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9일 (금)

새벽마다 소리 지르고 돌아다니던 58세 여성…원인은 ‘췌장’에 있었다

췌장에 생긴 혹이 인슐린 과다 분비… 극심한 저혈당으로 뇌 마비돼 수면 중 이상 행동 일으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새벽마다 수면 중에 이상한 행동을 하던 50대 여성의 원인이 알고 보니 뇌가 아닌 췌장에 있었다는 희귀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일 새벽마다 수면 중에 이상한 행동을 하던 50대 여성의 원인이 알고 보니 뇌가 아닌 '췌장'에 있었다는 희귀 사례가 보고됐다.

중국 윈난성 제1인민병원 신경과 의료진에 따르면, 58세 여성은 약 6개월간 수면 중 이상행동을 반복했다. 주로 새벽 4~6시 사이에 갑자기 이불을 개거나 일어나 걸었다. 식탁을 닦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머리를 반복해서 만지거나 침대에서 몸부림치는 모습도 보였다.

가족이 깨우려 해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소변을 지리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오전 7~8시쯤 스스로 깨어나면 평소와 다름없었다.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오랜 업무 스트레스 탓으로 여겼다. 여성은 병원을 찾기 한 달 전 중등도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진단받기도 했다. 증상이 이어지는 동안 기운과 집중력이 떨어졌고, 6개월 사이 체중이 약 5㎏ 줄었다.

새벽 혈당 크게 떨어져… 췌장 꼬리에서 덩어리 발견

여성의 혈당이 단서가 됐다. 입원 후 밤중에 혈당을 측정하자 약 22~36㎎/dL까지 떨어지는 심한 저혈당이 반복됐다. 여성은 당뇨병을 앓은 적이 없었다. 혈당이 낮아지면 분비가 줄어야 할 인슐린도 충분히 억제되지 않고 있었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도록 도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다. 필요 이상으로 분비되면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다. 뇌는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쓴다. 혈당이 크게 떨어지면 혼란에 빠지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고,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는 췌장 꼬리 부위에 약 1.9㎝ 크기의 둥근 덩어리가 발견됐다. 의료진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종양인 ‘인슐린종’ 등을 의심했다. 잠들기 전 간식을 먹이고 영양을 공급했지만 저혈당은 충분히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복강경으로 췌장 꼬리 쪽 일부와 덩어리를 제거했다.

암 아닌 ‘과오종’… 제거하자 저혈당과 이상행동 함께 없어져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확인된 것은 ‘췌장 과오종’이었다. 정상적인 췌장 조직 성분이 비정상적인 비율과 배열로 모여 생긴 양성 덩어리다. 암은 아니었다.

이 여성의 과오종은 약 90%가 호르몬을 만드는 췌도세포로 이뤄져 있었다. 의료진은 이 세포들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은 채 분비되면서 심한 저혈당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했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새벽에 혼란과 복잡한 행동이 반복되는 환자는 수면장애나 뇌전증뿐 아니라 인슐린 과다에 따른 저혈당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에는 공복과 야간 혈당이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새벽 이상행동도 완전히 사라졌다. 추적 관찰 기간에 증상은 재발하지 않았고, 여성은 기운과 집중력,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여성은 논문에 실린 소감에서 “수술 후 첫날 밤부터 증상이 멈췄다. 내 삶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국제 학술지 《종양학 프런티어(Frontiers in Oncology)》에 최근 게재됐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