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7일 (일)

혈압 치솟은 응급실 환자에겐, 클래식 음악이 ‘명약’?

풍경 가상현실 체험하고 클래식음악 감상하게 했더니⋯혈압 15분만에 ‘뚝’ 떨어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의사가 환자의 혈압을 재고 있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혈압이 높은 사람이 아름다운 풍경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하고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면 혈압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혈압약은 먹었다. 이는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것이 고혈압 환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의 치솟은 혈압을 신속하게 낮추는 데는 가상현실(VR) 체험과 클래식 음악 감상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튀르키예 앙카라 시립보건의료원 및 보건과학대 연구팀은 혈압이 급격히 치솟은 ‘고혈압 응급 상태’로 응급실을 찾은 성인 환자 13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실험을 진행했다. 고혈압 응급 상태란 혈압이 매우 높지만 뇌·심장·콩팥(신장) 등 주요 장기가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위험한 신체 증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눈 뒤, 두 그룹의 환자들에게 모두 기본적으로 혈압약을 복용하게 했다. 대조군에는 약 복용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실험군에는 숲과 흐르는 강 등 평화로운 자연 풍경을 보여주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씌우고 클래식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듣게 했다. 클래식 음악에는 바흐, 모차르트, 데뷔시 등의 음악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상현실과 클래식 음악을 함께 경험한 환자(실험군)는 치료 시작 후 15분 만에 그렇지 않은 환자(대조군)에 비해 평균동맥압(심장 박동 동안 동맥 속의 평균 압력)이 추가로 4~5 mmHg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이 떨어지는 속도도 훨씬 더 빨랐다.

또한 불안감 측정 지표에서 가상현실과 클래식 음악을 경험한 환자들은 성격적으로 불안 성향이 더 높았는데도 대조군에 비해 불안감이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변화는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했다.

이번 연구 결과(Effects of virtual reality and classical music therapy on early hemodynamics and anxiety in hypertensive urgency: a randomized controlled study)는 최근 유럽응급의학회(EUSEM) 학술대회에서 발표됐으며 미국 의료·건강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실제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약 30~50%는 통증과 긴장 등으로 인해 혈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불안정한 상태를 보인다. 미국에서는 수축기 혈압 130mmHg 미만, 이완기 혈압 80mmHg 미만이 정상 범위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수축기 혈압 140mmHg 미만, 이완기 혈압 90mmHg 미만이 정상 범위다. 수축기 혈압 130~139mmHg이거나 이완기 혈압 80~89mmHg인 경우엔 고혈압 전단계로 관리한다.

응급실 환자 중 수축기 혈압 180mmHg 이상, 이완기 혈압 110mmHg 이상의 ‘급성 중증 고혈압(고혈압성 위기)’에 해당하는 사람도 전체의 2~5%를 차지한다. 의료진은 장기 손상이나 합병증을 막기 위해 이들 환자의 혈압을 가급적 빨리 안정시켜야 하는 임상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응급실의 낯선 환경, 밝은 조명, 끊임없이 들리는 소음은 환자들에게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사람이 극심한 공포나 불안을 느끼면 신체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질병관리청 및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를 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고혈압 인구가 12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혈압을 잘 관리하던 사람도 응급 상황에 놓이면 극심한 긴장 상태에 빠지기 쉽다. 이번 연구는 비약물적 접근인 가상현실과 음악 요법을 통해 환자의 불안을 누그러뜨리고 골든타임(응급실 초기 15분) 동안 혈압을 안전하고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일상에서 혈압이 급격히 오르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자연의 시각적 이미지와 차분한 클래식 음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평소 음악을 좋아하는 환자는 응급실 환경에 관계없이 헤드폰·이어폰으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가상현실(VR)과 클래식 음악 치료는 고혈압 약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나요?

A1. 아니오,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표준 혈압약 치료와 병행했을 때의 보조적 효과를 검증한 것입니다. 약물 치료를 대신하는 용도가 아니라 초기 불안을 줄이고 혈압 안정을 돕는 보완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Q2. 어떤 환자들에게 가장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나요?

A2. 응급실에 내원했을 때 혈압이 심하게 높으면서도, 동시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감을 강하게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부작용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비약물적 요법입니다.

Q3. 시간이 지날수록 두 그룹 간의 차이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A3. 연구 시작 후 15분~30분 동안은 가상현실 그룹의 혈압이 더 빠르게 떨어졌으나, 60분이 지난 이후에는 양쪽 그룹의 혈압이 약물 효과 등으로 비슷해졌습니다. 이는 해당 요법이 장기적인 고혈압 조절보다는 응급실 초기 단계의 빠른 안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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