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고통분담 출구전략 필요

[허윤정의 의료세상] 자영업자, 독고노인, 어린이 등 위해

7월 30일 현재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187만여 명으로 1차 접종률은 36.5%, 접종 완료율은 13.8%를 기록했다. 우선 접종 대상자인 요양병원, 요양시설, 장애인·노숙인·결핵·한센인 거주시설 등 취약시설, 만성 신장 질환자 등은 접종률이 80~90%로 나타나고 있다. 고위험군 대상의 접종률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 종사자와 사회 필수인력 및 교직원 및 초중 교육 및 보육 종사자 등의 접종이 진행됐다. 그 결과 치명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대상군의 접종은 거의 마무리가 된 셈이다.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원칙,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기회비용의 대가를 고민할 시간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OECD 국가 평균의 2배에 가깝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콜롬비아가 51.3%로 가장 높고 멕시코(31.9%), 그리스(〃), 터키(30.2%), 코스타리카(26.6%)에 이어 여섯 번째다. 일본은 10%, 미국은 6.3%에 불과하다. 한국은 2019년 기준으로 24.6%다. G7 국가 중에는 가장 높다. 국가별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똑같이 강화한다 해도, 한국이 체감하는 고통이 클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급격히 감소해 생계가 어렵다. 그런데 이 더위에 문을 열고 환기하라는 방역 당국의 권고에 갈등을 겪고 있다. 최다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시는 지난 5월 자영업자들에게 ‘에어컨 냉방을 할 때도 창문 일부나 출입문 등을 상시 개방하라’는 정부보다 강화된 지침을 권고했다. 연일 30도를 넘는 폭염에 ‘개문환기 권고’를 지킬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지만 권고안은 바뀌지 않았다. ‘코로나보다 냉방비가 더 무섭다’며 아예 문을 닫거나, 문을 열러 영업장이 더워지면 줄어든 손님마저 받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이밖에 우리 사회가 직면해야 하는 고통은 곳곳에 있다. 7월 1~27일 공항철도로 인천공항 제1·2터미널을 방문한 승객은 29만여 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만여 명과 비교하면 4%가량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이용자 중 65세 이상 노인은 3만9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300여 명보다 93%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어 경로당, 노인대학 등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설들이 문을 닫으면서 노인들이 다양한 편의시설과 냉방 설비를 갖춘 공항을 찾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1일 서울시는 경로당 2859곳 중 28.9%인 829곳만 개방했다. 노인들에게 무더위쉼터로 이용되던 경로당이 코로나 4차 유행으로 문을 닫은 것이다. 공항의 편의시설을 이용해서 더위를 피하며 즐기는 일명 ‘공캉스’를 갈 수 있는 노인들은 이동이 자유롭고 상대적으로 건강한 대상자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은 집 근처에서 폭염을 피할 곳을 찾기 어렵다. 이렇게 집이나 집 주변에서 더위를 피하지 못해 온열 환자가 발생하는 등 사고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27일 도봉구의 다세대주택에서 90대 남성과 70대 여성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보도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들 부부의 냉장고는 비어 있었고, 에어컨은 없었다. 집안에 전기세, 가스요금, 수도요금 체납 고지서만 쌓여있었다고 한다. 발견 당시 부패가 진행된 시신은 부검 결과 자연사로 확인되었다. 이웃들은 폭염에 ‘온열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공공에서 운영하는 집 근처 무더위쉼터가 문을 닫으면서 취약계층이 더위를 피할 공간을 찾기 어렵게 됐다. 노인들은 우선적으로 접종을 마쳤음에도 경로당마저 문을 닫고 있으니, 이들이 집 주변에서 더위를 피할 공간을 찾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방학을 맞은 학생도 사정은 비슷하다. 근처 공공도서관은 이용 인원을 대폭 줄여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 이용하기 더욱 더 어려워졌다. 집에 에어컨이 있거나 스터디카페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공부도 하기 어렵지만 폭염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힘든 방학을 보내는 학생들에게는 코로나19보다 폭염이 더 무섭지 않을까?

전국적인 폭염으로 12명이 사망하고 가축 27만여 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자 김부겸 총리는 각 부처에 폭염 피해에 선제적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7월의 마지막 날을 앞둔 시점이지만, 8월에는 덥고 습한 돌파 폭염으로 그늘에서도 더위를 피할 수 없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20대 이하의 코로나 치명률은 0%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격차는 크게 벌어졌고, 돌봄 공백은 여성을 비롯한 가족의 몫으로 넘겨졌다.

코로나19로 위험한 대상자들은 대부분 백신 접종을 마쳤다. 치명률은 최하로 치닫고 있다. 그러는 동안 코로나19 상황이 18개월을 넘었다. 이제는 어떤 고통이 개인과 가족과 우리 사회를 더 병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지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월급을 주고 월세를 내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감수하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치명률이 0%인 학생들 대상의 우선순위 정책이 무엇인지 재논의가 필요하다. 백신을 접종하고 고독사하는 노인과 폭염에 온열질환으로 고통 받는 노인들을 지역사회에서 챙기는 방안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변이를 거듭하는 코로나19는 이제 함께 살아가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된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의 연대를 바탕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새로운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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