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게릭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운동신경 손상과 움직임 저하를 재현한 얼룩말물고기(제브라피쉬)를 이용해 새로운 치료 후보물질이 발견됐다. 후보물질을 투여하자 떨어졌던 운동능력이 정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되고 신경세포 손상과 관련된 산화스트레스도 줄었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김명지 교수와 고려대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박해철 교수, 제브라피쉬 중개의학연구소 서용보 교수 연구팀은 루게릭병 동물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트리벤질아민(Tribenzylamine·TBA)을 치료 후보물질로 발굴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메디신 앤드 파마코테라피(Biomedicine & Pharmacotherapy)》에 게재됐다.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은 몸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돼 근력이 떨어지고 마비가 진행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SOD1, C9ORF72, FUS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발병과 관련돼 있으며 질환의 원인과 진행 과정이 복잡해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고 빠르게 진행하는 일부 유전성 루게릭병과 관련된 FUS 유전자 변이에 주목했다. 사람의 ‘FUS-R521C’ 변이 유전자가 신경세포에서 많이 만들어지도록 제브라피쉬를 제작한 결과 성장 초기부터 움직임이 감소하고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했으며 이후 운동신경세포 손상도 나타났다. 기존 일부 생쥐 모델보다 질병 특징이 빠르게 나타나 많은 후보물질을 동시에 시험하기에 유리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제브라피쉬의 운동능력을 지표로 약 300개의 생리활성 물질을 시험했다. 감소한 운동능력을 30% 이상 개선하면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보인 물질을 추려낸 결과 TBA가 후보로 확인됐다.
TBA를 투여하자 FUS 변이 제브라피쉬의 운동능력은 정상 대조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개선됐다. 신경세포 손상과 관련된 활성산소종(ROS)도 유의하게 감소했다. 논문에 따르면 같은 모델에서 기존 루게릭병 치료제 에다라본은 산화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낮췄지만, 운동능력까지 개선하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TBA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살펴봤다. 그 결과 TBA를 투여한 제브라피쉬에서는 감소했던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성호르몬이 정상 수준에 가까워졌다.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막자 TBA의 효과도 줄어, 연구팀은 성호르몬을 비롯한 여러 생체 반응이 운동기능 회복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연구팀은 아직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루게릭병 치료제로 볼 단계는 아니라고 봤다.
돌연변이가 없는 정상 FUS 단백질을 같은 수준으로 많이 만들도록 한 제브라피쉬와 비교하지 못한 점을 한계로 꼽았다. 이 때문에 나타난 이상이 FUS 돌연변이 때문인지, FUS 단백질 자체가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진 영향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명지 교수는 “TBA가 FUS 변이로 나타난 운동기능 저하와 산화스트레스를 완화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정확한 작용 과정을 규명하고 다양한 루게릭병 동물모델에서 효과를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해철 교수도 “이번에 구축한 제브라피쉬 모델은 루게릭병의 주요 특징이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고 대량의 약물 스크리닝이 가능하다”며 “유망한 치료 후보물질을 선별하는 연구에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