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로 테니스를 즐기며 건강하게 지내던 29세 여성이 어느 날 저녁 가족모임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 환자는 심장마비나 가슴 통증, 어지러움 등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가족들은 사후 정밀 부검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환자에게 증상이 전혀 없는 유전성 심장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환자의 심장 우심실은 본래의 탄력과 두께를 잃고 두께 3mm로 매우 얇아져 있었다. 또한 심장 근육의 상당 부분이 지방 조직과 섬유 조직으로 변해 있었다. 평소 활기차게 코트를 누비던 젊은 여성의 심장 안쪽에서 치명적인 변화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세르비아 크라구예바츠대 의대 병원 연구팀은 이 사례 연구 결과(Sudden Cardiac Death as the First Manifestation of Arrhythmogenic Right Ventricular Cardiomyopathy in a Young Female Athlete: Postmortem Morphologic Diagnosis)를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했다.
이 비극적인 사례의 주인공을 돌연사로 몰고 간 것은 ‘부정맥성 우심실 심근병증’(ARVC)이라는 유전성 심장병이다. 심장의 근육 세포가 점차 파괴되면서 그 자리를 지방과 섬유 조직이 대신 채우는 병이다. 심근이 있어야 할 자리가 흐물흐물한 지방으로 바뀌면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벽이 얇아지고 이로 인해 치명적인 심장 마비나 심실 부정맥이 발생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 병의 유병률은 인구 2000~5000명에 약 1명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전체 심근병증이나 희귀 심장병 전반에 대한 통계는 보고되지만, 이처럼 젊은 층과 운동선수에게 발생하는 유전성 심근병증 사례는 별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 평소 증상이 없어 숨은 환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 위험이 높고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치명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젊고 건강한 여성 테니스 동호인인 이 환자의 사례는 충격적이다. 테니스처럼 고강도 전력 질주와 감속이 되풀이되는 운동은 취약해진 심장에 순간적인 부담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
이 사례 속 환자는 평소 정기적으로 테니스를 칠 정도로 체력이 좋았고 흉통이나 두근거림 등 전조증상이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생전에 이 병을 일찍 발견했을 확률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일반 건강검진이나 심전도만으로는 심장 근육 안쪽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미세한 구조적 이상을 잡아내기 어렵다. 만약 환자가 사전에 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테니스 같은 고강도 운동을 즉시 중단하고 약물 치료나 이식형 제세동기(ICD) 삽입 등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침묵의 살인자'라 불릴 만큼 증상이 없는 가운데 돌연사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이 연구는 환자가 생전에 진단을 받지 못해 부검을 통한 사후 형태학적 진단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유전성 심장병으로 청년층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가족 중에 원인 모를 돌연사나 심장병 환자 사례가 있다면 정밀 심혈관 검사와 유전자 상담을 받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증상이 전혀 없는데도 갑자기 심장마비가 올 수 있나요?
A1. 그렇습니다. 이 사례의 환자처럼 많은 유전성 심근병증 환자는 병이 진행되는 동안 특별한 흉통이나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 등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하면서 돌연사가 첫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Q2.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면 오히려 심장에 해로운 경우가 있나요?
A2. 적당한 운동은 심장 건강에 필수적이지만, 유전적으로 심근에 취약한 구조적 결함이 있는 사람에게는 테니스처럼 격렬한 운동은 해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장 근육과 세포에 무리를 주어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Q3. 가족 중에 돌연사한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3. 유전성 심근병증은 가족력과 연관이 깊으므로, 1촌 친족(부모-자식 관계)은 특히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병원을 찾아 심장초음파, 심장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심전도 검사 등 정밀 심혈관 검사와 유전자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