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난 30대 여성 환자는 최근 살이 빠지면서 얼굴이 부쩍 늙어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신 석 달 전 사진 속 얼굴은 통통하고 화사했습니다. 지금은 볼과 관자놀이에 그늘이 지고, 눈이 함몰된 듯 눈꺼풀 주변이 꺼져 훨씬 피곤해 보였습니다. 제 앞에 앉아 있는 현재의 얼굴과 사진 속 얼굴의 차이에 저 역시 놀랄 정도였습니다.
이런 환자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위고비 페이스’ , ‘마운자로 페이스’입니다. 지난 몇 년간 해외 매체를 통해서만 접하던 현상이었지만 이젠 국내에서도 더 이상 드문 사례가 아닙니다.

세계적인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는 지난 여름 새 앨범 뮤직비디오에서 눈에 띄게 야윈 모습으로 등장해 “너무 말랐다”는 반응과 함께 거식증설, 약물설 같은 추측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대중의 시선에서 한발 물러나겠다며 활동 중단을 택했습니다. 소속사는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고, 소문의 진위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얼굴이 갑자기 마른 사람을 보면 곧바로 ‘주사약’을 먼저 떠올리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왜 얼굴만 골라 늙는가
‘위고비 페이스’, ‘마운자로 페이스’는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나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 같은 GLP-1 계열 약물로 체중이 급격히 줄면서 나타나는 얼굴 변화를 일컫는 표현입니다. 얼굴의 지방이 피부가 수축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줄어들면서 볼과 관자놀이가 꺼지고, 주름이 깊어지며, 피부가 느슨하게 처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핵심은 ‘속도’입니다. GLP-1 계열 약물은 감량 효과가 워낙 커서, 피부와 피하조직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볼륨이 먼저 더 빠르게 감소합니다. 반면 운동과 다이어트로 체중이 점진적으로 줄 때는 피부와 인대가 수축할 시간을 벌 수 있어, 지방이 균형 있게 빠지고 결과도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방 볼륨이 줄어드는 동안, 피부를 탄탄하게 받쳐주던 진피층의 콜라겐은 지방이 빠지는 속도만큼 빠르게 재생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속은 비고 겉은 늘어진 듯한, 일종의 ‘이중의 노화’처럼 보이는 변화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채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방의 볼륨이 줄어든 것이므로 부족한 볼륨을 보충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무너진 구조적 지지를 회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바람이 빠진 풍선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공기(볼륨)만 빠진 것이 아니라, 고무(피부) 자체의 탄력이 이미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원리에서 보면 ‘스컬트라’와 같은 PLLA 제제를 이용해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고 조직의 구조적 지지를 강화하는 접근은 이론적으로도 일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필러는 즉각적으로 볼륨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연조직을 늘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사용한다면 필요한 부위에 소량을 조심스럽게 써야 합니다.
써마지(고주파), 울쎄라피(초음파) 같은 에너지 디바이스는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부의 회복력이 빠른 젊은 층에서는 탄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얼굴 볼륨이 이미 부족한 상태에서는 도리어 퀭한 인상을 짙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남은 지지 구조마저 약화시킬 우려가 있어 원리상 회의적입니다.
지방이식은 빠진 볼륨을 같은 지방으로 되돌린다는 점에서 해부학적으로 가장 이치에 맞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초기에는 오히려 더 권하기 어렵습니다.
이외 여러 수술들도 효과적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시기’입니다.
얼굴은 아직 ‘변화 중’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얼굴이 여전히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다는 점입니다. 서둘러 손대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1년 이내에 약을 중단하며, 중단 시 운동과 식이로 감량한 경우보다 약 네 배 빠르게 체중이 되돌아온다고 합니다. 만약 지방이식으로 얼굴을 채워둔 상태에서 약을 끊는다면, 이식된 지방까지 더해져 이전보다 오히려 더 살이 붙은 얼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술적 접근도 마찬가지로 신중해야 합니다. 듀크대 성형외과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GLP-1 약물로 급격히 체중을 감량한 경우 수술 합병증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아직 이 문제를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GLP-1 약물이 대중화된 시간이 길지 않고, 그 뒤에 찾아오는 얼굴의 변화와 최선의 대응은 이제 막 데이터가 쌓이는 단계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한 번 손대면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적 방식은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살을 빼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진 시대입니다. 그러나 얼굴은 체중계처럼 숫자로 관리되지 않습니다. 당장 무엇을 채우고 당기는 것 보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얼굴이 안정될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