1위는 역시 ‘건강’이었다 [2]. 건강은 거의 매해 소망 1순위로 올라온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건강보다 소중한 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건강과 다이어트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2021년 미국의사협회의 공식 학술지인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재밌는 논문이 하나 발표되었다.
코로나19 기간 중 성인 269명을 대상으로 격리 등 사회 활동 제한으로 인한 운동 부족, 잦은 간식, 과식에 의한 체중 변화를 조사한 결과, 6개월간 약 4kg 체중 증가가 있었다고 한다 [3].
한국에서도 코로나로 ‘확찐자’가 늘었다는 농담이 있었는데 조사 결과, 진짜였다. 국민 10명 중 4명이 3kg 이상 체중이 증가했고, 특히 남성 30~40대와 여성은 2명 중 1명이 몸무게가 늘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더 먹고 덜 움직인 탓이다 [4].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전후 성인 비만율을 조사한 결과, 남성은 2019년 41.8%에서 1년 뒤 48%로, 여성은 25%에서 27.7%로 상승했다 [5].
혹자는 살이 쪄서 보기 좋고 건강한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건강한 비만’이란 없다 [6, 7]. 당장은 건강하게 보이는 비만(metabolically healthy obese)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만성질환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8].
비만하면 당뇨병이 4배 더 발생 [9], 심혈관질환(협심증, 심근경색)은 3배 증가 [10, 11], 그리고 각종 암이 증가한다 [12]. (*자궁암 7.1배, 식도암 4.8배, 위암·간암·신장암 1.8배 증가 -> 아래 도표)
그 외 비만하면 여러 가지 질환을 잘 동반하는데 고지혈증, 고혈압, 지방간, 담낭질환, 뇌졸중, 수면무호흡증, 통풍, 관절염 등이 대표적이다 [13].
흔히들 비만을 ‘영양 과잉’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영양 결핍’ 상태다. 비만인들은 육식이나 패스트푸드 혹은 설탕이나 기름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들을 즐겨 먹기에 정작 몸에 필요한 미량영양소(micronutrients)인 각종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성분 그리고 섬유질(fiber)은 섭취가 부족해 건강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14].
따라서 ‘건강한 비만’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근거 없는 믿음(myth)’에 불과하다 [15]. 이처럼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기에 실제로 질병분류코드에도 비만은 ‘E66.9’ 질병으로 등재되어 있다.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병이다
필자는 정형외과 특히 무릎관절염을 전문적으로 보기에 과체중 환자들이 많다.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에게 “살 빼려고 노력해 봤느냐”고 물어보면 다이어트하면 증상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으나, 다이어트하는 올바른 방법을 몰라 이것저것 해보다 실패한 후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들도 환자들에게 살 빼라는 얘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정보를 주지는 못한다. 왜냐면 의과대학에서 영양학을 배운 적이 없으므로 의사들도 다이어트에 대해선 솔직히 잘 모른다.
“그동안 살을 빼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왔느냐”고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살을 빼려면 음식을 적게 먹으라는 일반적인 통념이 있기에 식사량을 줄이거나 심지어는 굶는다고 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참기 힘든 것은 배고픔이고, 사람은 배고픔을 견디기 어렵다. 왜냐하면, 인류의 유전자는 생존을 위하여 어느 정도의 음식 섭취는 반드시 하도록 되어있기에 이 방법은 항상 실패로 끝난다.
배고픈 다이어트는 100% 실패한다
또 다른 살 빼는 방법으로 운동을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다리가 아파 운동을 못 하니 살을 뺄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하고, 아픈 다리를 억지로 참고 운동하다 관절염이 더 악화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살 빼려면 적게 먹고, 운동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가장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며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사실 운동은 살 빼는데 좋은 방법이 아니다. 살 빼기 위한 새해 결심으로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처음엔 열심히 하나, 체중이 생각보다 쉽게 빠지지 않자 실망하고 운동을 포기하기를 반복한다. 필자도 이전엔 그랬고, 독자들도 그런 경험한 분들이 아마 많을 것이다.
최근 인체 신진대사에 관한 발견들이 운동과 비만에 관한 과학적 진실을 말해준다. 우리 몸을 하나의 내연기관이라 생각하면 인간은 참으로 최고의 효율성을 가진 놀라운 내연기관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주어진 에너지 자원을 생존을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체는 획득한 에너지 중 약 60~70%는 기초대사량(심장박동, 호흡, 체온 유지 등 생명을 유지하는 일)에 사용하고, 약 10%는 음식물 소화, 나머지 약 20~30%만 신체적 활동으로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즉 인간의 대사 시스템은 운동으로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의 한계가 거의 고정되어 있으므로 사람이 활동으로 소비할 수 있는 칼로리는 한정되어 있다 [16, 17].
따라서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운동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운동량과 비례하여 살이 더 빠지는 것은 아니다 [18, 19].
