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딪히거나 넘어진 적도 없는데 방광이 15cm나 찢어져 뱃속에 소변이 가득 차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단 한 번의 '폭음'이 원인이었다.
영국 하웰 다 유니버시티 보건위원회 비뇨기과 소속 의료진 보고에 따르면 어느 날 밤 맥주 7~8잔(약 4L)을 연달아 마신 40대 남성이 소변을 보지 않은 채 잠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부터 아랫배에 이상한 통증이 시작됐다. 밤 12시가 되자 통증은 사람이 참기 힘든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소변을 보고 싶어도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급히 이송된 응급실에서 검사한 결과, 남성의 방광 윗부분에 15cm 크기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방광에서 새어 나온 소변 1.5L는 이미 뱃속(복강) 전체로 퍼져 있었다.
술에 마비된 소변 신호… 방광이 풍선처럼 부풀어 파열
어떻게 다친 적도 없이 방광이 터질 수 있을까? 의학계에서는 이를 '자발성 방광 파열'이라고 부른다. 자발성 방광 파열의 사망률은 15%나 왼다. 이렇게 외상 없이 방광이 터지는 가장 흔한 원인 1위가 바로 폭음(39%)이다. 알코올은 몸속에서 이뇨 작용(소변을 많이 만들게 하는 작용)을 일으킨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소변이 방광에 차오른다. 하지만 알코올은 뇌 신경도 함께 마비시킨다. 방광이 터질 듯 부풀어도 소변이 마렵다는 느낌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게다가 남성은 과민성 방광 치료제인 '옥시부티닌'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 약은 방광의 수축을 줄여 소변을 참게 도와주는 약이다. 약 성분과 술이 합쳐지면서 방광이 풍선처럼 터지기 직전까지 늘어났다. 그래도 남성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던 것.
의료진은 "폭음을 하면 소변량은 급격히 늘어난다"며 "하지만 알코올 때문에 감각이 마비되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광 기능에 영향을 주는 약을 먹는 환자라면 폭음할 때 방광이 터질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기계도 속인 오진 위험… 긴급 수술로 생명 건져
이번 사례는 의료진도 속기 쉬운 여러 위험 요소들을 함께 보여준다. 응급실에서 초음파 방광 스캐너로 검사했을 때는 소변이 230mL 남아있는 것으로 나왔다. 방광이 터져 뱃속에 흩어진 1.5L의 소변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혈액 검사에서도 신장(콩팥) 수치가 과하게 높게 나왔다. 이는 진짜 신장이 망가진 것이 아니었다. 뱃속으로 새어 나간 소변 속 노폐물이 핏줄로 다시 흡수되는 '자가 투석(뱃속에 샌 소변이 다시 피로 들어가는 현상)'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신장 부전(신장 기능이 멈추는 병)으로 오진할 위험도 높았다.
의료진은 빠르게 컴퓨터단층촬영(CT)을 진행해 방광 파열을 확인했다. 이어서 긴급 개복 수술을 시행했다. 의료진은 배 속에 고인 1.5L의 소변을 뽑아내고 찢어진 방광을 두 겹으로 단단히 꿰맸다. 의료진은 "폭음 후 아랫배가 극심하게 아프고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체 없이 방광 파열을 의심하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수술 후 18일 만에 소변줄을 빼고 정상적으로 회복해 퇴원했다.
이 사례는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최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