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I(체질량지수) 23kg/m² 미만의 마른 사람도 너무 짠 식습관을 유지하면 간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싱가포르 듀크-NUS 의대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고염식이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대사(Molecular Metabolism)》 최근호에 실렸다.
’지방’이 없는데 지방간이?
대사이상 지방간염은 간세포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서 염증과 세포 손상이 일어난 상태다. 음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 때문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도 불린다.
주로 비만이나 당뇨병,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 이상과 밀접해 흔히 과체중인 사람에게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체중이 정상 범위에 있는 사람에게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에게 16주 동안 서로 다른 식단을 먹였다. 실험군은 식단에 따라 △일반식 섭취군 △서구식 식단(지방과 당 함량을 의도적으로 높인 식단) 섭취군 △서구식 식단에 소금 함량을 4~8% 높인 고염식 섭취군으로 나눴다.
서구식 식단을 먹은 생쥐는 예상대로 체중이 크게 늘었다. 16주 뒤 체중 증가폭이 평균 14~15g으로 약 4~5g인 일반식 섭취군과 4배가량 차이가 났다.
반대로 고염식 섭취군에선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체중 증가폭은 일반식을 먹은 생쥐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간에 쌓이는 지방도 줄었다. 고염식 섭취군 생쥐는 서구식 식단 섭취군에 비해 간 무게가 낮았고, 간에 축적된 중성지방 역시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고염식 섭취군의 간이 더 건강해진 것은 아니다. 간의 염증과 섬유화 정도는 서구식 식단만 먹은 생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겉으로 보면 살이 덜 찌고 지방간도 가벼워졌지만, 간 조직 손상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특성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대사이상 지방간염 증상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전문의 “소금 섭취, 지방간 악화에 뚜렷한 영향 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짠 음식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136mg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인 2000mg의 1.6배에 이른다.

김상균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소금이 지방간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고 최근 대규모 연구를 통한 의학적 근거도 빠르게 쌓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10만여 명을 분석한 강북삼성병원·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공동 연구에서도 나트륨 섭취와 지방간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나타났다.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많은 집단은 가장 적은 집단보다 지방간 발생률이 남성은 25%, 여성은 35% 높았다.
2025년 영국인 49만 명의 데이터(UK 바이오뱅크 활용 데이터)를 추적 조사한 중국 베이징요우안병원·베이징임상연구소·미국 듀크대 의대의 대규모 역학 연구에서도 나트륨 섭취가 1g(1000mg) 많아지면 대사이상 지방간 발병 위험은 82%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나트륨 자체가 직접적으로 지방간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짠 음식을 먹으면 식욕이 높아지면서 전체 섭취량, 칼로리, 지방 함량 등이 함께 늘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혈당과 혈압 역시 이런 식습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사 건강이 망가지면서 간에 더 많은 지방이 쌓이게 된다.
김 교수는 “나트륨 섭취량이 지방간 발병과 연관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방간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악화 요인’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개선⋯식습관 바꾸고 운동 병행해야
김 교수는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지방간 개선에 뚜렷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식은 국·탕, 찌개, 김치, 면류 등 국물과 염장 음식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식습관은 지방간 위험을 뚜렷하게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최소한 WHO 권고량 정도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한편, 운동을 통한 꾸준한 몸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육량 관리다. 단순히 짠 것을 덜 먹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근력 운동, 식이 조절 등을 병행하며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고 지방간을 예방하는 핵심 전략이다.
허리둘레를 줄이는 것도 필수다. 겉으로는 말라보이는 사람에게 지방간이 생기는 가장 흔한 이유는 ‘내장지방’이다. 과당이 많은 음료는 줄이고 유산소운동을 병행해 허리둘레를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결국 대사이상 지방간염을 개선하는 것은 체중계 숫자가 아니라 근육량과 허리둘레”라며 “나트륨 섭취와 더불어 다양한 노력이 이뤄져야 대사이상 지방간염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