운동으로 소비할 수 있는 칼로리 양은 의외로 적다. 예를 들어, 간식으로 초코파이 한 봉지(170kcal)를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면 충분하지만, 운동으로 그만큼의 열량을 태우는 건 쉽지 않다. 빨리 걷기 1시간, 탁구 45분, 테니스 40분, 수영 30분, 줄넘기 30분, 달리기 20분을 해야 소모할 수 있는 칼로리다.
달리기를 해 본 사람은 안다. 20분간 달리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이 말은 역으로 20분간 달리기를 한 후 초코파이 하나를 먹으면 운동한 효과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허무하지만, 우리 몸의 메커니즘은 그렇게 세팅 되어 있다.
물론 운동을 추가로 더 하면 살이 약간 더 빠지긴 하나 우리 몸의 ‘보상 메커니즘’(compensatory mechanisms)에 의해 배가 더 고파져 식욕이 증가하고, 운동했으니 좀 더 먹어도 되겠지 하는 심리로 식사량이 늘어나서 운동 효과가 상쇄된다. 또한, 운동 후엔 좀 더 쉬고 싶어하고, 계단 오를 걸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다 [20, 21].
그래서 운동으로 살 빼기는 기대하지 마라. 살을 빼기 위해서는 운동보다 우리가 먹는 식사 즉, 다이어트가 훨씬 더 중요하다.
4개월간 다이어트만 한 그룹과 운동만 한 그룹의 체중 감량 정도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다이어트 그룹은 약 11kg 감량, 운동 그룹은 약 3kg 감량했다고 한다. 즉 다이어트가 운동보다 3~4배 더 효과가 있었다 [22].
그렇다면, 비만의 진짜 원인은?
체중 조절에서 다이어트와 운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8:2 정도로 다이어트가 훨씬 더 중요하다 [23, 24, 25, 26]. 80%인 다이어트를 무시하고, 20%인 운동에 매달리면 실패한다는 게 뻔하지 않은가?
그래서 운동만으로 살 배기는 매우 힘들다. 다이어트만 한 그룹과 다이어트에 운동을 추가한 그룹을 6개월 이상 조사한 논문들을 메타분석 한 결과, 운동을 추가한 그룹에서 약 1.1kg 추가 감량이 되었다니 생각보다 운동으로 빼는 살은 많지 않다 [27]. 다이어트 없이 운동만으로 살 뺄 수 있는 정도는 최대 2kg 이상은 어렵다는 보고도 있다 [28].
운동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운동은 살 빼는 목적이 아니라 건강 증진 목적으로 필요하다. 심장과 폐를 건강하게 하고, 근육을 만들어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뼈와 관절을 튼튼하게 만들고, 균형감각을 유지하여 낙상을 예방하고, 스트레스 해소하고, 잠 잘 자게 해서 면역시스템이 좋아진다. 그리하여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치매의 위험이 줄어든다 [29, 30].
결국, 비만의 원인은 운동 부족이 아니라 잘못된 식습관이다. 그럼, 어떤 다이어트가 가장 좋을까?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농민신문 https://www.nongmin.com/article/20231229500171
2. CBS NEWS https://www.cbsnews.com/news/cbs-news-poll-hopes-resolutions-2024/
3. AL Lin, E Vittinghoff, JE Olgin, et al. Body weight changes during pandemic-related shelter-in-place in a longitudinal cohort study. JAMA Network 2021;4(3):e212536.
4. 대한비만학회 https://www.kosso.or.kr/newsletter/202104/sub02.html
5.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11231035700530
6. The Dailypost https://www.thedai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79115
7. Medical Observer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982
8. SL Appleton, CJ Seaborn, R Visvanathan, et al. Diabetes and cardiovascular disease outcomes in the metabolically healthy obese phenotype: a cohort study. Diabetes Care 2013;36(8):2388-2394.
9. Z Zhou, J Macpherson, SR Gray, et al. Are people with metabolically healthy obesity really healthy? A prospective cohort study of 381,363 UK Biobank participants. Diabetologia 2021;64:1963-1972.
10. Medical tribune https://www.medical-tribu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370
11. L Hansen, MK Netterstrøm, NB Johansen, et al. Metabolically Healthy Obesity and Ischemic Heart Disease: A 10-Year Follow-Up of the Inter99 Study. 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2017;102(6):1934-1942.
12. B Lauby-Secretan, C Scoccianti, D Loomis, et al. Body fatness and cancer—viewpoint of the IARC Working Group. N Engl J Med 2016; 375:794-798.
13. 대한비만학회 http://general.kosso.or.kr/html/?pmode=obesityDisease
14. AM Freeman, M Aggarwal. Malnutrition in the Obese: Commonly Overlooked But With Serious Consequences. J Am Coll Cardiol 2020;76(7):841-843.
15. JO Hill, HR Wyatt. The Myth of Healthy Obesity.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3;159(11): 789-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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