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 뇌세포, 자꾸 사라지는 이유는?
뇌 단백질의 병리적 형태가 도파민 풍부한 뇌세포의 사멸 초래
퇴행성 신경질환인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도파민이 풍부한 뇌세포의 사멸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새로운 단서가 발견됐다. 알파-시뉴클레인이라는 뇌 단백질의 병리적 형태가 다른 요소들과 결합해 뇌세포 사멸을 초래한다는 것이 동물실험으로 밝혀졌다. 최근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파킨슨병의 원인으로는 뇌세포 사멸과 도파민 수치 감소가 꼽힌다. 도파민은 뇌에서 중요한 화학적 메신저 역할을 한다. 파킨슨병이 진행될수록 도파민이 풍부한 신경세포가 소실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로 인해 운동 능력과 인지 능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떨림, 뻣뻣함, 균형 장애 등 각종 증상을 겪게 된다. 파킨슨병 환자는 통상 도파민의 전구체인 L-도파(L-dopa) 등의 약물 투여로 손실된 도파민을 대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진다.
존스홉킨스대 테드 도슨 교수(신경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일반적인 뇌 단백질인 알파-시뉴클레인의 병리적 형태가 도파민이 풍부한 뇌세포의 사멸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알파-시뉴클레인이 도파민이 풍부한 뇌세포의 손실과 연관됐을 것이라는 추정은 있었지만 그동안 불분명했던 그 역할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알파-시뉴클레인과 상호작용해 뇌세포 사멸로 이어질 수 있는 다른 단백질들을 확인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실험실과 생쥐실험을 통해 100개의 후보물질을 발견했다. 대부분은 세포가 새로운 단백질 생산과 관련돼 있었다.
‘나쁜’ 형태의 알파-시뉴클레인이 세포내 양성종양을 자라게 하는 ‘결정성 경화증 복합체2(TSC2)’라고 불리는 또 다른 세포 단백질과 결합하면 mTOR라고 불리는 세 번째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활개 치게 만든다. mTOR는 세포 내부의 단백질 생산을 촉진하지만 그 활동이 과도해지면 뇌세포 사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아직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그 메커니즘이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단백질이 세포 내부의 활동을 방해할 수도 있고, 특정 단백질이 과잉 생산되면 독성을 띠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파킨슨병과 유사한 질환이 있는 생쥐에게 라파마이신(rapamycin)이라는 mTOR 표적약물을 투여하면 과도한 세포 단백질 생산이 중단된다는 것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이런 방식으로 치료한 쥐들은 파킨슨병의 특징인 ‘느리고 자주 중단되는 움직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라파마이신은 이미 항암제나 장기이식 후 생길 수 있는 거부반응을 억제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그래서 연구진은 언젠가 환자들에게 더 적은 전신 부작용 없이 도파민이 풍부한 뇌 세포를 살아있게 할 수 있는 라파마이신과 같은 약이 개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전 세계적으로 약1000만 명이 파킨슨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도슨 교수는 “파킨슨병은 환자들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그들의 간병인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다”면서 “우리의 연구가 실질적으로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출 수 있는 기계적이고 분자에 기초한 치료법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full/10.1126/scitranslmed.add0499)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